공간 혁명 - 행복한 삶을 위한 공간 심리학
세라 W. 골드헤이건 지음, 윤제원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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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자연에 적응해 보금자리를 만들어왔다. 집이 시작인데 땅을 파고 나무나, 가죽, 돌, 여러 가지를 동원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다 종교적 건물, 요새, 성, 궁궐, 식당, 목욕탕 등 여러 가지 문화시설을 짓게 되었고, 그 결과 지금 지구상엔 인간이 구축한 건물로 공간이 꽉찬 도시란 것이 상당히 많이 존재하게 되었다. 이쯤되면 인간은 건축하는 동물이라 칭할만 하지만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인간은 자신이 건축한 건물에 대해 그리 신경쓰지 않아왔다. 

 이런 경향은 현대에 들어와서 더 심해진 느낌이 있는데 거의 모든 도시의 현대적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 상당히 천편일률적으로 똑같기 때문이다. 책은 이런 무미건조하고 어떤 자극과 위안도 주지 못하는 건축이 들어찬 곳을 장소의 비장소화라 칭한다. 장소의 비장소화가 일어난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비용의 문제다. 건축업자는 건축을 하면서 각종 법률적 제한과 용도 제한, 토지 거래와 건축 인허가등 무수한 문제와 부딪혀야 한다. 이런 와중에 인간적 건축이란데 신경을 쓰는것은 쉽지 않다. 다음은 시간적 문제다. 건축은 시간의 문제다. 공기가 길어질수록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건축업자가 투자자로부터 혹은 은행으로부터 혹은 구매자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선금을 받고 사업을 이어가기에 오랜 시간 공을 들려 건축하기 쉽지 않다. 마지막은 가장 중요한 인식의 문제다. 건축업자들은 건축물의 인간적 디자인에 대해 공부해본적이 없고 관심도 갖고 있지 않다. 놀랍게도 디자이너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디자인에 대해서 공부하지만 신경건축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과거 주요 유명한 디자인은 인간을 편안하게 하고 적당히 자극하기보다는 편의성이 없고 매우 독특하며 자극적인 건물이 많이 지어졌다. 이는 그들을 관리감독하는 사람들이나 정부관계자들 심지어 그들의 수요자인 건축물의 소비자 역시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건축 디자인에 대해 사람들이 눈을 뜨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신경건축학이 등장한 것은 2004년의 일로 불과 20년도 되지 않았다. 신경건축학은 인간의 인지사고 과정이 공간에 영향을 받는다는 가설에 기반을 두고 그 인지적 영향을 측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는 학문이다. 체화인지, 기반인지, 상황인지 등의 패러다임이 출현하며 신경건축학은 힘을 얻었는데 건축환경은 인간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그 사람을 형성하고 사회를 형성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며 강한 영향을 준다. 이런 부분에 신경을 쓰자는 것이 신경건축한인 셈이다. 

 건축의 중요성은 도시로 갈수록 커진다. 도시는 건축물로 꽉찬 곳이고 당연히 건축이 중요하고 자연과 동떨어진 곳이므로 자연을 대체할 만한 건축공간이 무엇보다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330년까지 인구 100-500만의 도시는 550개, 500-1000만 사이는 41개, 1000만 이상의 메가시티는 41개로 늘어날 얘정이다. 도시가 크게 늘어날 예정인 셈인데 사정이 녹록치 않다. 국민일인당 소득 7만달러에 달하는 미국에서도 새건축물의 85%에 디자이너가 배제된다. 여유가 있음에도 인식이 부족한 것이다. 가난한 나라는 말할 것도 없다. 남아시아 인구의 30%가 도시의 슬럼에 거주하고, 사하라 이남 인구의 60%가 슬럼에 거주한다. 세계적으로는 무려 10억 인구다. 이들의 거주 공간은 비좁고 비위생적이며 사람으로 들끓으며 치안도 엉망이다.

  이런 가난 자체도 문제지만 공간이 자라날 어린이들에게 주는 악영향도 문제다. 연구에 의하면

사람이 북적되고 시끄럽고 좁고,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넓은 공간에서 자라는 아이보다 전체적 발달이 느리다.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고, 가정, 학교에서 문제행동이 많으며 질서가 없다. 이는 집이라는 공간이 올바른 자아를 형성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간이 넓고 조용하며 자기만의 공간이 있어야 공간에 대한 자율성과 자기통제력이 생기며 올바른 자아정체성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공간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보다 큰데 영국에서는 34개 학교 751명 학생을 연구한 결과 건물의 디자인이 학습진도에 25%나 영향을 미쳤다. 영향을 미친 주요인은 색상, 선택권, 복잡성, 유연성, 조명, 연결성이었다. 이런 것이 좋으려면 학교에서 학생의 머리위에 바로 조명이 있고 카페테리아 같은 폭신한 가구 같은 책상과 의자에, 자연 채광, 창문, 환기가 잘 되어야 한다. 최근 대학생들이나 중고생이 공부장소로 독서실을 팽개치고 카페를 택하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셈이다. 카페는 위의 조건을 대부분 만족시킨다. 머리위에 조명이 있고, 창이 바로 옆에 있으며 경치가 대부분 좋고, 앉은 의자와 책상은 안락하며 넓고 쾌적하고, 잔잔한 음악에 맛있는 음료와 디저트가 있다.

