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란 무엇인가 - 5단계로 이해하는 생물학
폴 너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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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부터 방영하는 EBS 위대한 수업을 가끔 본다. 매일 감질나게 찔끔 보기보다는 토요일 오전에 하는 재방에서 한 학자 분을 모두 몰아주는걸 한 방에 보는 걸 선호한다. 아무래도 옛날 사람인듯 하다. 나에게 한 텀이란 5분 10분보다는 한 시간이다. 그래도 위대한 수업은 요즘 젊은 사람들 특색에 맞게 15분 분량 정도로 한 강씩 잘라서 방영한다. 그러고보니 알라딘에서도 관련 저자 책들을 모아놓은 이벤트가 있다. 

 지난 번 본 사람은 폴 너스였다. 그래서 그의 책을 찾았다. 생명이란 무엇인가가 책 제목이었다. 슈뢰딩거가 오래 전 같은 제목으로 책을 썼는데 폴 너스 역시 그를 기리고 자신이 생물학의 연구자인 만큼 평생 연구를 통해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책을 써나갔다. 그래서인지 책은 얇은데 읽는 것이 녹록치 않았다.

 생명이 역사가 겨우 50억년에 불과한 이 지구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자생설도 있고, 생명이 이렇게 고도로 발달하기엔 역사가 너무 짧아 외계에서 도입되는다는 설도 있다. 외계 도입도 거의 완전한 생명이 들어오거나 혹은 상당히 생명에 가까워진 유기물질이 들어온게 아닌가로 갈리는 듯 하다. 폴 너스는 책의 서론에서 생명의 요건으로 3가지를 주목한다. 번식이 가능하고, 유전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 유전체계가 다양성을 드러내고 이것이 대물림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경계를 지닌 물리적 실체로서 생명은 진화를 하며 화학적, 물리적, 정보적 기계로 작동한다. 때문에 생명이 위와 같은 작동을 하려면 경계로써의 세포막과 유전물질, 대사작용이 이뤄져야 한다. 

 하여튼 많은 학자들은 초기 생명이 발생한 곳으로 지구 심해의 열수공을 지목한다. 이곳은 지금도 고세균 같은 혐기성 생물이 많이 모여사는데 생명이 발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우선 열수공 암석 곳곳에 구멍이 있어 뭔가 물질들이 농축되어 모여들면서도 보호받기에 좋다. 세포막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즉, 폴 너스가 언급한 경계를 어느 정도 지니게 해준다. 세포막은 지질구조로 분자 두 개정도의 두께를 갖고 있지만 생명과 환경을 분리해준다. 세포막의 재료인 지질구조를 물속에 넣으면 놀랍게도 이들은 서로 모이고 뭉쳐 속이 빈 공모양, 즉 마치 세포같은 모습을 형성한다. 지질구조가 적당히 모여있으면 저절로 세포막 같은 걸 형성한다는 것이다. 세포막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생명의 발생에 매우 중요하다. 생명은 고도의 질서를 지닌 존재로 우주가 생성된 이래로 존재하는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된다. 경계가 없는 곳에서는 항상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엔트로피가 점점 커지며 무질서해지므로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경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엔드 오브 타임에서 브라이언 그린이 말한 것처럼 생명체는 자신의 질서를 고도로 유지하는 대신에 열이나 다른 형태의 무질서한 에너지를 그 이상으로 방출해 엔트로피를 자신이 낮춘 것 이상으로 높이므로 열역학 제 2법칙을 국소적으로는 위배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위배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주목할만한 것은 RNA다. RNA를 초기생명에 주목하는 것은 이것이 정보저장 및 복제와 대사작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RNA는 아마도 열수공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이 뿜어져 나오고 이들이 인근 열수공에서 고농도로 농축되고 압력이 높고 열을 충분히 받으며 여러 화학작용이 이뤄지기 용이한 조건에서 우연히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RNA는 그 자체로 유전물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에선 세포핵에서 나온 RNA를 통해 리보솜이 유전물질을 읽고 그대로 단백질을 생성한다. 그리고 RNA는 효소만큼은 아니짐나 특정한 화학반응의 촉매역할을 한다. 즉, RNA는 대사와 유전을 동시에 진행한 셈이다. 그리고 이 RNA가 열수공 밖에 혹은 안에서 지질막이 형성된 막안에 들어가게 되면 최초의 원시세포가 탄생하게 된다. 생명의 탄생인 것이다. 폴 너스는 이런 생명의 개관 외에도 생명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핀다. 

 

1. 세포

 세포는 생물의 구조적 기본 단위이자 생명의 기능적 기본 단위다. 이런 세포들이 조금씩 모여 다세포 생물을 이루고 이것들이 서로 따로 작동하는 것 같으면서도 놀랍게도 일사분란하게 생존과 번식을 위한 거대한 화학, 물리, 정보기계를 이루는 것이 생명이다. 때문에 세포가 늘어나는 것은 모든 생물의 성장과 발달의 토대다. 크기와 복잡성에 상관없이 모든 생물은 하나의 세포에서 나온다.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생물도 단 한번의 세포발생에서 시작했다. 이 말이 근거를 갖는 이유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막론하고 세포의 형태와 그 기능이 같기 때문이다. 

