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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난 은근히 채사장의 팬이다. 채사장이 낸 책을 모두 사서 읽고 소장하고 있으니 그렇다. 매우 인상적이었던 지대넓얕 시리즈 제로편에이어 오랜만에 나온 그의 신작은 소설이었다. 제목이 좀 이상해서 다소 의아했지만 열한계단이나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같은 제목도 있었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설마 소설이었다.
하여튼 어떤 소설일지 많은 호기심을 갖고 읽기로 했다. 내용이나 배경은 모두 의외였다. 인생과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니 현대적인 내용이 아닐까 했는데 의외로 중세 십자군 시절이 소설의 시공간적 배경이었다.
소마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십자군들이 세운 왕국 주변부에 사는 한 작은 이교도 마을(십자군의 관점에서) 소년이다. 느낌은 인도느낌인데 십자군 왕국 주변부이니 아마도 아라비아 반도 인근일 것이다. 소마는 아버지로부터 신에대해 배우고 어느날 아버지와 집근처 호숫가에 나간다. 아버지난 강하게 활을 쏘고 이 활을 찾아오라고 소마에게 시킨다. 그래야 인생이 활처럼 곧을 거라나.
일종의 성인통과의례 같은 이런걸 수행하러 소마는 길을 떠난다. 아버진 장사였는지 이 활을 넓디 넓은 호수를 넘어가 소마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소마는 길을 헤메고 비를 맞다 지쳐 동굴로 들어간다. 그 동굴에서 이상한 석상같은 걸 만나는데 그 석상은 소마에게 복종을 요구하고 그 댓가로 세계를 지배하게 해준다고 한다. 화살도 찾게 해줌은 물론. 소마는 고통 끝에 허락한건지 아닌건지 애매한 상태로 동굴에서 나온다.(아마 허락한것 같다)
그리고 마을에 와보니 마을은 십자군들에 의해 약탈방화살인이 이뤄진 후였다. 소마는 어머니의 시신을 끌어안고 며칠을 보내다 다시온 십자군에 의해 구출된다. 그리고 소마의 이름은 왕국에 걸맡게 사무엘이 된다. 소마는 십자군 아데사 왕국에 살게되고 한 실력자의 집에 머물게 된다. 유산을 거듭하던 한나가 소마를 살피고 아들처럼 키운다. 하지만 이교도에 이민족인 소마는 자식이 없는 한나의 집안을 노린 한나의 오빠 바가렐라의 아들 헤렌이 오면서 밀려난다.
헤렌에 모든 걸 빼앗긴 소마는 왕국기사단에 들어가 네이케스와 고네등으로 이뤄진 진보적 집단과 만난다. 그들은 삶에 대해 고민하고 왕국의 마녀사냥등에 반대하며 이들을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녀희생자를 구하다 일이 틀어져 고네도 죽고 소마는 왕국에서 나와 오히려 적국인 크레도니아의 군인이 된다.
크레도니아엔 소마같은 이민족 부대가 있었고 소마는 사무엘에서 다시 소마의 이름을 되찾고 20년간 전쟁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헤렌이 이끄는 어리석은 부대를 궤멸시키고 크레도니아마져 차지해 석상이 말한 것처럼 세계를 지배하는 자가 된다.
황제가 되어 제국을 다스리던 소마는 백성을 위한 삶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개혁이 지체되자 서서히 지쳐간다. 지독한 삶에서 호화로운 삶은 누리며 인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불운과 원망만 계속하며 짐승처럼 살아온 자신의 삶에 후회를 느낀다. 그러다 눈먼 소녀를 만나고 소녀에게서 안식을 찾는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정사를 멀리하게 된 소마는 아들 에다(그는 소마가 죽인 헤렌의 아들일 수 도 있다)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난다. 과거 소마의 동료이자 부하였고 지금은 그에 의해 요직을 차지한 이들의 배신도 물론이었다. 소마는 두눈과 혀, 귀, 코를 잃고도 살아남는다. 그러고도 세계를 헤메며 자신이 걸어왔던 모든 것을 돌아보며 생을 마무리한다.
책의 이야기는 많이 보는 배신과 복수의 굴레바퀴로 제법 흡입력이 있다. 채사장은 한 사람의 굴곡진 인생을 통해서 모든 것을 얻는것도 모든 것을 잃는 것도 하나로 보는 느낌을 선사하려는 것 같았는데 다 읽었지만 그런 느낌이 많이 들진 않았다. 소설가로의 첫 변신이었는데 이전 그의 작품들이 주는 느낌이 강렬했기에 어렸웠을 이번 시도가 썩 인상적이진 않았다. 바닥부터 최고 권력, 다시 바닥으로 향하는 여정으로 인생의 무상함이나 단일자를 보려주려는 시도였던 것 같은데 오히려 고민하는 현대인을 배경으로 삼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