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반양장) 펭귄클래식 3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하이드씨에 대해서 분명 잘못 알고 있었다. 영화나 만화, 그외 다른 매체에서 하이드씬 가끔 등장하곤 하는데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어벤져스 헐크의 흰색 버전이었다. 덩치도 크고 힘이 어마무시하며 성격은 포악하면서 피부는 흰색이며, 얼굴은 그에 걸맞게 당연히 괴물같은 그런 모습. 헐크와 다른 건 색뿐이랄까. 변신하며 옷이 찢어진 것도 비슷하다. 이상하게도 역시 하의만 무사한 것도 공통점......

 그런 하이드씨를 기대하며 책을 읽었는데 원전의 하이드는 변신전의 지킬박사보다도 작았다. 오히려 지킬이 훤칠한 외모다. 지킬에 비해 하이드는 키가 작아졌고, 나이는 오히려 젋어졌으며 다른 사람이 보기엔 아파보였지만 오히려 지킬이 느끼기엔 활력이 있었다. 외모는 매우 창백한 피부에 그리 못생기진 않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악을 연상시키고 지독한 불쾌감을 주는 그런 외모였다. 

 책의 배경은 영국, 시기는 100여년 정도 전, 런던이다. 의사이면서 화학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던 지킬, 부자에다, 의사이고 주변엔 명망있는 친구들로 가득한 그는 겉으로 보기엔 매우 신사적인 교양인이다. 하지만 내면엔 어려서부터 자리한 동물적 본능에 흔들리는 마음이 있었다. 늘 그것을 억누르고 감추던 지킬은 여러 화학물질을 연구한 끝에 자신의 악의 본성을 끌어내는 약물을 개발한다. 

 과감히 그것을 들이킨 지킬은 하이드가 된다. 기분은 의의로 좋았다. 자신을 억누르던 이성, 도덕, 규범등이 말끔히 사라지고 본능을 쫓는 욕망만이 남았다. 지킬은 하이드가 되어 마구 날뛴다. 다시 약물을 들이켜 지킬로 돌아오면 후회가 가득했지만 뭔가가 해소된 느낌이다. 그렇게 지킬은 자주 하이드가 된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지킬이 본 모습이고 하이드가 변신한 느낌이었는데, 변신이 잦아지면서 약물의 복용없이도 지킬의 모습에서 하이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젠 주객전도가 되어 하이드 상태에서 지킬이 되기 위해 약물을 복용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약물의 원료가 떨어지고 새로 주문한 원료는 예전과 다르다. 지킬이 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하인들도 그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하이드를 못마땅해하고 지킬을 걱정하는 변호사 친구 애터슨의 관심도 부담스럽다. 지킬은 어떻게 될까나. 

 대충 이런 내용이다. 산업혁명이 한창을 달리던 당시는 아무래도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류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프로이드의 무의식의 발견, 그리고 막강한 힘을 주던 이성에 대한 불신도 모순되게 자리잡았던 시기인듯 하다. 그래서인지 당시는 이런 괴물 소설이 많다. 프랑켄슈타인, 지칼박사와 하이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그리고 드라큘라 정도가 이런 범주에 들어갈듯 하다. 괴물의 탄생에 상당한 과학적 성과가 자리한다는 점에서 지금도 불가능한 과학기술의 가능성에 대한 맹신과 더불어 괴물들이 모두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는 점에서 인간의 또 다른 어두운 모습에 대한 고찰도 꽤나 사회적으로 자리잡았던 듯 하다. 그래서 이 시기 유독 이런 소설이 많은게 아닐런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의 원전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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