 모든 세포는 내면 상태와 주변 환경과 긴밀이 시통하고 생존과 번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내부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 없이 활동한다. 세포의 존재의 핵심에는 유전자가 있다. 유전자는 각 세포가 스스로를 만들고 조직할 때 사용하는 명령문을 담고 있다. 생물의 평생에 걸쳐 유전자는 세포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세포에 제공한다. 

 유전자는 세포에게 특정한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지시하는데 세포안의 일어나는 일을 모두 이 단백질이 수행하기에 이 정보는 대단히 중요하다. 단백질은 4개의 염기만을 사용하는 유전자에 비해 훨씬 복잡한 문자체계를 사용한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20가지 기본 구성단위들이 한 줄로 이어져서 만들어진다. DNA의 네 문자(ATCG)는 DNA사다리에 3개씩 모여 한 단어를 이루는 방식으로 배열된다. 그리고 이 짧은 3문자는 아미노산과 일대일 대응한다. 예를 들어 CGT는 알라닌, TGT는 시스테인이라는 아미노산을 이룬다. 그래서 메타글로빈이라는 인간 유전자는 147*3개로 147개의 아미노산을 번역한 것이 된다. 


2. 유전

 돌연변이는 유전자의 DNA서열이 바뀌거나 재배치되어 일어난다. 원인은 자외선이나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또는 세포분열과정에서의 오류산물이다. 세포는 이런 오류를 대개 수선하므로 한 번 분열할때 3개의 미세돌연변이만이 발생한다. 이는 DNA분자 10억개당 1개 정도의 오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미세돌연변이 중 일부는 개체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되어 혁신의 원천이 된다. 

 모든 생물은 부모에게는 없는 무작위로 생기는 소수의 유전체 변이를 갖고 태어난다. 유전자는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보전할 필요성과 변화하여 발전할 능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오류율이 너무 높다면 유전체에 저장된 정보가 퇴화하여 애써 지금껏 쌓아온 것이 무의미해지며 오류율이 너무 낮다면 진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한 진행생물은 유성생식 과정에서 추가로 다양성을 획득한다. 생식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세포분열이 일어날 때 염색체의 일부가 뒤섞여 재편되기 때문이다. 같은 부모를 둔 형제자매가 모두 다른 이유다. 


3. 화학으로서의 생명

 우주는 생성된 이래로 물질이 퍼져나갔고 별이 핵융합을 하고 다시 폭발하고 모여 핵융합을 하고 다시 폭발하는 여러 과정을 거쳐 다양한 원소를 생성해냈다. 그리고 이 원소들은 왜 인지 서로 안정적이지 못해 안정을 찾을 때 까지 결합을 하거나 분해하기를 반복한다. 이것이 화학반응이며 사실상 생명 현상의 근원이다. 물질이 없으면 화학반응도 없었을 것이고 화학반응이 없었다면 무언가 모여 자신을 존속하고자 하는 행위를 하는 무언가가 아예 생성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물질과 에너지가 무질서하게 퍼지는 열역학 2법칙이 적용되는 우주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하여튼 이 화학반응엔 촉매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원소들은 항상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늘 쉽게 화학반응이 어디서나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질이 적잖이 모여 있어야 하고 온도가 높아야하거나 압력이 높아야 하거나 산성이거나 염기여야 하는 다양한 조건이 각각의 화학반응엔 필요하다. 하지만 촉매가 있어면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된다. 촉매는 평범한 조건에서도 화학반응을 놀랍게 촉진하며 우리몸의 세포에서 지금도 이런 화학반응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세포안의 화학반응은 대부분 낮은 온도와 온화한 조건에서도 발생하는데 촉매 작용을 하는 효소 때문이다 효소는 대부분 단백질로 이뤄지는데 단백질은 세포가 만들어내는 중합체라는 긴사슬을 가진 분자다. 중합체 구조는 지구의 생명에 매우 중요한데 대부분의 효소와 단백질, 세포막 지질,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DNA, RNA가 모두 중합체 구조이기 때문이다. 

 중합체는 5가지 원소인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으로만 구성된다. 이중 탄소가 중추적 역할을 하는데 탄소원자는 다른 원소와는 다르게 4개의 원자와 결합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합체는 탄소와 다른 원자 다시 탄소와 다른 원자 식의 결합을 이루며 이런 식으로 매우 긴 거대 분자가 생성이 가능하다. 이래서 지구의 생물이 탄소기반 생물로 불리는 것이다. 

