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학교 공간 이야기
고은석 외 지음 / 북트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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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본 학교공간개선 책들은 사실 장밋빛 같았다. 책에 수록된 사진 하나하나가 정말 예뻤고, 이런 학교라면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만족하며 아름다운 교육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런 학교를 짓기 위해서 수면 아래서 열심히 그리고 처절하게 갈퀴를 휘저어야 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이 책에 수록되었다. 책 표지에는 교육청 추천도서인데 정말 처절하게 교육청을 비판한다. 

 아직 학교공간 개선이 어색하던 2017년 한적한 광주광역시의 작은 시골학교에 한 선생님이 학교공간 개선을 추진한다. 혁신교육감이 등장하고, 학교 공간에 대해서도 윗선에서 나름 떠들고 약속도 하던터라 기대에 부풀었다. 힘들게 선생님들, 학부모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거 거의 교육기부다 싶은 금액으로 업체도 입찰한다. 이 모든걸 학교 선생님이 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데 교육청이 어깃장을 놓는다.

 분명 사용자 참여설계를 한다고 했는데 그들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원하는 실과 교실 갯수를 물어보고 총액을 설정해버린다. 교육주체들의 의견이 반영된 주요 시설들도 안전을 이유로 관행을 이유로 법을 이유로 퇴짜놓아 버린다. 아마 지금 어른들은 잘 모를 것이다. 일선 학교에 그네가 없다는 사실을. 대충 10여년 전인가 한 아이가 그네에서 놀다 다쳤고 그후로 안전을 이유로 학교에선 그네가 사라졌다. 그 뿐이 아니다. 십수년을 멀쩡히 있던 놀이터를 갑자기 안전진단을 했고 그 멀쩡한게 대부분 안전진단 불합격을 하자 반년 혹은 수개월을 펜스를 쳐놓고 아이들이 이용못하게 했다. 그리고 돈을 들여 기존 것과 거의 다를바 없는 새로운 놀이터를 구축했다. 이게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하여튼 건축에서도 비슷했나보다. 벽돌을 흰색으로 하고 싶다는데 자기들 마음대로 단가를 맞추느라 붉은 벽돌을 가져오고, 간신히 주무관을 가르치고 시선을 유도해놓으면 어느샌가 보직이 변경되어 다른 사람이 와서 다시시작하게 만든다. 교육장이나 장학사니 하는 사람들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선생님은 상당히 직설적으로 그들을 비판하는데 이런건 정말 필요하다. 잘못한 사람은 잘못했다고 호되게 나무라고 비판해야 한다. 언제까지 한국 사회 모든 분야에서 기계적 균형이나 맞추고 앉아야 할까나.

 학교공간 개선에 있어 저자는 학생,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한다. 그 단계가 유용해보인다. 우선 학생 워크숍

1. 기억하자

-일상을 기억하고 학교를 들여다보기

2.탐색하자

-학교지도 표현하고 장소 소개하기

3.만들자

-내가 바라는 학교 전체 모습 구상하기

4.상상하자

-키워드 배치를 바탕으로 학교 공간 모형 만들기

5.공유하기

-우리가 바라는 미래 학교 이야기하기


교사 워크숍

1.학교 살펴보기

-학교에 대한 이미지, 우리 학교에 해당하는 단어, 교사들의 장소 인식 및 현황 해석

2.학교의 구조, 공간과 행위

-학교의 구조 파악, 우리 학교에서 원하는 활동과 공간의 해석

3.학교의 환경 비전과 요구

-우리 학교 기대공간과 공간 내 활용

4.교실 보기와 학교공간 구성

-학교 교실 활용 현황과 관련 영역 확인


학부모 워크숍

1.학교 일상의 기억

-학교에서 가장 기억나는 하루 표현하기, 학교 지향점 공유

2.학교 공간의 탐구

-교육 지향점에 따른 공간 키워드, 키워드가 담긴 학교 공간 이미지 표현하기

3.교육 공동체속 학교 공간의 지향점 찾기

-학교교육 공동체의 의미와 지향점, 교육 공동체의 구체적 역할 놀이

4.다시 만든 학교에 가기

-학교 공간 디자인 이슈 발견하기, 학교 필요공간 도출, 교실의 역할과 범위 논의


책은 학교 공간개선에 관한 책이지만 학교교육과정에 과한 논의도 깊다. 양자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근무한 학교는 분교였다고 다시 본교가 될정도로 무척 작은 학교였다. 그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정말 많은 예술활동과 도전활동이 학교교육과정에 들어차있었다. 때문에 담임교사가 무엇을 할 여지가 거의 없는 수준이었는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학교교육과정은 목표와 방향성만을 제시해야지 지나치게 촘촘하면 안된다고 한다. 

 또한 학교교육과정에 안식년도 필요하다고 한다. 첨 듣는 주장인데 신박하다. 모두가 과도한 교육과정에서 버리기를 해야한다고 하는데 사실 다 필요해서 뭣하나 버릴게 없다. 이럴때 다 같이 한번 유예하는 안식년을 두자는 것이다. 아무래도 한 번 안해보면 그 필요함과 필요없음에 대해 절감하지 않을까나. 

 마지막으로 재밌던건 학교 공간 개선 과정에서 남향건물에 대한 포기였다. 건축업체는 관성처럼 남향 교사건물을 디자인해왔는데 그리되면 아이들이 운동장으로의 접근성과 동선이 크게 퇴행하였다. 때문에 건물을 서향으로 바꾸어 동선을 확보했다. 또한 학교 교실이 남향일 경우 수업시간인 낯시간에 해가 강하게 들이쳐 하루종일 블라인드를 해야한다는 점. 그리고 남향이 가장 효과적인 겨울철 정작 학생을 방학이라 학교에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참 좋았다. 또한 최근 학교공간 혁신에서 아이들의 운동장 및 숲속, 텃밭등으로의 접근성을 강조해 교실을 1층에 배치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 학교 아이들은 작은 학교 아이들이어서인지 1층 교실을 싫어했다. 높은 곳에서 학교의 풍경을 조망하고 싶어했고 그 결과 3-6학년 학생들은 2층에서 생활하게 건축이 진행되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다들 아파트에 살아서 익숙해서 그렇지 어릴적 단독 살땐 항상 높은 풍경을 그리워했다. 높은 곳이 주는 묘미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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