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전쟁
홍춘욱 지음 / 스마트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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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에 민감하지 않은 편이다. 역사적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2차대전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나라들은 그렇지 못하다. 일본이나 독일이 그렇다. 때문에 이들 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인플레를 불러오는 양적완화에 대해 국민정서가 좋지 못하다. 불황의 시점에서도 이 두나라가 양적완화를 좀처럼 하지 못해 타이밍을 늦게 잡게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은 인플레나 디플레의 경험이 없기에 정부가 양자의 정책을 마음껏 구사해도 큰 거부감이 없지만 이 부분에 대해 시민 개개인의 민감성이 떨어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한국은 일본에서 독립 한 후 꾸준히 경제성장을 해왔다. 그렇다보니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러웠고, 늘 그래왔다. 하지만 어느새 디플레이션의 시대가 다가 왔고, 그렇기 전에 국가정책 그리고 개인이 대비하자는게 이 책의 주장이다. 디플레이션의 증거는 저성장이 계속되고 물가상승률이 실제로 수년간 낮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한국은 2013년 이후 단 한번도 한국은행의 건전한 물가상승률목표수준인 2%에 도달한 적이 없다. 거기에 정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조사는 항상 실제를 반영하지 못해 실제 인플레이션보다 높은 경향이 있는데 이를 감안하여 보정한다면 현재 물가상승률은 0이거나 마이너스일지도 모른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미 디플레이션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세계 각국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이후 꾸준히 매우 낮은 정책 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실행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돈이 엄청나게 돌아다닌는 셈인데 어째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고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것일까? 저자는 이를 생산성 혁신에서 찾고 있다. 생산성이 크게 혁신되어 시중에 화폐가 많아졌음에도 물건 값이 오히려 내렸다는 것이다. 반면 생산성 혁신에도 임금은 오르지 않고 있는데 이는 자동화의 도입과 세계화로 인해 노동이 자본이 비해 불리한 위치에 쳐해 있기 때문이다. 물건값도 싸고 임금도 오르지 않으니 인플레는 일어나기 힘들다. 다른 이유는 신용경색이다. 양적완화를 하는 이유는 돈을 돌려 자금이 부족한 기업과 개인이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2008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의 여러 은행들은 끔찍한 파산의 경험으로 기업이나 개인의 대출에 매우 깐깐해졌다. 때문에 돈을 기업이나 개인에 풀기보다는 오히려 중앙은행에 다시 맡기거나 안전한 투자처만 찾게 된다. 때문에 시중에 돈을 풀었음에도 사실상 다른 곳에 묶여 있기에 도는 돈이 부족해 인플레가 일어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미국과의 연계성도 중요한 이유다. 한국의 소비자 물가 지수는 책에서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소비자 물가 지수와 진폭만 다를뿐 방향이 항상 같았다. 그런데 이 미국에서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는 우선 온라인 거래의 활성화로 미국 전역의 가격균질화 현상과 저가 현상으로 인한 물가 하방 압력, 임금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미국의 생산성 향상 때문이다. 또한 고령화로 인해 노인층들이 오히려 노후 생활을 위해 저임금의 일자리에 종사한다는 점 역시 관련한다. 

 하여튼 이런 디플레이션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는데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인플레이션과는 달리 디플레이션은 정책적 해결수단이 지금으로선 뽀죡히 없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나 불황에 대해선 다양한 정책적 해결책이 역사적으로 검증되어 왔지만 디플레이션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지금처럼 금리가 세계적으로 거의 제로에 수렴해 금리를 더 낮출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디플레이션엔 더욱 답이 없다. 다음은 디플레이션이 갖는 경제 악순환적 효과 때문이다. 물가가 하락하면 사람들은 물건값이 싸질 것이라는 기대에 소비를 뒤로 미루는 경향이 발생한다. 집값이나 자동차 가격이 하락하는게 뻔히 보이는데 누가 당장 사겠는가. 그리되면 물건을 판매하는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고 고용 및 투자도 위축하게 된다. 기업은 임금을 삭감해서라도 위기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오랜 인플레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심리로 인해 명목임금삭감이 매우 어렵다. 때문에 자연스레 비정규직의 해고가 먼지 시작되며 더 나아가 정규직의 해고로 이어지게 된다. 대규모 실업은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위기는 심화된다. 또한 자산가격이 하락해 부채를 지니고 있는 기업이나 가계는 빚상황의 부담으로 인해 더욱 소비 및 투자, 고용 여력이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위험한 디플레이션을 막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저자는 디플레이 조짐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강력한 정부의 재정지출을 요구한다. 명목경제성장률이 국채금리 보다 높은 상황이면 재정지출을 통한 정부의 부채비용이 사실상 0에 가까워지므로 적극적으로 경기를 부양하여 디플레이션을 미리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정부재정지출에 따란 재정승수가 1을 넘어서는데 만약 재정승수가 1.3정도라면 정부가 10조를 지출했을때 GDP가 13조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 경우 금리가 지금처머 1%정도라면 10조에 대해서 0.1조의 이자부담이 발생한다. 하지만 13조의 경제효과에 대해 조세를 20%걷는다면 조세수입이 2.6조이므로 정부는 부담없이 재정지출을 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재정승수를 항상 고정적인 것은 아니며 호황일때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불황이어도 잘못집행하면 역시 마이너스이기에 위험부담은 발생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정부해결책은 이것이 유일한셈인데, 디플레이션의 해결책 역시 양적완화라는 점에서 다소 뻔한 결론이란 생각이다. 

 책의 뒷부분은 디플레이션 시대 개인이 살아남기 위한 투자전략이 나온다. 부동산과 채권, 주식등에 돈을 분산하는 방안인데 적극적인 노르웨이 석유기금, 그리고 중간적인 한국연기금, 마지막으로 보수적인 일본연기금의 투자방법이 나온다. 참고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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