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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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무척 덥다. 장마가 이런 식으로 끝나는 건 처음이다. 지구온난화가 아직 본격화하기 전인 1994년엔 한반도 아래에 머무르던 정체전선이 갑자기 일거에 위로 밀려 올라가며 이렇다할 비 없이 장마가 끝나 기온이 40도를 기록한 적이 있다. 하지만 미처 올라오지 않은체 정체전선이 사라진건 뭘까? 앞으로 장마는 이런식으로 진행될지도 모르겠다. 다행인지 6월에 비가 많이 내려 한반도는 그다지 많이 달궈지진 않았다. 원체 더운 일부지방을 제외한다면 아마 40도를 찍긴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더우니 책도 손에 안잡힌다. 더울땐 추리소설이나 가벼운 책이 좋다. 그래서 내가 사랑한 화가들을 봤다. 가볍게 예쁘게 예술에 다가가게 할 만한 책같았고, 예상은 뭐 거의 맞았다. 저자는 작품에 다가가는 여러 방법중 그 예술가의 삶을 아는 방식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지극히 맞는 말이며 그래서 책은 예술가들의 삶을 가볍우면서도 빠짐없이 그 굴곡을 다룬다.

 모딜리아니는 그림이 무척 특이한데 사람들의 목과 얼굴이 모두 길고 눈이 길게 째졌다. 모딜리아니는 조각 작품도 많은데 원래 조각가로 출발했다가 재료가 너무 비싸 공사장에 굴러다니는 안 좋은 재료를 썼고 가난한데도 조각하며 분진을 마셔 건강을 상해 회화로 돌아섰다고 한다. 모딜리아니 작품의 인물이 이리 길쭉한건 당시 아프리카 조각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란다. 

 그림을 볼때마다 가슴이 무척 아프고 마치 영화 쏘우의 장면을 보는 것처럼 내가 아프게 느껴지는 프리다 칼로. 삶이 너무 불행하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 한쪽이 웃자랐고 그로 인해 절게된다. 무사히 어른이 되어 대학에 가서 연애도 하지마 버스가 전동차와 충돌하는 대형 사고로 온몸이 부서진다. 다리는 산산조각 났고 부서진 손잡이가 자궁을 뚫어 평생 생리불순에 아이를 갖기 힘든 몸이 된다. 남편 디에고를 만났는데 아버지뻘의 나이에 무척 비만한 몸임에도 바람둥이에 여자가 끝이질 않았다. 최악을 프리다의 동생과 디에고가 바람을 핀 것일 것이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따로 없다. 프리다의 그림을 보면 장기와 피, 상처들이 많은데 이런게 아프게 느껴진건 프리다가 의학을 전공하였기에 이를 무척 사실적으로 표현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로드레크 포스터라는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유명한 귀족출신인데 조상들간의 근친상간으로 농축이골증이라는 뼈가 잘 부러지는 병을 앓게 되었다. 어릴적 닿기만 해도 뼈가 부러지곤 했는데 다리가 크게 부러진 이후 다리는 자라지 않고 상체만 자라 이상한 외모를 갖게 되었다. 로드레크는 알폰스 무하처럼 포스터를 그렸는데 무하가 순정만화 같은 일러스트를 그렸다면 르도레크는 대상을 미화시키지 않고 단순화하여 그려냈다. 그는 댄서나 무희들의 삶은 많이 그려내어 하층민을 주인공으로 만들었고 역동적인 무용장면과 말을 많이 그렸다. 움직임에 대한 갈망이었을 것이다. 

 캐터 콜비츠는 독일의 작가다. 그는 예술의 존재 의의를 사회참여라고 생각하고 처음엔 하층민과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했고, 1차대전과 2차대전에서는 전쟁의 참상을 비판했다. 콜비츠와 남편은 매우 진보적이었음에도 불행히도 뜻대로 되는 자식은 없는 지라 둘째아들 페터가 1차대전에 나갔다 불과 열흘만에 전사한다. 그리고 2차대전인 1942년엔 같은 이름의 손자페터도 전쟁에서 전사한다. 콜비츠는 반전운동에 열심히 참여했고 예술을 사용했다. 회화보다는 판화가 노동자의 현실과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는데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나치 독일에 반대했지만 나치가 들어섰고 그녀의 작품은 베를린이 폭격당해 대부분 소실되고 만다. 

 이 책엔 고갱과 샤갈, 클림트, 알폰스 무하, 에곤 실레의 삶도 실려있다. 그들의 작품과 함게 가볍게 삶을 느껴보는데 좋다. 여름에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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