 생명은 딱 20가지의 아미노산만 사용한다. 각 아미노산은 주된 중합체 사슬로부터 옆으로 뻗어나가는 곁가지를 지닌다. 이런 곁가지 때문에 각 단백질은 화학적으로 독특한 특성을 지니게 된다. 어떤 아미노산은 다른 분자와 쉽게 결합하고 어떤 건 그렇기 않게 도니다. 각각 다른 곁가지를 지닌 분자를 지닌 아미노산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사슬을 만듦으로써 세포는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 중합체 형성이 가능해진다. 이 선형 단백질 중합체는 일단 조립되면 접히고 꼬이며 자체 결합하여 3차원 구조를 형성하게 되는데 긴 투명테이프가 서로 엉겨붙어 3차원의 공모양을 형성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이 3차원 도약으로 각 단백질은 독특한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갖게 된다. 

 효소는 세포대사의 토대를 이루는 거의 모든 화학반응을 실행한다 다른 분자를 만들고 분해하며 품질을 유지하고 세포의 영역들 사이 성분과 메시지의 운반을 하기도 한다. 침입자가 있는지 감시하고 세포를 방어하고 몸을 질병에서 보호하는 단백질을 활성화한다. 효소라는 촉매 덕에 세포안의 화학반응은 환경에 무관하게 쉽게 일어난다. 세포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화학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반응들의 상당수가 당연히 서로 분리되어 일어나야하므로 구획화가 일어나며 세포는 여러 층위에 걸쳐 구획을 한다. 그리고 효소들은 서로 협력하여 한 반응의 산물이 곧바로 다음 반응의 기질이 일어나게 할수 있다. 

 리보솜은 단백질을 만드는 기구다. 새로운 단백질 분자를 만들려면 리보솜은 특정한 유전암호를 읽고서 그것을 단백질의 아미노산 문자 20개로 번역한다. RNA가 이를 위해 리보솜으로 이동하고 리보솜이 이것을 읽고 유전자의 저정 순서에 따라 아미노산을 한 줄로 이어 붙인다. 리보솜 1개가 1분에 무려 아미노산 300개 규모의 단백질을 합성한다. 

 모든 생물은 이 엄청난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동물에게 이 에너지를 생성하고 제공하는 기관은 세포내의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리아는 전자를 잃어 양전하를 띤 수소이온의 양성자를 미토콘드리아 중앙에서 자신을 감싸고 있는 이중막 사이로 이동시킨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내부보다 안쪽막 바깥에 양성자가 점점 쌓이고 지름이 1만분의 1mm에 불과한 통로로 양성자가 다시 쏟아져 들어온다. 그리고 들어오며 마치 댐의 물이 떨어지며 터빈을 돌리듯 미토콘드리아 내의 매우 작은 분자 회전 날개를 돌린다. 그리고 이 날개가 회전하면서 화학결합을 일으켜 ATP를 생성한다. 이 반응은 초당 150회의 속도이며 이 ATP가 생명의 보편적 에너지원이다. ATP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미세한 배터리 역할을 하는데 세포내 어떤 화학반응이 에너지를 요구하면 세포는 ATP의 고에너지 결합을 끊어 아데노신이인산으로 전환시킨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되고 그것을 이용해 세포가 화학반응이나 분자모터가 취하는 물리적 단계를 일으킨다. 


4. 정보로서의 생명

생물이 복잡하고 조직된 계로서 효과적으로 행동하려면 자신이 사는 바깥 세계와 자기 내면의 상태에 관한 정보를 끊임없이 모으고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세포의 모임으로서 생물은 자신의 안에서도 상당한 정보를 주고 받는다. 하지만 이를 분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는 진화때문인데 생물은 자연선택에서 살아남은 것으로 미리 이상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기에 가장 효율적이거나 가장 수월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인간의 눈이나 어이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이상한 턱 부분의 신경구조를 보면 그렇다. 이 모든 복잡성과 중복성 때문에 생물학적 신호 전달망과 정보의 흐름의 분석은 매우 어렵다. 

 폴너스는 생명을 정보라고 보는 관점에 함축된 의미로 세포너머로까지의 확장, 분자상호작용, 효소활성, 물리적 매커니즘이 어떻게 정보를 생산, 전달, 수선하고 저장, 처리하는지를 이해할 방법을 찾아내면 생물학의 모든 분야는 진정으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세포가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조직을 만들고, 이 조직이 어떻게 기관을 만들고, 이 기관이 어떻게 작동하고 협력하여 온전한 기능을 하는 생물을 만드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종내, 종간, 생태계 전체까지 확장하는게 앞으로 생물학이 나가야 할 길이라고 보고 있다. 

 생물학은 물리나 화학처럼 전체를 설명하는 어떤 법칙같은 것이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정보로써의 생명관을 토대로 한 생물학은 장래에 생물학 내에서도 이런 깔끔하고 전체에 적용될 원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폴 너스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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