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지리의 힘에는 세계 최강국 미국의 지리적 이점에 대해 나와있다.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이라는 중요한 경제적 지대(유럽과 아시아)로 나아갈 수 있는 두대양을 모두 접하고 있다. 또한 양방향으로 진출하는데 중간에 대륙이나 큰 섬도 없어 이렇다할 걸림돌도 없으며 양 대양은 미국의 동과 서의 자연적인 방어막이 되주기도 한다. 남과 북(멕시코와 캐나다)에는 매우 미국에 우호적이면서도 적이 될만한 국력과 의지를 가진 나라가 없다. 방어적인 면에서 완벽한 것이다. 그리고 국토가 대부분 냉대와 열대의 사이인 온대지역에 위치해 농업 및 거주에 적합하며 영토가 드넓고 평야지역과 큰 산맥이 모두 있어 식량과 광물자원이 모두 풍부하다.

 거기에 적극적 이민정책으로 미국은 3억 5천에 달하는 인구를 가져서 세계 3위의 광대한 영토를 가졌음에도 전국토가 고루 개발되고 연결되는 이점도 갖고 있다(반면 러시아, 호주, 캐나다는 특정지역의 인구밀집과 텅빈 국토로 인해 이게 고민이다.) 이민층에는 적극적으로 아이를 낳는 계층도 상당하여 미국은 무려 6만달러의 인당 경제소득을 자랑하는 오래된 선진국이면서도 미래의 공통적 문제인 고령화 문제에서 유일하게 자유롭기까지 하다. 끝없는 이런 미국의 이점을 생각한다면 오늘날 미국에 견줄만한 나라가 없다는 사실은 매우 당연하게 여겨지며 그들의 이런 지배는 끝이 없을 것만 같기도 하다.(공룡때처럼 인근 유카탄 반도에 소행성이라도 하나 떨어지면 모를까) 

하지만 이런 미국이 이미 망조에 접었다고 주장하는 책이 있으니 바로 이번에 읽은 책 '미국의 미래'다. 미국은 상당한 문제를 앓고 있는데 마약과 도박, 사디즘, 실업, 증오, 자유의 문제가 그것들이다. 이것들은 하나하나가 개별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세계 어느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사회파괴적인 요소가 중첩적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없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사회파괴적인 문제들은 개별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공통의 분모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는데 바로 경제적 실패와 이로 인한 중산층의 몰락이다. 미국은 개척시대의 놀라운 성장과 공산주의와의 패권싸움으로 인해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서방의 선진국들 중 가장 친기업적이며 친 자본적인 나라가 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은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와 소득수준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선진국들에 비해 사회의 경제적 공공성이 매우 낮다. 여기에 미국이 공산주의라는 브레이크가 붕괴하자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더욱 강하게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안그래도 부족한 공공성을 더욱 가차없이 파괴해 자국의 중산층을 현저히 몰락시켰다.

사실 이 결과는 좀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는데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 미국전체의 부는 매우 크게 성장했지만 분배면에서 미국 최상위계층에게만 부가 집중되었다. 이는 자본의 이득 극대화를 위한 아웃소싱의 결과로 착취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신흥국의 중상층으로 부와 지식이 이동했고 그 결과 미국의 제조업 기반과 이에 종사하던 중산층이 몰락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사실 자본의 이익 추구와 착취에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개념조차 적용되지 않으니 이는 어찌보면 예측하지 못한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이런 아웃소싱과 미래의 자동화가 가져올 부 및 지식의 이동에 대해서는 소득의 미래에 자세히 나와있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몰락한 미국의 중산층이 의지하고 향한 곳이 바로 마약과 도박, 증오, 사디즘, 자유의 위협인데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리나라도 몇몇 연예인과 사회부유층들이 의사의 협조하에 프로포폴을 복용해 마약의 길로 들어서곤 하는데 미국은 이 문제가 비교도 되지 않게 심각하다. 오피오이드라는 의약용 마약이 있는데 미국, 캐나다, 서유럽이 전세계 오피오이드의 83%를 소비한다. 50대 이하 미국인의 주요사망원인이 오피오이디 과다 복용때문이며 2016년 한 해만 6만명 가량이 이것으로 사망했다. 비슷한 것으로 옥시코돈이란 것도 있는데 미국은 전세계 옥시코돈의 무려99%를 소비한다. 미국의 비양심적 의사들은 옥시코돈 및 오피오이디 제약회사들의 후원과 대접을 받으며 통증클리닉을 열어 공범자로써 미국인들에게 이걸 사탕처럼 팔았다. 옥시코돈이나 오피오이드는 결국 처방전료가 필요하기에 많은 돈이 들고 이약물로 마약의 길로 들어선 이들의 종착점은 결국 헤로인이다. 헤로인에 중독된 이들은 정신을 차리고 약을 끊으려는 무수한 시도에도 결국 다시 시작하게 되며, 약값을 벌기 위해 매춘이나 범죄로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미국의 마약치료프로그램은 대부분 공공성이 없어 한 번 입소에 수만달러의 돈을 요구해 일회성 효과로 끝난다. 미국당국은 마약으로 인해 50여년 이상을 골머리를 썩여왔음에도 해결을 위한 이렇다할 정치적 수단을 강구하지 않는다. 마치 상당수의 국민이 마약에 빠지길 원하는 것만 같다.

