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모님도 서울태생이고 나 역시 서울태생이며 그래서 마땅히 친가와 외가가 모두 서울인 나는 서울 이외 지역을 상상만 하고 살았다. 국딩땐 서울이 되게 크다고 생각했었고(대한민국에서 마땅히 가장 클 것이라 생각했다. 나중에 경기도가 더 크다는걸 알았을땐 충격이었다) 서울 이외 지역은 시골이라는 이름으로 퉁치고 살곤 했다. 그랬던 사람이 지방을 군생활 중 처음 경험한 이후 직장이 경기 지역에 자리하여 지방에서 가정을 꾸려 살고 있으니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다.

 서울태생임에도 지금에 비하면 많이 저렴한 2천년대 초중반의 서울 집값이 난 당시 무척 비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기다 얼마 안되는 내 종잣돈과 급여를 매몰해가며 십수년을 대출과 이자를 감당하며 살아가느니 당시 부동산 값이 싼 지방에 자리 잡아 사는게 어떨까란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처음 읽은 지방에 관련한 책이 강준만의 '지방은 식민지다' 였다. 모든 것이 수도권에 몰린 한국의 현실을 잘 지적하고, 지방 삶의 쾌적함과 지방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책이었다. 다음책은 '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로 지방민의 입장에서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지방재정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책이었다. '지방소멸'은 일본 책으로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로 지방소멸 위기를 겪는 일본의 현 주소를 제시한 책이다. 텅 빈 집 문제와 소멸 대상 도시로 65세 이상 인구와 20-39세의 가임기 여성수를 비교해 노인 인구가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지역을 소멸 대상 지역으로 꼽았다. 지방의 생존전략으로 거점도시 개발과 주변 지역의 연계를 꼽은게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본 책이 제목조차 살벌한 마강래 교수의 지방도시 살생부다.

 최근의 지방과 수도권의 상황은 더욱 극변하고 있다. 서울로의 집중은 더욱 심화되어 몇년 전 마침내 서울과 인천, 경기를 합친 수도권 인구가 그 좁은 면적에도 전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고 말았다. 산업구조도 2천년대 이후 재편되어 단순 제조업 중심의 지방기업은 경쟁력이 쇠퇴했고, 글로벌 기업 본사가 위치한 수도권 지역의 일자리가 더욱 고급화되고 집중되었다. 이로 인해 인재는 더욱 서울로 몰렸고 양 지역의 일자리 급여차도 커짐에 따라 집값도 더욱 양극화되었다. 

 그래서인지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현 여당대표가 갑작스레 세종시로의 행정수도의 완전한 이전을 주장하며 갑작스레 지방분권에 대한 관심이 화두가 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으로의 분권에 대한 생각은 무척 오래되었다. 그만큼 한국사회의 수도권 과밀화는 오래된 그리고 갈수록 답이 없이 심각해지는 문제다. 언급한 것처럼 사실 정부의 지방활성화에 대한 고민과 대책 및 재정투입은 저출산 문제만큼 오래되었다. 무려 2000년대 초중반부터 지방중소도시의 인구이탈이 본격화되며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이 지속되었고, 저출산문제만큼 진단을 잘못하여 그간 5조에 달하는 재정이 투입되었음에도 효과는 미미하다. 

 책 '지방도시 살생부'는 향후 20년후 위기에 빠질 지방중소도시를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15만 인구 이하의 지역으로 정의한다. 이 지역들은 2천년대 이후 인구가 꾸준히 빠지고 있는데 몇몇 지역은 최근 인구감소가 정체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희망적인게 아니며 이미 이동가능한 인구인 젊은 층이 모두 빠져나간 상태이기에 일시적 정체를 겪는 것이며 노년 인구가 사망하는 시점이 되면 본격적으로 다시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지방중소도시의 위기는 거대한 4가지 메가트렌드 때문인데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그리고 4차산업혁명때문이다. 지방도시는 세계화 이후 지방제조업이 쇠퇴하고 글로벌 대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면서 서울등 수도권에 비해 일자리의 양과 질을 크게 줄어들었다. 때문에 젊은 층이 떠나가니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화되어 인구가 줄어들었다. 거기에 저성장 기조로 인해 나라의 투자와 자원이 경쟁력있는데 집중된다. 즉, 집적효과가 큰 수도권에 더 큰투자가 된다는 셈으로 지방은 소외된다.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로봇등을 활용한 자동화로 어려 직종의 인간대체 효과를 크게 가져온다. 창의성있는 고급직종이 대체를 피할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런 직종 역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단순제조형태와 서비스업이 집중된 지방중소도시일수록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상실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설상가상인셈이다. 

