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교육과정 - 교육과정 개발자로서 교사
교사교육과정연구회 지음 / 기역(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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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먼 과거에 교사에게 수업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맡은 아이들이 너무나도 많기도 했고 국가에서 요구하는 지식을 교과서로 잘 전달하고 암기시키는게 중요임무였다. 그래서 당시 교사들은 수업을 재밌게 잘 하기보다는 학습내용을 잘 정리해서 제시하거나 그 결과로 아이들이 시험점수를 잘 받는걸 중요시했다. 과거 선생님들이 이렇다할 설명없이 교과서 내용을 정리한 걸 잔뜩 판서한 후 아이들이 노트에 베껴쓰게 하거나 자신이 직접 제작한 궤도 같은 걸 보여주며 수업하는게 그 예다. 

 시간이 좀 지나 90년대 정도 들어서면서 열린교육의 등장과 함께 수업을 재밌게 하는것이 중시되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설명이라걸 좀 하기 시작했고, 재미를 위해 다양한 동기유발 게임이나 노래, 영상등이 마구 등장했다. 하지만 수업은 여전히 교과서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식도 여전히 주입식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 교과서를 넘어서려는 움직임이 등장한다. 교과서 재구성이란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교사들은 인디스쿨등의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교과서를 재구성한 학습자료를 공유활용하기 시작한다. 교과서의 재미없는 활동을 더 재미난 학습지와 활동으로 대체하고 교과서내용도 바꿔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국가에서 제시하는 교육과정 자체를 넘어서진 못했다.

 그리고 2010년대 들어 혁신교육의 등장과 함께 국가교육과정을 넘어서고, 지역과 학교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과정 디자인 또는 재구성의 붐이 일게 된다. 교사는 이제 지식의 전달자에서 수업을 재밌게 하는 사람, 그리고 교과서를 재구성하는 자를 넘어 교육과정을 만드는 사람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아직 모든 교과가 국가에서 제시하는 성취기준으로 묶여있지만 그래도 교사에게 교육전권이 주어지는 부분도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과 경기도교육청에서 올해부터 실시한 학교자율과정이다. 학교자율과정은 교과의 20%시수정도를 교사가 아이들과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제시한 장치다. 창의적 체험활동과는 달리 교과교육과정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교사를 교육과정의 제작자로 인정하고 그 시작을 연 시도로 매우 의미있는 시도다.

 이처럼 미래에 한국의 교사들은 각자의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해야하는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사회에서는 학생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시되고 그 배양을 위해서는 단순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에 의거한 지식전달보다는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이나 시도로 실제 역량을 배양하는 수준으로 교육과정을 기획해야하기 때문이다. 미래사회에서는 교육이 다양화하고 개별화할 가능성이 높다. 가까운 시일내에 거의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교육용 인공지능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고 학생들이 이를 통해 교과지식을 개별적으로 수준에 따라 습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식전달자로서 매우 다양한 수준의 학생을 한 기준으로 일방적으로 가르칠수 밖에 없고, 시간 투여도 매우 적을수밖에 없는 지금의 교사중심지식전달 수업은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경쟁이 되질 않는다. 그렇다면 미래 교사역할은 무엇일까? 지식전달은 인공지능에 맡기고 교사는 보다 고급지식을 구성하는데 초점을 두고, 인공지능에 따른 학생의 지식습득정도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지식을 습득한 정도를 바탕으로 개별적으로 혹은 모둠별로 역량을 배양할수 있는 실제적 문제해결과정을 갖는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지역과 학교의 특성, 그리고 학생의 특성과 흥미,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고려하여 교육과정을 구성하게 될 것이고 이것이 교사별 교육과정이 될 것이다. 

 교사가 교사별교육과정을 구성하는데 있어서는 3가지 고려요소가 있다. 

하나는 출발점, 하나는 크기, 하나는 행위다. 출발점은 환경과 내용, 학생이다. 교사는 교육과정을 구성함에 있어 주변환경(아마도 지역적 특성이나 학교의 특성)을 고려하게 되고, 국가수준에서 제공하는 성취기준이라는 교육내용도 고려한다. 그리고 이 내용이 학생의 흥미와 적성, 그리고 학생에게 적합한 것인지를 고려하게 된다. 이게 출발점이다.

 크기는 그 교육과정의 크기다. 만약 교사가 학생의 흥미 그리고 주변환경, 교육내용을 모두 고려해 학생이 거주하며 맞닥뜨리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기획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교육과정을 얼마나 오랫동안 운영하도록 기획하는지가 크기다. 이 프로젝트는 일주일이 될 수도 있고 일개월 혹은 한학기가 될 수도 있다.

 마지막은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교사의 행위다. 교사는 구성한 교육과정의 의도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조직해야하는데 여기서 선택, 조정, 창조를 할수 있다. 선택은 기존에 교사커뮤니티나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장학자료중 적합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고, 조정은 기존의 자료를 학생과 학교. 지역, 교사의 의도에 맞게 적절히 변형하는 것이며 창조는 자료를 교사가 새로 개발해내는 것이다. 

 교사가 스스로 구성한 교사교육과정개발은 이런 출발점과 크기, 행위로 구성된 3차원 입방체의 한 부분에 해당한다. 위에서 언급한 마을의 문제해결 프로젝트는 출발점이 환경이고 ,크기는 이 개월이며, 학습내용을 교사가 새로 만들었다면 창조에 해당한다. 책에는 이런 관점에서 초등교사들이 다양한 크기와 출발점, 행위로 실천한 교사교육과정의 예가 실려있다. 예가 너무많다보니 이론적 내용이 좀 적다는게 이 책의 단점이다. 물론 구체적 예를 더 많이 원한다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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