 인간은 자연친화적 동물로 야외로 나가 자연과 함께 하기를 항상 갈망한다. 그래서 정원이 있고 주말만 되면 교외로 향하는 도로가 막힌다. 자연은 인간에게 즉각적으로 유익한 영향을 준다. 자연풍광을 20초만 접해도 빨라진 심장 박동이 진정이 되고 3-5분이면 혈압이 정상화한다. 그런데 세계 주요 도시의 녹지비율은 엉망이다. 보고타는 4%,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8.9%, 이스탄불은 1.5%, 로스엔젤리스는 6.7%, 뭄바이는 2.5%, 파리는 9.4%, 서울은 2.3%, 상하이는 2.6%, 도쿄는 3.4%에 불과하다. 하지만 높은 곳도 있다. 런던, 시드니, 싱가폴, 스톡홀롬은 녹지비율이 무려 35% 넘는다. 주요 정책 입안자들과 도시 설계자들, 시민들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경건축학으로 잠시 돌아가면 인지의 볼진과 인지가 건축 환경 경험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탐구하려면 다음 세 가지 사실이 중요하다. 우선 신체는 인간의 정신적 사고 작용을 형성하며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인간은 신체적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은유하는데 어릴 적 자신보다 절대적으로 큰 부모에게 의지한 경험은 큰 것은 안전하고 위대하며 권위적이라는 은유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세계 모든 문명의 권위적 건물은 크고 웅장하게 지어져 사람을 압도한다. 또한 인간은 부모품의 따뜻함을 경험하여 그러한 촉감과 온도를 가진 건물을 안정적으로 느낀다. 두 번째는 인간의 신체는 그간 살아온 환경에 따라 형성되며 내면의 인지적 삶 대부분은 인간의 의식 수준 아래에서 일어나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자라난 건축환경이 그 인간의 자아형성에 상당한 작용을 하며 그 영향을 그 인간이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용한다는 점으로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마지막은 이런 요소는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다르게 이해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복도식 아파트나 여러집이 공유하는 골목길에서 자라는 사람과 다른 이웃을 전혀 접하지 않는 계단식 아파트에서 자라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고 이해하는 방식을 필경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프라임이란 개념이 있다. 프라임은 사람이 비의식적으로 지각하는 환경적 자극으로 기억이나 정서 다양한 인지적 연상을 활성화해 이후의 사고나 느낌,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추위와 쓰레기 냄새에 노출되면 신체적 불쾌감이 높아져 이는 마음 속 분노와 고독감과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그의 인지에 영향을 미친다. 한 사람이 집을 나서며 쓰레기를 추위에 노출된 외곽의 더러운 곳에 버릴 수 밖에 없을때 누군가 그에게 전화를 한다면 사소한 일로도 싸울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프라임은 우리가 사는 모든 건축요소가 될 수 있다. 모든 표면, 모든 건축이 잠재적 프라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프라임이 되진 않으며 대부분의 환경요소는 이렇다할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건축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집이다. 장소 애착이란 개념이 있는데 이는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 장소에 애착이 강한 사람은 행복감을 더 느끼고, 공동체와의 유대감도 강하며 이기적인 태도와 사리사욕을 보리고 타인과의 공감능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인간은 건축물에서 조망과 피신 두 요인이 필요한다. 집은 피신 공간이다. 집에서는 자율성과 통제력이 커지며 집은 이런 요소를 잘 갖출수 있도록 지어져야 한다. 여러 사람이 같이 머물면서도 각자의 공간이 있고 시끄럽지 않으며 천정은 적당히 높고 자연공간과 가까워야 하며 자연광이 잘 들고 환기가 잘 되어야 한다. 

 이런 집처럼 도시 지역의 여러 경관도 인간이 애착을 느낄 수 있도록 지어져야 한다. 그러려먼 다음의 요소를 갖춰야 한다. 우선 장소의 디자인이 인간의 활동을 촉진해야 한다. 너무 웅장하고 장엄하여 들어가기 부담스럽다던가, 아름답지만 머물만한 공간이 없는 로비는 불합격이다. 반면 노르웨이 오슬로의 국립발레극장은 지붕을 경사지게 완만하게 계속 아래로 내려 호수가와 맞닿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이 건물을 어떻게 사용하고 여길지 쉽게 예측되는 부분이다. 둘 째는 이런 활동사이의 조화를 유도하는 방식과 공간내 물체의 패턴화된 배치다. 인간은 자연에서 규칙성, 즉, 패턴을 본능적으로 찾는다. 때문에 너무 단조롭지 않은 적당한 자극을 주는 패턴이 건축물에 필요하다. 마지막은 물체의 형태가 유도하는 연상작용이다. 인간은 체화된 인지로 은유하는데 건축물이 주는 은유가 많은 부분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의 지붕은 해안에 위치해 돛을 연상하기도 하고, 조개껍데기를 연상하기도 하며 바닷가의 오래된 생명체를 연상시킨다. 또한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은 새의 둥지를 형상화했다. 새의 둥지는 무척 약하지만 이 경기장의 둥지는 강철로 매우 튼튼하다. 이런 은유는 사람으로 하여금 강한 재미를 갖게 하고 이 장소에 애착을 갖고 계속 찾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최근 한국에서도 공간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을 인식하고 다양한 시도가 시작되었다. 교육에서도 영향을 미쳐 교육부는 이미 학교공간을 재구조화하는 그린스마트학교 사업을 시작했다. 학교공간을 학습친화적으로 인간친화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이며 이 과정에서 주체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 학부모, 교사가 된다. 이들이 교육과정을 통해 학교공간 재구조화 프로젝트를 하고 이를 디자이너가 검토한 후 서로 의견 조율을 통해 이를 구현해나가는 것이다. 탄소배출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지만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장소의 비장소화를 가장 크게 구현하는 아파트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책에 보면 건축물 층사이에 물결무늬를 돌출시켜 건물 전체가 역동적으로 파도치는 모습으로 구현한 건축물이 있었고 다소 튀어나온 물결 부분은 발코니로 쓰이고 있었다. 아파트에도 이런 시도가 가능한 것이다. 친인간적인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전환 및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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