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0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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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등교육과정에서 한국인은 공리주의를 배운다. 창시자인 벤담과 그 제자인 밀에 대해서 배우는데 벤담은 양적 공리주의, 밀은 질적 공리주의로 유명하다. 배부른 돼지가 되느니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표현이 그의 사상을 대표한다. 그런데 밀은 유명한 자유론도 썼다. 사실 난 좀 무지해서 둘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밀이란 이름 많지 않은가. 더군다나 영어권은 한자문화권처럼 이름을 짓는 것이 아니라 돌고도는 것중 고르니 말이다. 하여튼 밀이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는 평등과 더불어 두 개의 기둥이다. 자유에 대해선 나라를 막론하고 크게 두 전제가 적용된다. 하나는 개인은 자기 자신 외에 다른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경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 다른 하나는 개인이 다른 사람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동을 했을 때는 사회에 책임을 져야하고 사회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법적 처벌 부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 혹은 상당한 간접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개인은 자신의 행동에 스스에 대한 책임은 질지언정 다른 사람에 대해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범위안에서만 자유는 무한하다. 그리고 역시 자신의 자유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발생시키면 책임을 다해야하며 사회가 개인을 보호해야하는 경우 자유는 제한된다. 자살하거나 자해하려는 사람, 혹은 약물, 술 등에 대해 통제불능이 된 사람의 자유를 사회가 막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런 개념을 집대성한 것이 밀의 자유론이다. 책에도 나오지만 밀은 자신의 생각을 새롭게 만들었다기 보다는 당대의 자유에 대한 개념을 집대성하고 이를 논증한 것으로 보인다. 밀의 사상의 근저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자리한다.

 우선 공리주의로 질적 공리주의자인 만큼 육체적 형태의 쾌락보다는 지적이도 도덕적 쾌락을 우선시한다. 그 결과 행복의 질을 구부하여 도덕적 규범과 의무를 질적으로 더 높은 것과 연결시켰다. 경제적 민주주의는 공리주의적 근거위에 국가의 경제개입을 지지하는 것이다. 밀은 매우 사회주의적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자본주의를 반대하고 기업을 협동조합으로 대체해야한다고 보았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시민의 광범위한 참여와 통치를 찬성한다. 과거의 사람인만틈 대중을 무능하게 보고 엘리트에 의한 통치를 선호했지만 대중역시 지방자치를 통한 정치참여기회로 질적으로 발전할수 있다고 보았다. 밀은 노동자의 기술진보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무책임하게 아이를 많이 낳는 것에 반대했으며 이를 위해 인구조절정책을 중시했다. 마지막은 여성해방인데 밀은 인류의 절반인 여성이 집에만 갇혀사는 살림하고 애만 낳는 것에 반대했다. 여성이 해방되어야 사회가 근본적으로 쇄신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상의 기반하에 밀은 인간에게 자유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거론했다. 공리주의자인 만큼 자유가 주는 효용에 주목했는데 인간이 자유가 있어야만 최대의 효용이 사회와 개인에 발생한다고 보았다. 이는 자유가 주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로 인해 인류가 효용을 극대화하는 진리로 다가갈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개인의 개성의 발현으로 사회외 개인의 창의성과 생산성이 최대화로 다가갈수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각 개인이 진리에 도달하기는 매우 어려운데 여러 개인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이에 대해 서로 토론해가면서 진리로 다가갈수 있게 된다. 이런면에서 진리는 매우 중요하며 당대에 매우 맞게 여겨지거나 매우 말이 안되는 의견도 결코 진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이에 대한 반박이나 억압은 금지된다. 개인의 개성도 마찬가지다. 개인에게 사상과 표현 그리고 행동의 자유가 없다면 개인이 타고난 적성을 발휘해 역량을 키워나갈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정치적으로 매우 유능한 여성이 굴레에 갇혀 사회에 나갈 기회가 박탈되거나 매우 뛰어난 문학가가 될 자질을 가진 사람이 하인계층으로 태어나 교육받지 못한다면 역시 그러한 기회는 상실된다. 

