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3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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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목은 사람이나 물건, 심지어 무형적인 것까지 그것의 가치를 알아 보는 눈이다. 안목이 높다면 다른 사람이 알아채지 못하는 그것만의 가치를 알아보는 셈이고 안목이 낮다면 그렇지 못한 셈이다. 코로나사태를 맞아 우리사회의 안목을 생각하게 된다. 사태에 대한 같은 대처를 놓고 어찌 이리 보는 안목이 다른지. 사회전반에 걸친 반지성주의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어찌 자신의 자유로울 권리가 다른 사람의 안위에 우선할까! 

 하여튼 이 책 안목은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의 다른 책이다. 우리 미술을 보는 안목에 관한 책인데 뛰어난 미적 안목을 가졌던 우리의 미술가들과 그러한 안목을 갖고 예술품을 수장하고자 노력한 사람들, 마지막으로 유홍준의 안목으로 주목할 만한 우리 미술가를 소개하는 3개장으로 구성했다.

 이 책에서 우선 인상적인 부분은 도자기 부분이었다. 지금은 좀 관점이 달라진 듯하지만 서양미술의 입장에서 동양미술의 가장 이해가 안되는 부분 중 하나는 도예다. 서양 미술사의 관점에서 도공은 그 역사자체가 매우 일천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예술이 아닌 기능의 차원에서 바라본다. 이유는 도공자체가 쓰임새가 목적이기 때문인데 그로 인해 기교와 디자인이 중요할분 예술가의 정신이나 개성이 발휘될 여지가 없다고 본다. 거기에 도자기에는 작가의 이름조차 남겨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더욱 공예로 보는 관점이 강해진다.

 하지만 동양미술에서는 순수미와 사용의 분리가 엄격하지 않으며 회화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개인주의적 예술보다는 시대나 민족의 미감이 들어가있는 집단적 예술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동양에서 모예는 마땅히 예술의 하나로 간주된다.

 우리 도자기에서 우선 주목할 시대는 고려시대다. 청자로 유명하여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는데 송대 소경의 선화봉사고려도경에는 고려의 건국과 성읍, 궁전, 인물, 사찰, 풍속이 자세히 수록되어 있어 고려의 모습을 보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며 청자에 대해서도 여러 기록이 남아있다. 고려청자에서 가장 큰 주제는 차와 술이었다. 다완에는 다도에 걸맞는 고요하고 맑고 정숙한 분위기가 있으며, 술은 감성적 해방이 허용되기에 술병과 매병에는 풍류와 낭만, 서정이 느껴진다. 그래서 술병에는 명시가 새겨져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시명청자는 중국과 일본엔 없는 우리 고려청자만의 고유 특성이다. 이런 청자는 고려말에 들어 거의 생산과 사용이 사라진다.

 조선에 들어 청자는 거의 완전히 잊혀지고 백자의 시대가 시작된다. 도자기의 아름다움은 크게 세가지 관점에서 비롯되는데 형태미와 빛깔, 문양이다. 동북아 삼국의 도자 중 일본의 것은 주로 빛깔에서 찬양받으며 중국은 형태, 한국의 것은 아름다운 곡선미로 주목받는다. 조선의 백자 중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바로 달항아리다. 달항아리는 특유의 백색 빛깔의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독특한 곡선으로 주목받는다. 달항아리의 곡선은 정확한 좌우대칭을 이루지 않으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데 이는 조선시대 기술적 한계에서 비롯된 미이다. 당시 전동이 아닌 크기가 작은 수동식 물레로 도기를 제작했는데 달항아리처럼 큰 조형물을 한방에 만들긴 불가능했다. 그렇다보니 고육지책으로 정확히 반씩 물레로 빚은 후, 나중에 두 왕사발을 합치는 형태로 달항아리를 제작하게 된 것. 이런 달항아리의 빛깔과 곡선미는 오늘 날에도 눈을 때지 못하는 미를 자랑하게 되었으며 우리나라의 작가 김환기는 달항아리를 주제로 많은 회화를 남기기도 했다. 책에 나온 에피소드중 영국의 빅토리아앨버트 미술관에서는 유명인사 5인에게 이 미술관이 보물중 5가지를 꼽으라는 미션을 주었다. 이 유명인사중 007시리즈에 나온 주디 덴치는 5가지 보물중 하나라 조선의 백자항아리를 꼽았다. 하루종일 보고 있으면 근심이 사라진다는 이유였다는데 정말 공감이 가는 이유였다.

 개화기에 들어 일본은 우리의 문화재를 마구잡이로 도굴하거나 헐값에 사들이기 시작했는데 공식적이지 않지만 대충 2만에서 3만점의 우리 유물이 일본에 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유명한 안견의 몽유도원도도 일본에서 소장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우선 고려청자를 도굴하고 수집했는데 조선시대 청자가 완전히 잊혀져 매우 쉽게 얻을 수있었다. 그들의 고려청자수집붐은 1910년대 분청사기와 조선백자로 이어졌고, 이후엔 삼국시대 토기와 불상, 금속유물과 회화, 고서로 이어진다. 이에 우리 수집가들도 조금씩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깨닫고 대응하기 시작한다. 1920년대부터 고미술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1930년대에는 급기야 일본인들과 경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확보한 미술품이 있었기에 일본에 넘어간 것이 어쩌면 2-3만정도 그쳤는지도 모를일이다.

 분단이후 한국미술은 현대미술로 접어든다. 남북은 체제의 차이로 제각각의 길을 걸었는데 일제강점기 잔재인 일본화된 인상화 화풍을 제거하기 위해 남에서는 서구 모더니즘이 도입되었고 사회주의 북에서는 리얼리즘에 도입된다. 러시아 유학 화가 변월룡은 이때 북으로 와서 북의 리얼리즘에 일조하며 많은 작품을 남기는데 당시대의 여러 인물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긴 것이 독특했다. 남에서는 미술계가 산업화를 통해 어느정도 정체성에 대한 자각이 이루어지면서 단색조의 현대미술이 등장했고, 현실에 대한 참여와 고민으로 민중미술이 생겨나게 된다.

 책에는 굉장히 다양한 우리 미술품과 작가들이 소개된다. 보는 즐거움이 확실히 있는 편인데 주제가 좀 복잡하다보니 하나의 큰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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