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 - 가짜 약부터 신종 마약까지 세상을 홀린 수상한 약들
박성규 지음 / Mid(엠아이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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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술이 발달하고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며 21세기에는 바이오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이 이렇다할 이익구조 없이 기대만으로 주식이 상장과 동시에 사나흘간 상한가를 치고, 현정부가 그린뉴딜을 발표한 것은 이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제약산업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는데 이 책은 이런 약에 대한 역사와 이야기들을 담았다.

 약의 역사는 매우 긴데 아마도 몸이 아픈 인간은 이것 저것을 먹어 보았을 것이고 거기서 효험을 본 것이 약으로 처음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약효가 있는 경우는 대부분 없었고 자체의 영양성분이 높거나 약에 대한 믿음으로 인한 플라시보 효과정도 또는 면역력에 의한 치료효과를 약효로 착각하는 것이 처음엔 크게 작용하였을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체액설에 기반한 히포크라테스의 의학이 주류로 자리 잡았고, 이들은 체액의 균형을 중시하였기에 환자가 아픈 경우 문제가 되는 체액을 고갈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체액이란것은 지금 의학에서는 오히려 아픈 경우 보충한다. 수혈이 그렇고 링겔을 맞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오히려 피를 빼내거나 체액을 고갈시켜니 이는 면역력을 약화시켜 병의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체액설 의학은 기독교 신앙과 강하게 결합하여 이에 반하는 의학적 사례를 수용하지 않았다. 

 처음 변화가 생긴건 파라겔수스의 의학이다. 그는 금속을 이용한 치료를 중시했는데 아메리카를 다녀온 선원들과 전쟁에 매춘부를 동원하며 당시 유럽엔 매독이 매우 크게 퍼진 상태였다. 매독에 대한 면역이 없는 상태에서 수은의 증기를 이용한 치료법이 각광을 받았는데 수은의 증기를 환자에 몸에 쎄여 매독균을 제거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독한 수은은 정상적인 조직도 공격해 치료 환자들은 상처자체에서도 고통을 받았지만 치료과정에서 무려 1.5L의 침을 쏟고, 간과 신장에 영구적 손상을 입고, 잇몸이 문드러져 이가 빠지고 머리털이 빠지는등 치명적 부작용을 겪게 되었다. 당시 성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와 함께 이런 외모의 변화는 매독감염의 증표로 작용해 또 다른 낙인효과를 낳았다. 

 수은은 중독성이 알려진 지금은 매우 위험한 물질로 여겨지지만 의학적 상식이 없던 과거는 아니었다. 수은은 진사화 같이 유명했는데 진사는 붉은 색으로 연소하면 수은으로 변한다. 진사의 붉은 색은 혈액처럼 여겨져 원기와 생명의 상징으로 수은의 회색은 정액을 연상시켜 생명의 씨앗과 부활로 여겨졌다. 때문에 둘은 생명과 부활, 즉 영생처럼 여겨졌기에 진시황은 이 무서운 두 물질을 같이 복용했다. 또한 수은은 피부에 잘 흡착하고, 혈관을 차단하여 피부를 미백시키는 효과가 강하여 화장품으로도 쓰였다. 잘 알려진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은 수은 화장을 하고 그린 것이다. 

 현대 의학이 등장하고 화학이 발달하며 제약산업이 시작된다. 약은 수소와 산소, 탄소, 질소, 황의 5가지 구조가 주 뼈대다. 약의 화학식은 이중 수소를 제외하고 표현되는데 수소는 기본 뼈대보다는 다른 뼈대에 주변 환경의 산성도에 따라 붙고 떨어지는 정도기 때문이다. 나뭇잎이라고 할까. 지금까지 이어지는 거대 제약회사들은 약국에 약을 판매하는 제약회사와 놀랍게도 화학회사로 시작했다. 화학기업은 바이엘과 화이자, 산도스로 염료공장이던 이들은 공정과정에서 찌꺼기인 대규모의 콜타르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찌껴기에서 아닐린을 분리하고 아닐린에서 페놀이 분리되며 사정이 달라진다. 페놀은 약물을 대량합성하는데 필요한 시작물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약회사들이 주로 병을 치료하는 약을 생산한다 생각하지만 이들이 전념하는 신약은 주로 삶의 질을 개선하는 약들이다. 고혈압이나 당뇨약이 어디 치료하는거 보았는가 그날그날 증상을 그저 완화해줄뿐이다. 이들이 이런 약에 천착하는 것은 경제적 이윤때문이다. 질병 근원을 치료하는 약보다는 매일매일 자주 먹으로 약을 구매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대 제약회사들은 수요가 작은 희귀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는다. 2003년엔 상당수 회사들이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 제약회사들은 20세기 중반들어 위생의 개선과 의학의 발달로 약 수요의 감소로 위기를 맞게 된다. 이들이 위기를 타개한 방법은 매우 창의적인데 바로 정신의학분야에 간섭한 것이다. 이들은 기존이 애매한 정신장애를 제약의 영역으로 확대하고자 로비하였고, 이후 수많은 정신의약품을 개발하여 이윤을 누리기 사작한다. 이 약 역시 정신질환을 전혀 치료하지는 못하며 꾸준히 복용하며 약간의 개선만을 시켜주는 정도다. 우울증 약으로 유명한 프로작은 4천만이 복용하여 4만이 자살할 정도로 부작용이 심각하지만 오늘날 유명한 약으로 자리잡았다. 

