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종 인간
팻 시프먼 지음, 조은영 옮김, 진주현 감수 / 푸른숲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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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길, 베스,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종류와 서식지가 다른 이들을 일컫는 공통의 단어는 외래 침입종이다. 침입종이란 한 생태계 내에 난데없이 완전히 새로운 생물체가 등장함으로써 전체시스템을 망가뜨릴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종을 말한다. 한 생태계는 오랜 기간 각 개체와 종간 균형이 이루어진 상태인데 이러한 곳에 생존력이 높은 새로운 종이 등장하면 기존의 질서를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이런 침입은 보통 해당종의 이동과 지리적 영역 확대로 이루어지는데 인간은 전세계 곳곳을 누비며 여러 종을 같이 데리고 다녀 기존 생태계는 물론 본인도 해결못할 침입종을 양산해왔다. 호주대륙에 자리잡은 토끼가 지금도 해결이 안되고 있는 것이나 고기로 먹으려다 업체가 망해 전국에 풀려버린 한국의 뉴트리아가 그런 예다.

 하지만 지구역사상 다른 종들이 보기에 혹은 제3자가 될 수 있는 외계생명체가 판단하기에 최악의 침입종으로 판명될 만한 것은 단연 인간이다. 인간은 20만년전 등장해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세계로 침입하며 각지의 생태계를 경천동지하게 바꾸어놓았고, 경쟁 최상위 포식자나 거대 포유류를 상당수 절멸시켰다. 이 대상엔 같은 호모속도 예외가 아니어서 전세계 동식물중 같은 속중 단 하나의 종만 남아 있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가 가장 최근에 절멸시킨 것으로 생각되는 호미닌이 인간과 마지막으로 공존했던 네안데르탈이다. 네안데르탈은 과거엔 인간과 공존한 적이 없던 것으로 여겨졌고, 공존했던 것으로 밝혀진 이후에는 서로간에 이종교배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되었고, 이종교배가 일어났던 것으로 밝혀진 다음엔 문화나, 언어, 도구, 협력능력이 뒤쳐진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인간과 네안데르탈은 상당시간을 공존했고, 네안데르탈과 인간은 특히, 유럽 동아시아인을 중심으로 1-4%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그리고 네안데르탈은 인간보다 덩치와 두뇌크기가 크고, 매장이나 약간의 언어사용, 도구, 의복, 예술활동을 영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간못지 않은 능력을 갖춘 네안데르탈은 인간이 자신들의 본고장인 유럽에 침입하자 불과 수천년안에 절멸했는데 인간의 지리적 영역확대가 오랜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거의 지역마다 인간과 조우하여 얼마 되지 않아 사라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네안데르탈은 어떤 면에서 현생인류와 달랐기에 경쟁에서 밀려난 것일까

 우선 네안데르탈의 크기다. 네안데르탈은 현생인류보다 12-15%정도 체중이 더 나갔고 근육질의 몸이었다. 때문에 기초대사량이 높았는데 네안데르탈과 인간이 만나던 시기는 M3기로 춥고 건조한 기후와 온난하고 습윤한 기후가 반복되며 빙하기로 치닫는 시기였다. 아무래도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생물이 불리한 시기다. 다음은 그들의 사냥방식이다. 유적조사결과 네안데르탈은 인간처럼 협업하기는 했지만 강한 힘때문이었는지 창등의 근거리 무기로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 기습사냥하는 방식을 즐겼다. 이는 위험부담이 큰 사냥방식이고 사실 초대형 초식동물이나 대형육식동물을 압도할수 없는 사냥방식이다. 또한 원거리 무기가 없기에 사냥한 사체를 오래 지키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네안데르탈은 의복은 있었지만 뼈바늘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엉성한 가죽옷을 입었을 것으로 생각되며 화덕은 열효율구조나 은신처의 형태도 현생인류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 생존을 위한 문화적 보완재가 약했던 것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강력한 경쟁압력이 등장했으니 그것이 현생인류다. 절멸의 결정타가 된 것이다. 

