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지금의 인간이 되었나 - 불, 요리, 폭력, 패션 그리고 섹스를 통해 본 인류 진화에 대한 색다른 탐험
애덤 러더퍼드 지음, 김성훈 옮김 / 반니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특별한 점은 대체 무엇일까? 이런 고민에서 쓴 책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무척 다르기에 최상위 포식자임에도 많은 개체를 유지하고, 지구의 다른 좀을 쥐락펴락 하고 있지만 사실 인간은 다른 생물과 공통점도 많다. 우선 다른 생물들처럼 동일한 유전암호를 쓴다. 이 암호는 딱 네글자인 A,C,T,G다. 별개의 세포조직에서 생명체를 이룬다는 사실도 같으며, 많은 세포들이 공통의 매커니즘으로 환경에서 에너지를 추출한다는 점도 같다.  

 인간의 독특한 점으로 우선 도구에 주목한다. 도구의 정의는 좀 복잡하다. 동물이 자신의 힘을 연장해서 물리적 작용을 가하는데 사용하는 동물의 몸 외부에 작용하는 사물이란다. 주먹도끼부터 최신 스마폰까지 도구에 들어간다. 인간의 주요 특징으로 도구에 주목 할 만한 것이 동물중 도구를 사용하는 종이 겨우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도구를 만들려면 예지력과 상상력이 필요하며 또 그것일 정교하게 운동제어 행위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복잡한 도구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과 그로 인해 다시 영향을 받는 인간을 생각하면 도구는 인간의 주요 특징중 하나로 봐도 무방할 것 같긴 하다.

 다음은 큰 뇌다. 그런데 인간보다 큰 뇌를 가진 동물은 생각보다 좀 된다. 특히 대왕고래는 뇌무게만 8kg에 달한다. 그래서 체중 대비 뇌의 중량비유로 비교해본다. 이러면 좀 상위권으로 가긴 하지만 여기서도 돌고래들에 밀란다. 거기에 체중대비 뇌의 중량비유로 본다면 그 수치가 보다 나은 남성이 여성들보다 똑똑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설명이 나오질 않는다. 그러면 뇌의 밀도나 뉴런의 수다. 이것도 좀 낫긴 하지만 몇몇 미생물은 뉴런의 수가 인간보다 많으며 새의 경우 작은 뇌에도 엄청나게 밀집해있다. 이것이 새가 작은 뇌의 크기에도 우수한 지능을 가진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인간의 뇌는 제법크지만 그것만으로 특별하다고 보기 어렵단 결론이 나온다. 뇌의 크기와 밀도, 체중대비 상대적 비중, 뉴런의 수가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인간은 최고는 아니지만 이 지표에서 모두 최상위권이다. 거기에 진화과정에서 획득한 도구의 제작과 사용이 용이한 손의 형태와 이것을 가능하게 한 직립보행, 거기에 문명을 전달하는 말을 할수 있는 능력, 이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간의 뇌를 최고로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만일 돌고래에게 말을 할수 있는 능력과 손이 주어졌다면 그들은 우리보다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 다음은 독특하게도 성행위다. 모두 동물이 다하는 것이지만 인간만의 독특한 점이라면 인간의 경우 성행위가 지나친 낭비라는 점이다. 성행위의 목적은 마땅히 번식이다. 그런데 인간의 경우 성행위 대비 번식 성공률이 고작 0.1%에 불과하다. 1000번의 성행위에서 단 한명의 아이만 태어나는 셈이니 비효율도 이런 비효율이 따로 없다.

  인간의 성행위가 독특한 점은 스스로 하는 자위행위와 동성애에서도 나타난다. 하지만 의외로 이는 동물에게서도 많이 나타난다. 영장류중 80종의 수컷에게서 그리고 50종의 암컷에게서 자위행위가 관찰되었다. 돌고래의 성행위는 더 기가막힌다. 한 수컷 돌고래는 바다장어를 자신의 성기에 감아서 자위를 한다고 한다. 손이 없으니 별짓을 다한다. 돌고래의 성행위는 더 경악스러운데 수컷의 무리들이 암컷 하나를 몰아넣고 집단 강간을 한다. 동물에게 이 표현이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저자도 의문을 제기했지만 하여튼 그렇다.

