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 -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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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노 사피엔스는 폰과 사피엔스의 합성어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라는 뜻으로 한국에서는 1980-1996년 사이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이에 해당한다. 즉, 어려서 혹은 성인초기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해왔고, 인터넷이 생활화한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아이폰의 개발로 등장한 포노 사피엔스는 4차산업혁명과 더불어 세계 문명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스마트폰과 이를 활용한 여러 플랫폼의 등장으로 소비생태계를 변화시켰는데, 과거와는 다르게 권력이 정치와 자본권력에서 소비자권력으로 이동한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때문에 세계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은 세계 어디보다도 발빠르게 자신들의 문명을 포노사피엔스의 세계로 탈바꿈하고 있다. 미국은 첨단기술의 선두주자이자 이익을 쫓아서 그리고 중국은 이익에다가 패권주의 그리고 공산당의 일방독재주의로 빠른 전환이 가능했다.

 반면 한국은 이런 변화에 매우 늦게 대처하고 있다. 이상스럽게도 한국은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산업에 부정적이다. 유교중심으로 학문을 숭상하고 도박이나 술같은 중독성 문화에 과민반응하는 전통때문인지 아닌가 싶다. 과거에는 오락실과 만화가 터부시되었고, 지금은 그것이 게임과 스마트폰으로 옮겨간 느낌이다. 최근 국회에서 이루어진 타다 금지법은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예라 할 수 있겠다.

 책은 이러한 사고의 근저에 한국의 베이비붐세대와 x세대가 자리한다고 본다. 베이비 붐 세대는 전후 폐허속의 최빈국 한국에서 태어났다. 찢어지는 가난과 교육기회의 박탈, 부존자원 하나 없는 나라에서 일본은 벤치마킹해 제조업을 성장시켰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놓은 기초를 기반으로 나라를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시킨 것이 x세대다. 제조업으로 성공했기에 이들은 선진국의 길을 따라가고 선배들이 해놓은 것을 따라가는 전통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있다. 때문에 디지털생태계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과거와 같은 대량 생산을 통한 단가 낮추기와 품질 경쟁력, 막대한 자본을 통한 tv 광고를 통한 브랜드화로 인한 성공이 쉽지 않다. 유튜브와 스마트폰으로 이미 광고시장은 tv와 신문에서 중심축이 완전히 이동해버렸다. 아마존은 tv 광고를 이미 십년전에 사양해버렸을정도다.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편의성과 소비자를 한번에 사로잡은 킬러 콘텐츠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서 막강한 팬덤이 형성되고, 이 팬덤은 sns와 인플루언서로 인해 빠르게 퍼져나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막강한 킬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디지털 생태계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고 이를 즐기면서도 인간과 사회문화, 지리, 세계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이를 연결할 수 있는 인재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학벌과 공채라는 구시대적 방식으로 인재를 충원하지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의 세계4대 플랫폼 기업들은 인재 채용에 있어 6-10회 인터뷰를 무려 3개월간 진행한다. 철저한 질적평가이며 상당히 시간과 비용이 드는 방식인데도 이를 따른다. 그만큼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건 신입사원 기준이며 팀장급이거나 경력직이라면 훨씬더 강력한 선발 과정을 갖는다.

 포노사피엔스의 사회에서 현재 5개의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선 애플이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앱스토어를 개발해 새로운 방식의 유희를 제공했다. 구글은 인간의 뇌를 재정의했다. 과거 지식과 숫자의 암기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검색의 시대이며 유투브를 통해 영상으로 학습한다. 영상기반학습은 학습속도가 빠르고 뇌에 전이되는 과정도 다르다. 즉, 뇌가 변화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인류의 심장, 관계와 애정을 재정의했다. 그리고 아마존은 소비생활을 바꾸었다. 마지막으로 이들 기업들의 하드웨어를 제공한 것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는 플랫폼 기업의  서버에 공급되고 고객의 스마트폰에 들어간다. 즉, 이 모든 것은 삼성전자가 공급한 강하고 우수하며 가격이 싼 반도체에 의해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미래는 온디맨드 사회로 과거와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모바일과 같은 it인프라를 이용하여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경제가 도래한다. 현제도는 아직도 대량생산에 의존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3d 프린터가 스마트팩토리가 이를 해결한다. 결국 소비방식에 의해 제조방식도 변화하는 것이다.

 전자 상거래 개념도 사라진다. 신소매개념이 이를 대체하는데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완벽한 결합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맞춰 공급을 조절하는 것을 물론이고 새로운 상품의 반응도마져 실시간으로 예측해서 어느 정도 구매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즉, 창고의 재고가 대폭 사라지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세계의 빠른 변화에 우리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과거 10년간의 보수정권은 나라의 부를 엉뚱한데 소진하고 부정부패했으며 새로운 민주정권도 과거를 청산하고 이념대결에 휘말렸으며 북한 문제를 정리하느라 미래를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정치적 상황으로 한국은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엉망인 20대 국회의 마지막 법안에서도 4차산업이나 디지털 생태계 법안은 주목받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관련법안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과거 세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한국은 나라를 상실하는 아픔과 분단이 되는 고통을 겪었다. 미래를 빨리 따라가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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