 책은 마약류에 대해서도 다룬다. 인류는 고통의 경감, 종교적 영성, 각성, 평안을 위해 각종 각성물질과 평온을 주는 물질을 찾아 활용해 왔다. 아편, 카페인, 알코올 등이 그것들이다. 지금은 카페인과 술만이 허용되며 마약류는 모두 터부시되지만 짧게는 50년, 길게는 100여년 전만 해도 이들은 폭넓게 허용되었다. 의외로 중독성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간은 거의 6천년간 마약을 복용해왔는데 중독 문제는 거의 없었다. 이는 마약을 주로 먹었기 때문이다. 마약을 먹으면 소화기관과 간을 거쳐 양자체가 반감되고 독성도 상당부분 제거되기 때문이다. 반면 주사로 혈액에 직접 공급하거나 흡입으로 폐를 통해 바로 혈관으로 도달하는 경우 약효가 강하게 나타나 중독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마약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대마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별 노력없이 쉽게 자라는 식물이다. 꽃이 양귀비이고 그 열매의 과즙을 굳혀 검고 딱딱하게 만든게 아편이다. 대마로 우리 조상들은 줄기와 꽃을 이용해 아편을 만들어 가정 상비약으로 사용하고, 옷을 만들어 입었으며 종이를 얻었고, 씨앗에서 기름을 얻었다. 씨앗을 그 유명한 헴프씨드다. 이 대마의 아편에서 모르핀이 추출되고 화학식을 약간 변화해 약효를 8배이상 높인게 헤로인이다. 마약류를 불법화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베트남전으로 골머리를 앓던 70년대 반전운동에 앞장서던 히피와 흑인 집단을 공격한다. 흑인은 헤로인을 히피는 대마를 사용했는데 이를 불법화하고 미디어를 이용해 타락하고 중독성을 강조하며 불법화한다. 더불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거의 모든 마약을 불법화하였는데 이는 과거 알카포네같은 마피아를 키운 금주령처럼 마약을 고가화하였고 이로 인해 불법조직들이 마약을 유통하는 지금의 작태를 낳게 만들게 된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독재정권은 독재에 반대하는 이장희, 신중현등의 포크가수들에게 문화처럼 퍼지던 대마를 전격적으로 불법화하고 미국처럼 공격한다. 이로 인해 한국의 각 가정에서 유용하게 기르던 대마는 차차 사라지고 우리 인식속에서 모든 마약류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거기에 미국을 비롯한 거대제약회사들은 세계적으로 마약류를 불법화해놓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제약개발에 대마등을 이용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언급한 것처럼 대마는 상당히 효용이 높다. 여러 언론을 통해 알려진 마약류 엑스터시는 강렬한 최음제나 환각효과가 있는 것 같지만 오히려 실제로는 사람의 마음을 안정화하는 효과가 크며 실제로 외상후장애증후군의 치료에 사용된다. 역시 상당히 위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LSD역시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사람에게 철학적 사유와 예술적 사유를 하는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LSD는 오히려 복용후 이런 강한 정신작용으로 피로감이 높아 불법화하기 전에도 예술가나 문인들이 한달에 한번 정도만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대마는 소아뇌전증에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책을 보며 마약류에 대한 오해, 거대 제약회사들의 태동과 못된 작태들, 약을 허용하고 하지 않는 모호성과 그것에 관여하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민낯, 그리고 약의 발달과 재밌는 에피소드를 즐길 수 있었다.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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