 반면 현생인류는 네안데르탈에 비해 장정이 많았다. 기초대사량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육식을 고집한 네안데르탈에 비해 수생식물이나 채식, 작은 동물등 가리지 않고 먹어 더 영양균형적이고 식량수급이 안정적이었다. 또한 힘이 약한 대신 활이나 투창, 투석기등의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여 안전하게 대형동물을 사냥할수 있었고, 압도할수 있었다. 그리고 뼈바늘과 효율이 높은 화덕, 메머디 뼈와 가죽등을 활용한 움집, 동굴등의 은신처사용으로 추위에 잘 견뎌낼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주장하는 네안데르 탈과 현생인류강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가축화능력이다. 사실상 이것이 둘의 운명을 갈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가축화한 개의 등장은 대충 3만2천년에서 1만8천년 사이인데, 정확히 현생인류와의 조우로 네안데르탈이 절멸한 시기와 일치한다. 개는 사냥용가축으로 쓰임새가 많았는데 우선 무리생활을 하기에 인간을 우두머리로 삼고 같은 개들끼리 협력이 가능했다. 그리고 번식이 빠르고 성장속도가 높았으며 인간이 좋아하지 않거나 식량으로 삼을 수 없는 것들도 먹을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사냥하는 방법을 알고 무리사냥으로 그 형식이 인간과 유사한 것도 큰 장점이었다. 

 이런 늑대-개의 등장과 동시에 당대 가장 사냥하기 어려웠던 생물인 메머드의 사체가 대량으로 인간 유적지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늑대-개는 사냥할때 인간에게 매우 큰 장점을 주었는데 연구결과 인간이 개와 함께 사냥할때 사냥하는 고기의 양이 무려 56%나 증가하였다. 그리고 개는 같이 사냥하면 뛰어난 후각과 추격능력으로 사냥하는 시간을 줄여주고 사냥하는 동물의 양은 크게 늘려주었다. 또한 개는 이동할때 무거운 짐 혹은 사냥한 고기를 운반하는 것도 가능하며 썰매를 이용한다면 인간을 수송하는 것도 가능했다. 과거 개는 막 사냥한 사체를 인간이 해체하는 동안 경계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되며 남성 인간들이 사냥을 나갔을때 다른 포식자나 네안데르탈, 혹은 다른 인간으로부터 촌락의 여자와 아이를 보호하는 역할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가축화는 우위관계는 분명하지만 기본적으로 상호호혜적인 것인만큼 개가 얻은 것도 적지 않다. 야생을 포기한 대가로 개는 인간에게 붙어 매우 안정적인 식량 수급을 기대할수 있게 되었다. 또한 다른 육식 경쟁 길드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으며 인간의 주거지는 개에게 매우 안락한 서식지가 되어주었다. 

 결국 현생인류는 침입종으로서 네안데르탈과 다른 대형육식동물이 최고 포식자로 자리잡던 아시아와 유럽인로 침투해 그들을 절멸시켰다. 당시는 기후 변화로 네안데르탈과 다른 상위포식자들이 고통받던 시기였으므로 강력한 최상위 포식경쟁자로서의 인간의 등장은 다른 육식길드종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실제 과거 미국서부에서 농장주들이 늑대를 전멸시키자, 코요테가 크게 번성했는데, 엘크무리의 과다번식으로 초지가 황폐화하자 늑대를 다시 도입한 일이 있었다. 육식길드의 경쟁자로 늑대가 가장 먼저 한일은 코요테를 공격하고 죽이고, 먹이를 뺏는 일이었다. 비슷한 일이 인간에 의해 네안데르탈과 최상위 포식자들에게 일어났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개라는 강력한 첨단 도구가 더해지자 그 효과는 극대화되었을 것이다. 물론 인간이 네안데르탈 자체를 공격하고 죽이거나 혹은 먹이로 삼는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고 실제로 그런 유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이 네안데르탈의 먹이가 되는 메머드나 다른 대형초식동물을 어려운 기후환경에서 보다 빠르게 독식하기 시작한 것은 환경의 악화로 어려움에 처한 네안데르탈에게 결정타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결국 최고의 침입종은 인간자신이었음을 부인하기란 어려운 일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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