 밀의 이러한 생각은 현대민주국가의 자유개념에 많은 영향을 미쳐 지금 들어도 매우 상식적인 논리로 통용된다. 특히, 자유의 근거를 철학이나 도덕적 근거에서 찾기보다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인간은 자유를 인간의 특별한 권리로 느끼고 오랫동안 마땅히 주어져야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인간은 농경지배사회로 전환된 이후 자유가 거의 박탈된 사회에서 살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세, 근세의 농민은 직업의 자유, 이전의 자유, 표현의 자유, 신체의 자유등이 거의 박탈된채 살았다. 평생 자그마한 농지에 갇혀 수탈당했고, 툭하면 군역이나 요역에 동원되었으며 다른 지역으로 웬만하면 이주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인간에게 자유가 주어진 것은 아무래도 산업화와 근대화의 역할이 크다. 개인의 존엄성에 대한 사상적 발전도 있었지만 시민 개개인을 교육하여 그 역량을 최대화하고 무엇보다 산업화로 수많은 사람들을 농지에 붙들어 놓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 사회적 상황이 자유의 허용과 매우 관련 깊다.   때문에 인간에게 자유가 지금 수준으로 허용된 것은 산업화,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한다. 그리고 상당수의 서구 민주국가는 이런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생존력과 효용을 높이기 때문이라 할수 있다. 즉, 개개인에게 상당한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사회국가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즉 사회 전체의 생존력과 효용을 떨어뜨리면 개인의 자유는 쉽게 억압된다. 지금의 코로나 상황이 그렇다. 국가사회의 생존 위기외 사회적 효용이 크게 떨어지자 시민 개인의 장사할 자유, 소비할 자유, 누군가를 만날 자유, 이동의 자유, 교육받을 자유, 혹은 백신을 안맞을 자유는 크게 억압되었다. 

 그래서 드는 또 다른 무서운 생각은 시민 개개인이 지금처럼 자유를 누리지 않는 사회나 국가가 가장 강력해지는 체제로 입증이 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떠올려지는 것은 당연히 중국이다. 미국이나 한국인은 자신들이 그런 것처럼 적당한 산업화가 이뤄져 경제수준이 올라가면 민주화는 자연히 따라오는 것으로 전제한다. 하지만 미국이 침공 후 돈을 퍼준 아프간과 이라크가 그렇지 못했고 일인당 소득수준이 16000달러에 달하는 중국 역시 민주화가 요원해보인다. 게다가 그 중국은 그런 자유를 억압하는 체제로 세계패권국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가 중요한 미래사회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데이터를 마구잡이로 이용할 수 있는 인구대국이면서 독재국가인 중국이 매우 유리하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은 딥러닝으로 학습하는데 15억에 가까운 인구의 양질의 데이터를 일관적으로 수집하여 이용할수 있다면 여러 면에서 인공지능 개발에 상당히 유리할 것이다. 빅데이터도 그렇다. 특정 질병을 진단하기 위한 데이터 혹은 마케팅이나 여러가지 패턴을 찾기 위한 데이터를 무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상당히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서구국가와 미국, 그리고 한국과는 다르게 개인의 자유를 상당히 허용하는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산업화를 이루지않고서도 국가사회가 상당한 경쟁력과 생존력을 보일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체제가 더 나은 것으로 판명되어 중국이 패권국이 되고 자신들의 체제를 미국이하는 것처럼 전 세계에 퍼뜨리려한다면 그 때서도 지금처럼 자유가 광범위하게 보장될지 의문이다. 한국과 서구 미국의 민주주의는 패배의 여파로 크게 흔들릴 것이고 따라가는 다른 나라들 역시 중국의 체제를 따르려할 공산이 커질 것이다.  

 자유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지만 솔직히 책 자체에서 건질만한 것은 많지 않다. 지금의 자유에 대한 통념적 사고 그 이상을 책은 보여주지 못한다. 200년전 책이나 당연할 것이다. 때문에 자유에 대한 자신의 사고를 더 확실히 하고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 책을 볼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전이니 그 맛을 보고 싶다면 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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