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긴 세계 지구종말 시리즈 1
제임스 G. 발라드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로버트 케런즈는 40세 정도 되었다. 2154년의 지구에 살고 있는데 지구는 사실상 멸망했다. 그런데도 그는 최고급 리즈호텔의 스위트룸에 살고 있다. 모든게 최신식이고 쾌적하다. 과거 이름 모를 부자를 위해 준비된 곳이다. 다만 그 호텔엔 그 혼자 살고 있고, 이 호텔 역시 반쯤 침수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구는 물에 잠겼다. 이유 모를 태양의 변덕에 강한 태양풍이 몰려들었고 이게 지구 자기장을 망가뜨려 태양복사에너지가 그대로 밀려들었다. 기온이 극적으로 상승해 극지방의 기온은 무려 90도 가까이 치솟았다. 자기장이 망가져 방사능도 밀려들었다. 높은 기온에 방사능의 영향으로 지구 동식물들은 극적으로 빠르게 진화한다. 커져버린 곤충들이 들끓었고 포유류는 거의 절멸했으며 속씨식물들도 거의 사라지고 거대 양치식물이 지구를 뒤덮기 시작했다. 파충류는 전성기를 다시 맞았다. 

 기온이 높아지고 열대를 중심으로 점차 폭풍우가 지구 각지를 덮쳤다. 극 지방들의 얼음은 모조리 녹아 해수면을 수미터 높였는데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이 주로 해안지역인 만큼 많은 중심도시들이 수장되어 석호로 변해버렸다. 그런데 무너진 얼음들과 함께 동토층의 토사들도 바라도 밀려들어 해수면 상승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육지의 표면적은 늘어버렸다. 낮게 퍼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바다는 오히려 지구 전체의 2/3에서 1/2정도로 감소한다.

 사람이 살기 적합한 지역은 극지방만으로 한정되었다. 러시아 북부의 그린란드, 남극대륙 정도다. 서식지도 줄어들었지만 방사능때문인지 기후변화 때문인지 동물들의 생식력이 크게 감소했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어서 부부 열쌍중 겨우 한쌍이 간신히 한명 정도의 아기만 갖는게 허락되었다. 세계인구는 500만으로 감소했다. 이게 케런즈가 살고 있는 세계고, 작가가 묘사한 물에 잠긴 세계다.

 케런즈가 있는 지역은 한낮에 무려 60도까지 올라가고 습하며, 한방만 물려도 타격이 큰 거대 말라리아 모기와 이구아나떼들, 악어떼들로 가득차있다. 그런데 여기가 런던이다. 북위 50정도의 지역인데 이 지경이다. 런던엔 당연히 사람이 살고 있지 않고 케런즈를 비롯한 일련의 군인무리들이 생물연구를 위해 파견나왔다. 이들은 거의 2년가까이 체류하다 열대폭풍우의 곧 이지역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 철수는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케런즈는 지옥같은 이 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 그리고 파견중인 군인 대부분이 중생대 지구의 꿈을 꾸기 시작한다. 바드킨 박사는 이걸 우리 인류가 오래도록 진화해온 생물의 과거 기억이 재현되는 걸로 판단한다. 사람의 유전자에 생물로 진화해온 과정의 기억이 각인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인지 죽음을 반드시 보장하는 남쪽으로의 탈영병도 등장한다.

 그리고 케런즈는 연인 달과 바드킨 박사와 런던에 남는다. 이후 스트랭맨이랑 이상한 녀석이 일당과 함께 등장한다. 스트랭맨은 점차 부하들과 함께 광기에 휩싸이고 석호의 한편을 막고 펌프를 이용해 수미터 물에 잠겨 있던 런던을 다시 육지로 만들어낸다. 물속에 잠겨 신비함을 불러오던 런던에 막상 물이 빠지니 하수구이자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이후의 이야기는 이 스트랭맨 일당과 케런즈의 갈등, 그리고 케런즈가 이 일련의 일이 해결됨에도 런던을 다시 수장시키고 남쪽으로 향하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며 마무리된다.

 소설은 무척 흡입력이 있다. 나온지 오래되었고 세계 종말 3부작의 첫 작이다. 작가인 밸러드는 일단 첫 작에선 세계를 물에 빠뜨리고 다음 작에선 불에 태우며 마지막 작에선 태양풍을 굽는다고 한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아 더욱 경각심을 갖으며 읽었다. 유전자에 각인된 생멸의 기억 이란 개념도 재밌다. 더운 여름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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