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바버라 J. 킹 지음, 정아영 옮김 / 서해문집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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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상 감정은 주변 세계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생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긍정적인 감정은 주변 세계가 나의 생존과 적응에 유리한 것이기에 부여되며 부정적인 감정은 그 반대다. 슬픔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무언가를 상실하거나 잃었을 때 나타난다. 책'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에서 다루는 슬픔은 발로 주변 개체를 상실하였을 때의 슬픔이다. 나와 늘 친하게 지내던 형제나, 자매, 부모, 또는 항상 같이 지내던 친구 같은 개체의 상실에서 나오는 슬픔이다. 그리고 이런 류의 슬픔은 인간에겐 매우 당연시 되지만 동물에게선 의문시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동물과 가까운 삶을 산 사람들은 동물이 이런 종류의 슬픔을 마땅히 느낀다고 생각하며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경험적, 과학적 증거 모두 없음을 말하며 이에 반대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자는 이런 종류의 슬픔을 많은 수의 동물도 마땅히 느낄수 있음을 주장한다. 다양한 경험적 증거를 대는데 우리가 이런 동물의 슬픔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는 동물들이 이런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 인간의 그것과 상당히 다르며 인간은 주변에 동물을 가까이 하지 않고 따라서 이런 감정을 잘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물같은 경우는 사별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자의식도 부족한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상실에 의한 슬픔을 못느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 오랫동안 함께한 친구 개가 죽어서 사라졌는데 다른 개가 그 사라짐을 죽음으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슬픔을 느낀다는 사실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의견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데 이는 동물 역시 인간처럼 서로 협력하고 장기간 그 관계를 유지하는 집단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슬픔과 그 애도는 진화상 하나의 적응적 감정이다. 동물이 집단을 형성하는 것은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되는데 같이 지내던 개체가 사라지는 것은 이 집단의 해체를 의미하며 이는 곧 해당 개체의 적응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되는 만큼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슬픔이라는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적응에 유리한 일이 된다. 부정적 감정을 통해 스트레스를 받은 개체는 해당 상황을 빠르게 해쳐나가려고 노력할 것인 만큼 이는 진화상 충분히 나타날만한 적응행동이된다. 때문에 집단을 형성하는 동물에게 상실에 따른 슬픔이 나타날수 있다는 논리는 매우 타당하다. 

 책에서 저자는 고양이와 개, 말, 닭, 토끼, 돌고래, 염소,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이 오랫동안 함께한 동료나 가족이 상실되었을 때 보이는 다양한 슬픔을 일화로 제시한다. 물론 이는 과학적으로 잘 설계된 실험은 아니며 저자의 직접 경험이나 들은 일화들에 불과하다. 이것이 이 책의 약점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설득력이 떨어지진 않는다. 이들은 일상에서 우리가 충분히 경험해온 내용이기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원숭이들이 고도의 협력성에도 불구하고 새끼나 동료의 죽음에 마땅한 슬픔이나 애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미 원숭이들은 새끼가 사망한 경우 상당 기간을 죽은 새끼를 업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동과 행위에 상당한 위험성과 에너지 소모가 생기는 만큼 이는 새끼를 상실한 것에 대한 깊은 슬픔 반응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미원숭이들은 사망한 새끼를 앉고 교미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평소 새끼를 안전하게 안는 방법과 죽은 새끼를 들고 다니는 방법이 다른 것으로 보아 죽은 것은 인식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거기에 죽은새끼를 결국 버리는 시점은 수유기의 종료와 일치하지 않았다. 여러모로 예상과는 다른 셈이다. 다만 이들은 겉으로 보이는 무던함과는 다르게 막상 주변 개체가 포식자에 의해 희생되거나 사고로 죽으면 호르몬상 큰 스트레스 수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상 표현은 안하더라도 큰 슬픔을 생리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셈이다. 원숭이들이 이렇게 겉으로 슬픔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들의 높은 사망률과 관련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원숭이 집단은 성체가 되어서도 12%정도의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데 이는 이 집단이 항상 생존의 압박을 느끼며 이것은 슬픔과 애도에 쓸만한 에너지와 시간이 충분치 않음을 의미할수도 있다. 즉, 슬픔을 표현할만한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실제 인간도 전쟁이나 극한 상황에선 슬픔을 좀처럼 표현하지 않는다. 그만한 여유와 시간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슬픔이 삭혀지진 않는다. 이후 돌이켜 생각나며 곱씹게 되고 오히려 충분히 애도하고 슬퍼하지 못한 것에 향후 더큰 부정적 감정을 갖는 경우도 생겨난다. 원숭이 사회는 이런 상황과 비슷하지 모른다.

 책을 진화론적으로 살피긴 했지만 무척 인상적인 애도와 슬픔에 잠긴 동물의 이야기가 책엔 많이 실려있다. 이들이 회복하는데는 공통적으로 자신보다 어리숙하고 약한 새끼와의 만남 혹은 다른 개체와의 만남이 주요 계기가 된다. 어떻게 보면 집단의 회복이 슬픔의 감소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말이 죽어서 묻히자 다른 말들이 이상스럽게도 그 주변이 원형대형으로 자주 모여 있으며 심지어 좋아하는 먹이임에도 헌화한 꽃을 먹지 않은 사연, 함께 지내던 고양이나 토끼가 죽자 무척 슬퍼하는 모습, 심지어 다른 종간에도 상실에 의한 아픔을 느끼는 일화들은 아름답고 가슴을 먹먹히 한다. 여러면에서 의미있는 책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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