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제2국면 - 코로나 롱테일, 충격은 오래간다
우석훈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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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말 '88만원 세대'는 매우 좋은 책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신자유주의로 치달아 고용안정성이 붕괴된 상황에서 앞으로의 세대가 맞을 수 밖에 없는 세태를 잘 짚은 책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저자 우석훈이 쓴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예측한 책이 '팬데믹 제2국면'이다.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가 종식하면 모든 것이 과거로 회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코로나는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고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생각해보면 외환위기 시절도 그랬다. 그 어려운 시기만 넘어가면 이전처럼 대학에서 내내 놀기만 해도 기업에서 알아서 모셔가고, 취직 후 큰 사고만 안친다면 월급이 조금씩 늘면서 적당히 승진하고 알아서 정년이 오는 그러한 시기가 다시 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알다시피 세상은 외환위기 이후 근본적으로 변했고 과거의 시기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도 아마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우석훈은 이 책을 통해 그런 코로나 이후의 근본적으로 변화할 세상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예측했다.

 일단 팬데믹이 발생하면 제1에서 제4국면이 진행된다. 제1국면은 백신등장 이전의 시기로 팬데믹이 선언되고 마스크와 거리두기로 혼란에 빠지는 상황으로 일상에 마비가 온다. 2020년이다. 제2국면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이 보급된다. 백신의 유무에 따라 국제적 갈등이 고조된다. 하지만 백신은 100%의 방어력을 띄지 못하고 유효기간도 있다. 때문에 백신의 접종이 빠르게 이뤄지지 못하면 유효기간이 도래해 효과가 사라진다. 한편으론 제한적 관광과 백신여권이 도입된다. 2021년이다. 제3국면은 개도국과 저개발국가도 백신접종이 시작된다. 2022년일 것이다. 선진국 사이에서면 이뤄지던 관광이 부분적으로 여기서도 가능해진다. 제4국면은 아프리카와 저개발 국가도 백신이 보급되는 시기다. 아마 2023년 이후가 될 것이다. 팬데민 종료가 조심스레 거론되고 코로나 균형이 새롭게 국제적으로 형성된 가운데 한국의 위상은 그 어느시기보다 높아진다. 다른 나라들이 크게 쇠퇴한 가운데 홀로 어느정도 선방이란걸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산업군은 3개로 구분된다. A형산업은 줌같은 비대면 플랫폼, 반도체 산업, 재생에너지산업, 배달서비스등이다. 코로나로 수혜를 받아 크게 성장했으며 세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여 코로나 이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상가들은 크게 붕괴하여 예전의 위상을 찾지 못하고 도시근교 쇼핑몰 다수는 배달서비스에 밀려 그들의 물류창고로 전락하게 된다. B형 산업은 코로나로 충격은 받으나 단기충격이고 장기적으로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는 산업이다. 공공부문이나 발레처럼 규모가 작은 순수예술 분야다. C형산업은 충격이후 제자리로 회귀하지 못할 산업이다. 크루즈 산업이나 영화산업등이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관광이나 영화산업이 코로나 이후 예전의 위상을 회복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관광은 기반자체가 관광지내에서 혹은 여행업계에서 붕괴해버렸고, 전세계적인 회복도 아직 매우 요원하다. 영화는 OTT의 성장으로 이미 많은 것을 빼앗겨 버렸으며 따라서 코로나 이후에도 회복이 어렵다. 한국인은 매년 5-6회정도의 영화관람을 했었는데 집에 대부분 OTT 서비스가 생겨난 상황에서도 그런 수치를 보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들은 이미 자체제작이 상당한 수준이고 개봉까지 하고 있다.

 팬데믹은 디지털 전환과 선진국 현상을 한국에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노동시간은 줄 것이고 주4일제가 시행될 것이며 회식등이 줄고 직장민주주의도 강화될 것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한중일은 상대적 수혜자인데 중국은 진원지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방역태세와 의료장비, 생필품 수출이 증가하면서 무역흑자가 두배로 늘어났다. 한일도 여행이 크게 감소하고 수출이 의외로 늘어나는 부분이 생기면서 불황형 흑자가 늘어났다. 