 도박도 심각하다. 2017년 기준 미국엔 무려 900개의 카지노가 있다. 카지노는 연간 370억달러를 벌어들이는데 이는 음악산업(68억달러)과 영화산업(108억달러)의 규모를 모두 합친것 보다도 많다. 미국의 4대스포츠리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도 178억달러이니 도박이 미국인들의 돈을 얼마나 빨아들이는지 쉽게 알수 있다. 도박장은 고객의 돈을 쉽게 빨아들이게 구성되어 있다. 마치 우연에 맡기는 것 같은 슬롯모신은 레버를 당기기전부터 이미 내장된 컴퓨터 칩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어 있으며 마치 곧 잭팟이 터질것 같은 그림들이 나오게 조작되어 있어 사람을 더욱 몰두하게 만든다. 카지고 안은 창문도 문도 시계도 없어 사람이 공간감을 잃게 만들면서도 음악과 색의 조정으로 현란하면서도 안도감을 느끼는 장치로 구성되 사람이 쉽사리 떠나질 못하게 한다. 거기에 고객별로 포인트를 줍다시고 카드를 발급해 그들의 도박패턴과 재산등을 추정해 개개인별로 긇어낼수 있는 돈을 분포곡선처럼 그려놓고 관리한다고 하니 착취도 이런 착뒤가 없다. 마약의 경우처럼 중앙정부나 주정부도 도박에 대한 해결의지가 전혀 없는데 이는 도박산업이 막대한 규모의 세수를 내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법인세가 감소하자 카지노가 있는 미국 43개주중 11개 주에서 도박산업이 내는 세수가 법인세를 능가하고 말았다. 미국의 도박산업은 자기들끼리의 과잉경쟁으로 일부 몰락한 곳도 있긴 한데 현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는 여러개의 카지노를 갖고 무리한 경영으로 실패해놓고 자기만 돈을 챙기고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방법으로 살아남았다. 물론 수십명의 호화 변호인이 그를 호위했음이다.