 동성애의 경우 인간만의 특징으로 착각하지만 동성애는 자연에도 만연하다. 동성과 성관계를 오히려 더 많이 하는 경우도 쉽게 관찰된다. 번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성애가 자연계에 만연한 것에 대해 진화학자들은 오랫동안 의문을 품어왔는데 몇가지 단서가 있다. 우선 완전한 동성애적 성향을 가진 개체는 드물다는 것이다. 동물의 성적 성향은 완전한 이성애와 동성애 사이의 어느 한점에 위치하고 그렇다보니 동성애적 성향이 강한 개체도 이성애를 완전거부하는 경우는 드물어 자손이 남겨졌다는 것이다. 다음은 게이삼촌가설과 할머니가설이다. 벌이나 개미처럼 자신이 번식을 하지 않더라도 유전적 유사도가 높은 형제자매의 번식을 돕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과 유사한 생각이다. 실제로 동성애 남성의 할머니, 고모, 이모가 더 많은 자손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져 동성행위가 유전적 적합도를 높이는 행위라는 하나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도 동성애가 왜 생겨났는지에 대한 답은 주지 못한다. 애초에 진화엔 목적이 없기에 그냥 생겨난 것이 위와 같은 요인으로 유지되었을 수도 있으며 어쩌면 지니치게 높은 번식 의지에 비해 교미 기회가 적어서, 혹은 암수의 형태적 구분이 아주 극단적으로 완벽하진 않으므로 외모적 유사성에 의한 착각? 일 지도 모를일이겠다.

 마지막은 인간의 진화과정이다. 진화엔 목적이 없고, 방향도 없기에 인간의 진화만이 특별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과 같은 모습이 만들어진 면에는 독특한 우연과 특별한 면이 있다. 우선 우리 유전체의 8%는 우리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게 아니다. 놀라운 점인데 바이러스는 DNA없이 RNA만으로 자신의 유전체를 다른 생물세포를 통해 복제한다. 이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우리 유전자체 다른 생물이 꾸준히 침투해온 것이다. 실제로 태반은 4500만년전 감염에 대한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바이러스 유전자에서 유래한 것이다. 태반은 그 이전부터 있었는데 이 기능의 획득으로 더 잘 기능하게 되었을 것이다. 놀랍게도 생쥐는 우리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이는 다른 바이러스로부터 다르게 얻은 것이다. 또한 인간은 염색체가 23쌍인데 다른 영장류들은 대개 24쌍이다. 60-70만년전 아마도 과거 2-3번염색체가 제대로 분리되지 못한 선조가 생겨났는데 그래서 지금 인간의2번 염색체는 유독크다. 전체 DNA의 8%나 되고 12개의 유전자가 있다.

 말을 하게하는 FOXP2유전자도 그렇다. 유전자는 복제를 여러개 해두는 경향이 있는데 영장류에서 이 유전체 복제가 유독 쉽게 일어난다. 실제 우리 유전체중 5%가 복제본이며 그 중 무려 삼분의 일이 인간에게만 존재한다. 여기서 다양한 변이가 일어나게 되어 진화가 촉발되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FOXP2 유전자가 다른 생물에 비해 많다. FOXP2유전자는 오래된 것으로 다른 동물들이 내는 소리와 연관한다. 인간은 여기에 더 많은 변이가 일어나 말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만이 말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목뿔뼈란 다양한 근육과 인대를 연결하는 독특한 뼈가 필요하고 혀가 필요하며 인지, 추상, 묘사능력을 갖춘 섬세한 심리적 기반도 필요하며 무엇보다 말을 듣고 해석할 청각적 장치와 두뇌 장치 말이 전달될 공기가 필요하다. 유전자 하나만으론 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책은 다양한 인간의 독특성에 주목한다. 분명 인간이 독특한 것은 분명하나 인간을 그렇게 만든 많은 변화는 진화과정속에서의 우연과 그것을 촉발한 환경, 그리고 여러개가 서로 이를 뒷받침하며 일어났다. 도구는 분명 독특하지만 직립보행으로 인한 손의 독립, 그리고 도구를 쥐고 개발할수 있는 엄지방향의 변화가 필요했다. 거기에 큰 뇌와 도구 발달을 가속화하고 전달할 언어도 필요했다. 이 모든게 생물학적 우연으로 인한 진화기반과 문화가 갖이 작용하여 일어난 셈인 거시다. 결국 인간은 매우 특별하면서도 전혀 특별하지 않은게 책의 결론인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