 우리나라 지방도시의 쇠퇴원인으로 저자는 크게 4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제조업 경재력의 쇠퇴다. 대부분의 지역이 해당하며 거제나 울산, 포항, 아산, 당진, 구미, 여수, 광양등 한 산업에 특화된 지역일수록 외부 환경에 의해 더욱 취약하다. 이런 쇠퇴지역의 생존전략으로는 아예 다른 사업으로 도시의 산업을 전환하는 손떼기 전략과 급여나 후생복지등의 감소로 비용을 절감시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는 절감 전략,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역 고유의 특수성을 살려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보존 전략이 있다. 하지만 이중 어느것도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저자는 말한다. 두 번째 쇠퇴요인은 지역의 자연자원이 고갈되거나 수요가 사라진 경우다. 강원도의 탄광도시들이다. 세 번째는 미군부대가 이전하는 경우로 동두천이나 의정부가 그러하다. 한국군부대의 해체 또는 이전도 요인이 될 것이다. 네 번째 요인은 교통망의 변화가 도시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과거 육상교통이 미비할 때 수로 교통의 이점을 노렸던 나주가 그렇다. 

 하여튼 지방의 이런 여러 문제의 핵심에는 결국 일자리 문제가 자리한다. 건물이 부실해서도 인구가 적어서도 아니다. 문제는 일자리다. 양질의 일자리만 생긴다면 인구는 늘어나고, 서비스업도 활성화되고 기업도 알아서오며 재투자가 이루어지는 건물도 새것들이 들어서고 교통망도 확충된다. 세수도 많이 걷히니 공공인프라도 우수해진다. 양적 되먹임인 것이다.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기에 95년 지방자치가 시작된 후 지방은 일자리를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건다.

