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폴 김 지음, 함돈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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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김은 대단한 인물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중고교를 마친 후 한국의 입시전쟁에 잘 적응하지 못해 그다지 좋지 못한 성적으로 미국으로 간다. 영어도 제대로 못하던 그는 거기서 성공해 대학에선 컴퓨터 공학을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해 스탠포드 교수가 된다. 그리고 연구실에만 갇힌 교수가 아닌 저개발도상국들의 교육개혁을 위해 힘쓴다. 실천가가 된 것이다. 그는 우연히 멕시코를 방문해 아이들의 실상을 알게된 후, 에일리언 교수법, 포케스쿨, 스마일프로젝트등을 실행했다. 이런 폴김과 질문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교육개혁에 관해 함돈균이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걸 엮은게 이 책이다. 

 두 사람이 보는 한국 교육의 문제는 한 두개가 아니다. 그들이 보기에 한국 교육은 학생과 학부모의 공포에 기반한다. 학생과 학부모는 항상 다른 아이들처럼 그리고 다른사람들의 속도만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이탈하고 낙오될 거란 두려움에 빠져있다. 이러니 모두가 사교육을 하며 애들을 학원을 돌리고 같은 방식의 암기식 교육이 학력이자 실력이라 믿는다. 

 그리고 한국의 학교는 두 가지 매우 중요한 것을 전혀 가르치지 않는다. 하나는 시민의 책임감이다. 이것은 리더십의 중요요소인데 한국에선 리더십을 경영이나 돈을 버는 수완, 다른 사람들 다스리는 능력정도로 천박하게 생각한다. 시민의 책임감에 주목하지 않는건 이미 선진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위상을 감안하면 다소 놀라운 부분이다. 물론 한국이 워낙 큰 주변 강국에 둘러쌓여있고, 선진국으로서 세계를 선도해본 경험이 없고,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해 세계보단 우리 내부의 불행부터 해결하자는 민족주의적 시각이 이런 원인일 것이다. 다음으로 가르치지 않는 것은 공부하는 방법이다. 자기주도성을 갖고 평생 가치와 목표를 갖고 학습을 개선해나가는 메타인지등의 상위기술을 가르쳐야하지만 그것보다는 단순 암기를 쉽게 하는 하위기술만에 주목한다.

 대학도 큰 문제다 한국의 대학들은 글로벌 순위 자체도 낮은 편이지만 실제 글로벌 역량을 더욱 떨어진다. 우선 영어구사능력의 부족이다. 이것의 부족으로 인해 국제적 학술회의나 자신의 뛰어난 역량을 보이지를 못한다. 다음은 글로벌 역량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는 환경이나 내전문제, 자원문제, 개발도상국 지원문제등의 글로벌 이슈에 관심을 두지만 한국 대학들은 이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마지막은 글로벌 협업이 없다는 것이다. 영어능력과도 관련이 있는데 다른 유수의 국제적 대학들의 학술교류를 거의 하지 않으며 과감하게 유명 교수를 초빙하지도 못한다. 몇몇 소수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 경우 외국 교수는 거의 왕따로 살게되며 어떤 교류도 갖지 못하고 떠나간다. 대학내엔 다양성이 크게 부족해 자기 대학 출신이 상당수이다. 이런 상황에 교류가 웬말일까. 

 폴김은 혁신을 강조하는데 그가 말하는 혁신은 세 가지 요건이 있다. 단순화와 맥락화, 지속가능성이다. 제3세계 국가를 지원하는데 뛰어난 정수기를 개발해서 보낸다. 하지만 메뉴얼이 복잡하다면 곧 사장된다. 버튼 하나로 해결되어야 한다. 이게 단순성이다. 맥락화는 그 지역의 문화, 유산, 언어, 관습을 고려한 지원이다. 맥락화 없는 지원은 거부된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단순히 말하면 가난한 농민들은 이를 거부한다. 하지만 농촌 경영에 도움이 되는 게임을 가르친다는 플랫폼으로 학습프로그램을 만들어 접근한다면 받아들여진다. 마지막은 지속성이다. 혁신지원가들이 지원하면 그 순간은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들이 떠나면 애써 만들어 놓은 지원기반이 무너지기 쉽다. 그들이 스스로 할수 있게 하거나 관련 단체를 조직해야 지속성이 생겨난다.

 폴김은 포켓스쿨과 외계인 교수법, 스마일프로젝트, 천일동화를 진행했는데 모두 저개발도상국을 돕는 혁신적 교육프로젝트다. 포켓스쿨은 모바일 기기에 스스로 학습이 가능한 프로그램들을 이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외계인 교수법은 아이들에게 마치 자신은 외계인인 것처럼 학습기기를 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기기의 구동법부터 안의 학습프로그램을 통한 학습까지 스스로 배워나가는 방법이다. 아마도 폴김이 어릴적 컴퓨터 가게의 구동장면을 보고 스스로 프로그램 작성법을 익힌 것에서 따온게 아닌가 싶다. 천일동화는 아이들에게 책을 주는 것이다. 과거 저개발 국가 아이들에게 맥락에 맞지 않는 신데렐라 같은 동화책을 주었지만 그들을 그것을 읽지도 않았고, 땔감으로 쓰기 일수였다. 하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라면 어떨까. 그렇게 아프리카, 혹은 아시아의 어려운 아이들의 동화를 묶어 자신들만의 책을 만들어준게 천일동화다. 마지막 스마일 프로젝트는 스탠포드에서 개발한 모바일 기기를 통해 학생이 학습한 내용에 대한 질문정도로 학습성취정도를 파악하는 프로젝트다. 질문의 수준이 높을 수록 학습수준이 높아진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폴김과 함돈균은 한국의 교육, 그리고 미래의 교육이 학생에게 자율권을 주고 배움의 주체가 되어 자기 능력을 실제로 배가시킬 수있는 디바이스와 테크놀리지가 개발되는 것이라고 본다. 이를 통해서 질문하는 힘을 어려서부터 길러 질문하는 시민이 되고 그래야 사회 각분야에 혁신이 일어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선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게 그들의 생각이다. 갈길이 멀게 느껴진다. 한국에선 형식만 민주주의지 질문 자체를 싫어하고 질문 보다는 내가 질문을 했을 때 지적받을 사항, 강의를 방해할 수 도 있단 생각, 나이에 따른 권위에 도전한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문하는 사회에서 기존의 질서를 의심하여 혁신과 발전이 일어나기에 사회가 더 나아가기 위해선 교육분야에서부터 피할 수 없는 방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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