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1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 문장은 이 소설의 첫머리에 나온다. 강렬하다. 책을 평론한 사람들도 그렇게 말하곤 했는데 막상보니 진짜 강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소설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과 사건을 관통하는 것도 결국 이 문장일 것이고, 현재 우리 삶도 그러할 것이다. 역사책에는 온갖 사건과 문명의 흥망성쇄가 나오지만 그건 중심인물 위조로 쓴 몇 안되는 증거에 기반한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역사는 그것에 의해 시대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역사가의 어쩔수 없는 서술이 된다. 당대에 사람들은 그런 시대적 영향이 자신의 인생을 망쳐놨겠지만 그래도 생존을 위해 자식을 위해 사랑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았을 것이다. 

 파친코 1권은 1910년에서 1949년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작가 이민진은 한국계 미국인인데 아버지는 함경도 출신, 어머니는 부산 출신이다. 1970년대 미국으로 이민갔다. 그리고 남편이 일본계 미국인으로 작가는 북한과 남한, 일본, 재일동포, 이민이라는 배경을 갖고 이 책을 쓸 수 있었다. 책으로 들어가보자.

 1910년 부산에 한 부부가 살았다. 자기 집 하나 없이 세를 얻어 살고 있지만 집은 14평이나 되었고 안에 방도 여러개가 있어 하숙집으로 운영했다. 남편은 고기를 잘 잡았고, 아내도 그러해 집엔 돼지가 서너마리 닭도 10마리 가량이 있는 알부자였다. 그런데 부부는 자식복이 없었다. 애가 좀처럼 생기지 않다가 간신히 훈이를 얻었다. 그런데 훈이는 언청이에 다리가 불편했다. 그런 훈이였지만 그는 힘이 셌고 성실했으며 착했다. 훈이가 27-8이 되자 중매쟁이가 찾아왔다. 마침 영도에 가난한 이가 살았는데 딸만 서넛이어서 생계가 곤란했다. 그 어부의 막내딸 양진이 그렇게 훈이의 배필이 됬다.

 장애를 가진 훈이는 아내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매우 기뻤다. 훈의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훈은 아내에게 매우 잘해주었고 살림도 나쁘지 않았지만 훈이 역시 부모처럼 자식 복이 없었다. 첫째는 훈이처럼 언청이였고 얼마안가 죽었고 둘째는 소에 치여 죽었으며 셋째는 설사와 열병을 앓다 죽었다. 그러다 얻은게 넷째 선자였다. 훈이는 선자를 금지옥엽으로 키웠다. 자신과 다르게 정상으로 태어난게 기뻤고 그래서 무척 아꼈다. 하지만 훈이의 부모님은 모두 죽고, 훈이도 선자가 10살쯤 될 무렵 결핵으로 죽었다.

 그렇게 훈의 아내 양진은 훈이 물려준 하숙집을 운영하며 선자를 키워낸다. 선자는 작고 예쁘지 않았지만 튼튼하고 성실하며 매력이 있었다. 그런 선자를 눈여여 본게 한수였다. 한수는 조선인이었지만 부자였고 일본어에 능통했으며 매력이 있었다. 나이는 삼십대 중반으로 선자 어미니 양진뻘이었다. 한수는 일본인 학생에게 곤욕을 치루던 선자를 구해주고 이를 계기로 가까워진다. 선자는 한수의 아이를 임신하지만 그제서야 한수가 일본 오사카에 아내와 딸 셋을 가진 유부남이었음을 알게된다. 한수는 선자를 조선인 현지처로 거두고 보살피려 하지만 선자가 이를 거부한다. 

 그런 선자에게 손길을 내민건 양진의 하숙집에 기거하던 이삭이다. 이삭은 평양에서 내려온 목사로 약한 몸이었지만 형 요셉이 머무는 일본 오사카로 가려던 중 오래 여정으로 결핵에 걸려 양진의 하숙집에 머물고 있었다. 양진 모녀의 돌봄으로 병이 나은 그는 자신이 선자를 구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남의 아이를 가진 선자와 결혼해 일본 오사카로 향한다.

 선자는 거기서 요셉과 그의 아내 경희를 만난다. 선자는 자신과 이삭을 거두기 위해 입국허가증을 사느라 거액의 빚을 진 요셉을 위해 한수에게 받은 시계를 전당포에 판다. 그리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일본에 적응해간다. 그리고 한수의 아이 노아를 낳고 이삭의 아이 모자수를 낳는다. 노아는 영특하고 공부를 잘했고, 모자수는 무척 귀여운 아이였다. 이런 아이들을 요셉도 무척 좋아했다. 

 행복은 잠시였다. 노아가 8세가 되던 해 이삭 교회 신자가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이삭이 이를 옹호하다 수감된다. 2년의 수감기간 동안 옥바라지를 하느라 가세가 기울자 선자는 시장통에서 김치를 판매하고 김창호란 식당주인의 눈에 들어 경희와 함께 식당에 취직하게 된다. 경제문제는 해결되었지만 2년후 돌아온 이삭은 초주검상태였다. 죽을때가 되어서야 감옥에서 죽으면 곤란하니 풀어준다던 사람들의 말이 사실이었다. 이삭은 2년간 자라난 자신의 아이들을 보며 죽는다. 

 1944년이 되어 2차대전 말미로 식당의 요리도구까지 모조리 징발되어 식당이 문을 닫는다. 그런데 한수가 갑자기 나타난다. 사실 한수는 선자가 전당포에 자신의 시계를 파는 시점부터 선자가 오사카에 와 있음을 알아차렸다. 전당포도 한수의 세력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김창호가 운영하던 식당역시 한수의 것이었다. 사실 한수는 선자 모르게 선자와 아이를 돕고 있었다. 그런 한수는 일제의 패망을 예상하며 오사카는 폭격의 대상이 되어 위험하니 선자와 경희를 설득해 그 일가를 농촌으로 대피시킨다. 그리고 양진도 농장으로 데려오고 한수의 말처럼 일제를 패망한다. 

 일제의 패망후 선자나, 양진, 경희, 요셉은 조선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한수는 만류한다. 양 세력으로 분단된 나라는 패전국 일본보다 훨씬 위험했다. 충돌이 뻔했다. 그러면서도 한수는 노아에게 조선어를 배우게 한다. 결국 조선이 독립했으니 언젠간 조선으로 돌아갈수도 있음을 직감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1편의 간략한 내용이다. 몇대에 걸치는 긴 서사에 다양한 사건과 전환되는 배경, 인물들의 운명이 아프게 느껴지지만 그걸 담백하게 서술해내어 상당히 흡입력이 있었다. 첫문장처럼 끔찍한 시대적 배경에도 조선인들은 일본에서 악착같이 살아낸다. 독립운동이든 친일이든 그건 그들의 일이 아니었다. 힘든 와중에도 어떻게든 살아내고 자식을 키우고, 사랑을 지키는 것이 그들의 일이었던 것이다. 2권은 1953-1989년이 배경이다. 한국전은 어떻게 담아낼 것이며 해방한 조국에 한수와 노아, 경진, 선자, 모자수, 요셉이 어떻게 들어가게 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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