 일자리유치를 위한 지방의 첫 번째 해결책이 산업단지 육성이다. 산단은 국가산단, 일반산단, 도시첨단산단, 농공단지 4개로 구분되며 국가산업단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시군 차원에서 얼마든지 지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렇다보니 경쟁력없이 마구잡이로 산업단지를 지자체별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상당수의 산업단지가 미분양으로 신음하고 있으며 이에 지자체들은 지자체가 미분양을 모두 떠안는다던지 그외 파격적 경제조건으로 분양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며 이런 무리한 정책으로 인해 지방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다음은 축제다. 지방자치제의 실행이후 지방은 온통 축제판이다. 다만 주객이 전도되어 행사관계자가 항상 손님보다 더 많을 뿐이다. 지방의 행사는 총 361개 정도의 큰 행사 그리고 작은 것까지 하면 무려 1만 5천개 정도에 달한다. 상당한 재정이 투입되는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자 축제는 화천의 산천이 축제가 유일하다. 그 유명한 보령 머드 축제도 적자다. 그런데 축제는 성공해도 일자리 창출효과가 미미하다. 축제의 특성상 일년 내내 이루어지지 않으니 일자리도 일시적으로 창출되는 편이며 교통의 발달과 축제 콘텐츠와 관광 인프라 부족으로 당일치기 관광이 대개 이루어져 숙박업에도 기여가 없기 때문이다. 함평의 나비축제도 크게 성공한 편인데 그럼에도 지역의 이미지는 개선되었지만 지역 인구는 꾸준히 줄어든다고 한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축제는 효과가 없는 셈이다. 아이러니한건 지방의 대부분 축제는 그 지역의 특색 문화와 관련 없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며 가장 성공한 화천엔 정작 산천어가 없고 함평엔 본래 나비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런 지방을 대체 어떻게 살려야할까? 가까운 시일내에 지방을 살리지 못하면 지방은 향후 세금을 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도시에는 도로나 상하수도, 전기, 가스, 도서관, 소방서, 경찰서, 학교등 많은 공공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는 서울이나 지방이나 마찬가진데 문제는 인구가 좁은 지역에 모여 집적도가 높을 수록 인당 세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2016년 대도시는 주민 1인당 공공서비스를 위한 세금이 1619만원이 필요했지만 중소도시는 무려 4822만원, 군지역은 7369만원이 필요했다. 이것이 2027년엔 각각 2467만, 7568만, 1억 1739만으로 상승 예정이다. 그야말로 지방은 돈먹는 하마이지 밑빠진 독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걸 막기 위해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3가지다. 우선 고밀도 압축 개발이다. 현재의 도심재생이나 지방회생전략은 쇠퇴를 모두 막아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이미 실패한 정책이며 불가능한 것이다. 어떻게 모든 지역이 인구가 늘어나고 산업지역이 될 수 있을까? 각 지자체는 모두 인구증가를 목표로 내세우는데 그들의 공약이 모두 실현되려면 남한 전역에 1600만명의 인구가 필요하다. 어불성설인셈이다. 때문에 저자는 현실을 인정하고 쇠퇴하는 지역은 과감히 쇠퇴시키되 거점지역을 고밀도로 개발하고 여기에 서비스를 집중시키고 다른 지역도 이 지역과 교통망을 통해 연결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원도심을 쇠퇴시키는 도시 외곽지역의 무분별한 아파트 공급및 개발을 막고 대형마트등의 입점도 막을 것을 제시한다. 또한 원도심으로 사람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해당지역으로 이주시 이사비나 빈집 리모델링, 임대주택등을 활용하고 공공서비스 기능을 집중시키는 것을 제안한다. 

 두 번째 회생전략은 일자리 창출이다. 많은 지역이 외부기업이나 대형마트 유치를 희망하지만 설사 그들이 들어와도 지역의 고용효과는 미비했고, 지역의 부만 외부로 유출되어왔다. 따라서 지역의 문화와 특색, 특산물을 활용한 마을 기업을 제시한다. 마을 기업은 수익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대부분 지역민을 고용하며, 지역의 교류를 활성화시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마을 기업에 지원금을 공급하고 판로 및 경영지원을 통해 지원할 필요가 있으며 대규모 체인점등이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 이들 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역의 마지막 회생전략은 대중교통결절점 위주의 교통재편이다. 지방중소도시의 경우는 서울이나 대도시 같은 환심형 교통체계는 적합하지 않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역이 너무 광범위하고 사람들이 흩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비용을 초래한다. 때문에 저자는 선형으로 교통을 재편하고 사람들도 그에 맞게 집중배치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선형 교통에 겹치는 결절점을 중심으로 주거, 상업을 집중해야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20년 한국의 생산인구와 인구절대수는 감소하고 세계화와 경제침체로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 자명하다. 물론 통일이라는 변수와 4차산업혁명 역시 큰 변수로 다가올 가능성은 있다. 통일이 된다면 적어도 북한 전지역은 과거 남한처럼 양적성장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으며 4차산업혁명은 의외로 큰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방에 대한 회생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도시파산제도가 없기에 텅빈 비역을 버릴수 없고 안그래도 좁은 땅에 인구가 부족하다고 하여 지역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방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다. 미리 경각심을 갖고 마을기업등의 설립으로 일자리 위주로 접근하고 지방문제를 풀기위해 지역을 스마트하게 압축 거점화하고 교통결절점을 선형강화한다면 저자의 생각처럼 지방은 살아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방이 이렇게 살아난다면 이는 출산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가능성이 높다. 결국 일자리 문제가 어느정도 지역수준에서도 해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얼마 없고 해결해야할 숙제는 많다. 정치권에 기대를 갖고 지켜봐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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