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다! - 선거, 혐오, 미디어... 학교가 실천해야 할 시민교육의 거의 모든 것, 2021 세종도서 학술도서 선정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시민모임 지음 / 맘에드림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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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목표는 민주시민의 양성이다. 각 교과는 그 자체의 전문가 양성과 과목 자체의 실제적 필요성 때문에 존재하기도 하지만 더 크게는 결국 민주시민이 갖춰야할 하나하나의 소양이라 할 수 있다. 국어과는 올바른 의사소통능력을 위해 수학과는 데이터 해석과 분석, 과학과는 합리적 사고와 과학적 소양 같은 게 이런 식이다. 하지만 정작 학교현장에서 민주시민이 잘 양성되지는 않는 느낌이다. 오히려 학교현장은 민주시민의 양성 및 등장과 괴리가 있고, 오히려 사회에 나와서야 이리저리 부딪히며 소수만이 민주시민이 되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러니 국민 대다수가 진정한 시민으로 거듭하는 건 요원해 보인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1. 학교 현장에서 민주시민 교육이 어려운 이유.

 우선 학교 자체가 비민주적이라는 점이다. 우리학교교육은 교육과정상 분명 민주시민의 양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학교생활에 있어 타인과 협동하고 문제를 해결할 만한 어울릴 시간을 전혀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잠재적 교육과정을 통해 비민주성만 양성한다. 또한 경쟁도 문제다. 경쟁은 선발의 기능을 하기에 다양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하나의 기준만으로 다양성을 말살한다. 이런 경쟁적 분위기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협동과 숙의의 경험은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학교는 학생을 사회에서 격리시킨다. 교육에서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의 경험을 통해 학생의 삶과 교육현장을 연결해야 하지만 입시위주의 교육은 이를 허용치 않는다. 학생은 그저 지역 및 자신의 삶과 유리된체 민주주의의 원리만을 간신히 배운다. 머리로만 민주주의를 아는 셈이다. 

 민주시민교육자체도 문제가 있다. 우선 체계적이지 않다. 교육과정의 목표는 민주시민의 양성이지만 각 교과는 이와는 별도로 완전히 따로 논다. 또한 민주시민 교육은 정식 교과로 편성되어 있지 않기에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다른 교과 영역내에 조각조각 산재해 있으며 이로 인해 체계화된 교육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 또한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이렇다할 자료도 부족하다. 

 마지막은 교사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정치적 중립성을 강하게 표방하다보니 교사가 시민 교육을 위해 정치적으로 중립적일 것을 요구 받는다. 하지만 대다수 교육선진국에서는 교사가 입장을 갖고 현실 정치를 직접 다루는 것을 실행하고 있고 권장하고 있으며 이런 방식이 가장 교육효과가 높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적 중립성으로 묶이다보니 교사가 현실자료도 사용하지 못하며 지식 위주의 교육을 실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해진다. 머리로만 교육하게 되는 것이다.  


2. 민주시민 교육 실천사례

 독일은 과거 시민들의 잘못된 정치적 판단으로 두 차례의 전쟁범죄와 그 과정에서 끔찍한 인종청소를 단행했다. 전후 독일은 반성의 의미에서 역사교육을 크게 강화하고 민주시민교육에 앞장 섰는데 그로 인해 현재 매우 인상적인 민주시민교육방식을 갖고 있다. 독일은 전후 민주시민교육원리로 보이텔스바흐의 세가지 원칙을 제시했는데 교조적 주입금지와 논쟁의 지속, 정치상황의 분석, 문제해결 및 관철의 원칙이다. 

 이것의 실현을 위해 독일은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모든 것이 연합되고 연결되는데 학교의 학생자치대표들이 무려 마을단위에서 하나의 연합을 이룬다. 또한 더 나아가 각 마을의 대표단이 모여 주정부 단위의 연합을 이루고 그들이 다시 모여 전국단위의 연합을 이룬다. 마치 잘 짜여진 축구하부리그와 상부리그의 연결같은데 하여튼 이렇게 학교의 자치활동은 자연스레 현실사회정치로 연결된다. 민주시민 교육이 학교에서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학교현장에서도 실천되며 더 나아가 자기 삶인 지역의 문제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한국에도 단기성이지만 인상적인 사례가 책에 실려있다. EBS다큐프라임 학교의 고백 5부 정치교실편이다. 여기선 정당만들기가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우선 행복한 학교 만들기나 어떤 학교 만들기를 목표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자신의 의견을 쓴다. 행복한 학교 만들기라면 폭력없는 학교, 자유로운 학교 이런 식이다. 브레인 라이팅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소개하고 비슷한 의견을 모은다. 그러면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정당을 구성하게 된다. 나머지 소수 의견들은 모두 중립으로 편성된다. 그리고 당원들간 의견을 좀 더 심화해 3:3 토론이 벌이지며 토론결과에 따라 중립층은 마음에 드는 당으로 갈 수 있다. 

 다음은 정당활동인데 당대표, 대변인등 기본조직을 정비한다. 그리고 정당주장 정리 및 정당활동을 진행하며 공약도 만든다. 이 때 공약은 구체적이고 책임지고 실천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마지막은 정책토론회다. 당별 발언 2분에 , 반론 2분, 전략토의 5분, 재반론2분이다. 중도층 및 정당원들은 이때도 이동이 가능하다. 이후 최종유세 및 선거가 이루어지며 선거에서 가장 많이 득표하는 정당이 집권정당이 된다.

 정당을 구성하는 원리를 체험하는 수업인데 실제 학생자치에서도 정당활동이 있으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하나의 집단에서 실제적으로 권한을 갖고 운영되는 자치회도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 한국의 현실에서 녹록친 않지만 해보면 좋겠단 생각이다. 학교 운영에 대한 정당을 만들고 학생들로부터 권력을 얻고 그에 걸맞는 학생자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물론 실패하면 다음번 선거에선 권력을 잃는다. 현재 우리학교에서는 단발성으로 후보들이 나오고 선출되는 형식인데 정당을 구성하고 정당원으로 활동하며 경험을 쌓는다면 연계성도 있고 더 역량을 갖춘 학생후보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책은 어려운 학교 현장에서 민주시민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한 사례들이 잘 나와있다. 어떤 부분은 인권, 어떤 부분은 성, 어떤 부분은 통일에 관해서 고민하고 실천했다. 다양한 사례가 있고 깊이가 있어 좋긴했는데 다 따로 쓰신듯해 일관된 체계가 좀 부족해 보이고 그러다 보니 각 장마다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는게 좀 흠이라겠다. 하여튼 좋은 책이며 교육현장에서부터 실제로 민주시민이 양성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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