 공허한 미국인들은 섹스에도 빠져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섹스자체가 아니라 포르노다. 전세계 포르노 산업은 960억달러인데 미국은 이중 130달러의 규모를 차지한다. 포르노 인터넷 페이지수만 현재 4억 2천만개에 달하며 웹사이트는 420만개로 추정된다. 문제는 포르노가 영상이나 가상세계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정폭력, 윤간 같은 성폭력의 증가와 함께 했다는 것이다. 이는 포르노의 자극적인 성행위로의 서로 간의 극단적 경쟁이 현실세계로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한다. 포르노의 증가는 인신매매와도 밀접히 관련한다. 국제노동기구에 의하면 세계경제에서 여러형태의 강제노동의 규모는 연간 1500억 달러에 달하며 이중 성착취는 무려 990억 달러에 달한다. 인신매매에 의한 강제성노동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강제노동인구 2100만 가량중 절반이 인신매매로 팔려온 소녀와 여성으로 추정되며 이들 중 상당수는 가난한 제 3세계 국가출신이다. 인신매매업자들은 선택권이 없는 가난한 제 3세계 여성들에게 합법적이고 수익이 좋은 일자리를 알선한다고 속이고 데려와 여권과 서류를 빼앗고, 각종 빌미(여행비, 숙박비, 생활비등등)를 말도 안되게 붙여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빠뜨린다. 거기에 최종적으로 마약에 중독시켜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 여성매춘업계에 이런 여성이 빠져드는 나이는 평균 12-16세에 불과하며 이들의 평균사망나이는 고작 34세다. 한명이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3만 5천달러이니 인신매매범들이 취하는 이득이 얼마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악조건의 일을 합법적 노동이라보기도 하며, 독일과 네덜란드 같은 국가는 성매매를 실제로 합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 합법화 이후에 오히려 인신매매가 늘어나고 아동성매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측면에서 성매매는 허용적이기 어렵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미국민의 가슴과 머리엔 증오의 논리에도 쉽게 자리잡았다. 성차별, 인종주의, 외국인 혐오, 백인 남성우월주의, 종교근본주의  같은게 그것들이다. 이런 논리에 빠져들면 과거 자신들의 국가성립과정과 운영에서 한 행위(원주민 학살, 흑인 노예)는 잊고 자신들의 현재의 고통의 원인을 엉뚱한 다른 사람에게서 찾게 된다. 사실 이런 일은 미국만에 국한된 일이 아닌데 전세계 수억의 사람들이 세계자본주의와 근대성으로 인해 자신들이 뿌리 내린 공동체 뿐만 아니라 전통, 신념, 의식에서 단절되었다. 이들은 세계자본주의로부터 잉여취급받게 되었고 과거 좋았던 적을 기억하며 초남성성, 폭력, 쇼비니즘을 찬양하고 신화적 과거로의 회귀를 약속하는 극우세력을 지지하게 된다. 유럽 각국의 우파와 미국에서 트럼프의 집권, 일본 아베의 장기집권은 이런 현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미국의 병리현상 마지막은 자유의 위협이다. 미국은 노동과 정치권, 자본간의 힘의 균형으로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내에 자유주의 제도와 공공기관(언론, 노조, 제3정당, 시민과 교회의 그룹, 공영방송, 재원이 충분한 주립공공대학, 민주당의 자유주의 진영)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자본주의의 불안요소를 절대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없었지만 오랜시간 불안요소를 완화시켜 자본에 의한 완전한 공공성과 중산층의 파괴를 막아왔다. 하지만 지난 40년간 자국내 노동의 필요성이 현저히 줄어든 기업권력의 끊임없는 공격에 무너졌다. 이런 파괴로 미국인의 자유와 경제적 안정은 상당히 위협받게 되었으며 이들의 불만을 통제하기 위해 기업친향적인 경찰권력과 통제권력이 강화된다. 미국경찰은 법의 개악으로 군대수준의 물리력 행사권을 갖게 되었으며 실제로 총기사용국가임을 감안하덜라도 서유럽이나 다른 선진국가들에 비해 상당수의 시민이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다. 또한 사회적 불만의 표출로 인해 감옥에도 매우 쉽게 수감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의 재소자는 무려 230만에 달하며 이중 100만이 정부산업을 위해 일하고 있다. 재소자의 수가 무려 국민 1.5%에 달하는 것이다. 역설적인 것인 이 재소자가 미국 기업권력이 원하는 이상적 고용인아라는 점이다. 이들에겐 어떤 수당도 연금도 초과수당도 보험적용도 없으며, 급여는 시간당 1달러도 되지 않는다. 노동조합이나 파업도 물론 허용되지 않는다. 중산층의 경제파탄으로 세수가 줄어든 주 정부는 기업권력의 노동자 착취에 협조하게 되는데 재소자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업이 무려 착취액의 40%를 리베이트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재소자는 감옥안에서도 착취받는데 지난 2-30년간 노동의 대가는 1.5배정도 오른 반면 교도소내 물가는 300%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미국의 이런 사회파괴적 멸망요소는 미국자본주의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때문이라고 할수 있다. 기업과 자본은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자국의 제조업을 해외로 아웃소싱했고, 자국내에서도 이익극대화를 위해 사회의 공영성을 무너뜨렸다. 그결과 아웃소싱으로 직장을 잃고 경제적 파탄위기에 놓은 미국 중산층은 몰락하고 이들이 대안으로 찾은 것은 마약과 도박, 포르노, 기업이 아닌 다른 약자에 대한 분노였다. 그리고 이런 잘못된 판단은 중산층으로 하여금 잘못된 정치적 판단을 낳게 하였고, 이는 극우세력이나 망국적 세력의 집권으로 이어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제국은 스스로를 멸망의 위기로 빠드린 셈인데, 역사적으로 보아도 잘나가던 제국의 멸망은 집권층의 지나친 탐욕과 이에 따른 일반 백성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순이다. 거기에 항상 시대정신마냥 제국의 말기엔 암군이 집권한다. 이를 우연이라 할수 있을까?

 물론 이런 현상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병리현상이 더욱 극적으로 중첩되어서 그렇지 유럽도 한국도, 일본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 같은 경우도 암군인 아베가 사상최장으로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으니 말이다.(개인적으로 일본만화를 좋아한다. 그런데 최근 일본만화에서 상당한 이상기류가 느껴지는데 '이 세계로'라는 제목의 만화가 폭발적으로 최근 몇년간 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복사품마냥 현재의 일본세계에 불만을 가진 개인이 죽거나 하는 형태로 환상의 세계로 전생해 마법사나 최고의 용사등으로 활약하는 내용을 갖는데, 일본사회에 대한 잠재된 불만이 상당히 반영된 걸로 보인다.) 그나마 한국은 집권세력이 바뀌고 그들이 꾸준히 선거에서 승리하고 있어 어찌보면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책 소득의 미래에서 지적한 것처럼 기본소득이나 다른 형태의 도입으로 새로운 질서가 필요한 상황이 도래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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