 경기회복은 천천히 회복하는 U자형과 급격히 회복하는 V자형, 그리고 일본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장기침체하는 L자형이 있다. 팬데믹 이후에는 K자형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위부분은 회복하고 성장하지만 아래부분은 전혀 회복하지 못하고 침체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성장률이 하락하고 경제체질도 좋지 못하며 내부경쟁이 치열해진다. 빈부격차로 사회적 합의가 어려워지고 사회통합도 힘들어진다. 거기에 코로나로 국가가 강해지고 어려움이 겹치며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로 회귀하는 경향도 강해질 것이다. 

 신자유주의 이후 국가는 자본의 논리에 밀려 그 위력을 상실해왔지만 팬데믹으로 방역의 전면에 나서고 세계가 서로 단절되면서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거기에 중일갈등과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로 국가의 역할과 힘은 그 어느때보다 다시 중요성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지방의 존재도 두드러지게 되었다. 중앙정부에서 전체적인 방역의 틀을 잡아도 막상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이며 그 과정에서 존재감이 드러나게 되었다. 미국같은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엉터리 방역정책에 제대로 저항하는 주지사나 시장이 존재감을 드러내었고 한국에서도 초기 대구시장이 중앙정부와 갈등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은 앞으로 선진사회로 더욱 도약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독립성과 자율성에서 드러나는 차별성을 토대로 경제를 더욱 선진화하고 사회를 민주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에도 강한 중앙의 힘으로 인해 이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팬데믹은 한국 교육의 약한 고리와 우리의 교육이 어디에 집중하는지를 잘 드러내었다. 저자가 보기에 한국교육의 두 축은 돌봄과 대입이다. 실제 팬데믹 상황에서 다른 교육은 모두 원격화되며 사실상 질 관리가 포기되고 중지되었지만 돌봄과 대입만은 멈추지 않았다. 실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은 등교하지 않았지만 돌봄이 필요한 상당수 아이들은 긴급돌봄의 이름으로 등교했었다. 학교는 문을 닫은 적이 없는 셈이다. 대입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빨리 위험을 무릎쓰고 등교를 감행한 것이 고3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역설적이게도 위 두 상황을 연결하는 중학교 학생들이 가장 소외받는다. 저자가 보기에 중학교 시기는 학생이 한국인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고착되는 시기이며 두뇌발달상 과몰입이 많은 일어나는 시기다. 이런 시기의 학생들이 코로나 시기 가장 관리 받지 못하고 소외되었다는 것은 문제다. 대입교육행정에 투입되는 예산의 일부분만 써도 중학생을 위한 원격상황의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이 가능하다. 저자는 이를 계속 유지하여 팬데민 이후에도 성공적으로 교육계에 정착될수 있다고 본다. 

 팬데믹으로 기업들은 독점기업이 늘어나고 덜 경쟁적인 시장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큰 충격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향후 더 큰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한편 가계는 심각하다. 이미 부채비율이 전세계 1위다. 양적완화상황에서는 통화가 부유층과 기업으로 투입되었기에 통화량이 크게 늘어도 자산가격만 부풀지 인플레이션 상황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코로나 지원은 일반인에 직접 지원되기에 인플레이션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으로 금리 인상을 유발하기에 작금의 가계 부채 비율에서 가계가 견디기는 어렵다. 거기에 내수분야에서 비 숙련 노동자인 청년과 노인이 어려워지고 비수도권지역의 관광경제는 사실상 붕괴했다. 한국은 자영업자가 무척 많은데 이 역시 회복이 어려워 지금의 24.6%에서 다른 나라 수준인 10%후반까지 자영업 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팬데믹은 한국의 위상을 그 어느때보다 올려놓을 것이 분명해보이지만 상당수 국민들이 가난해지고 상위산업과 하위산업간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다. 또한 국가가 회귀한다. 이는 지역중심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더디게 할 가능성이 높으며 한국의 경우 일본처럼 지역개발을 토건으로 밀어붙여 좋지 못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저자는 우려한다. 공교육에 대한 재정투입과 좋은 프로그램 마련, 토건보다는 지역인재와 대학들에 대한 투자, 지방중심의 정책실행, 플랫폼 노동자등 비임금노동자들에 대한 정책마련, 지역대학들의 무상화와 지역대학간의 공동프로그램운영, 청년에게 다가올 충격완화를 위해 대규모라 갑작스레 없어지고 있는 공채채용 중지의 점진적 도입등이 저자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이뤄져야 주기적으로 다가오는 듯한 팬데믹이 한국사회가 더 잘적응할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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