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도덕의 발생이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최우선으로 하는 생물개체에게서 이타심이라는 것이 좀처럼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자연계는 무한경쟁으로만 채워져 있진 않다. 서로간에 가진것이 다르고 약하기에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혈연관계의 협력과 희생은 물론 같은 종간의 집단적 협력, 심지어 이종간에도 공생도 그래서 존재한다. 이들은 심지어 공진화도 한다. 물론 인간의 도덕은 공생같은 단순한 협력 그 이상의 것이다.

 진화론은 보통 호혜성이론으로 이타성의 발달을 설명하곤 한다. 물론 죄수의 딜레마게임처럼 이기심과 상대방에 대한 신뢰의 부족은 언제든지 배신과 속임수를 갖고온다.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호협력적인 성향을 가진 개체가 장기적으로 적응도가 높음을 보여줌으로써 이타심이 보다 성공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거기에 밈이라는 개념을 고안해서 완전하진 않지만 호혜적 성향에서 지금의 도덕으로의 길을 어느정도는 연결해 놓은 것으로 보였다. 도킨스는 진화는 철저히 개체수준에서만 이루어지며 집단 선택이나 다수준선택은 완전히 부정한다.

 하지만 책 도덕의 기원에서는 이 집단선택을 긍정한다. 호혜성은 여전히 장기적으론 이득이지만 단기적 이득을 취하려는 배신자 문제를 덮기 어렵다. 또한 상호협력적인 성향을 가진 개체가 장기적으론 적응도가 높을 것임을 입증했다하더라도 왜 초기에 이런 개체가 협력성을 갖게 되는지를 설명하는 것도 어렵다. 거기에 진화론은 개체수준의 진화만을 이야기하지만 개체는 진화과정에서 특히, 인간처럼 복잡한 생물일수록 수많은 다른 개체의 영향과 사회문화적 상황에 놓인다. 이런 상태에서 개체만을 놓고 진화가 가능하냐는 점이다. 전부터 느낀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단순함에서 어떻게 지금의 높은 도덕수준으로 점프했는지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도덕의 기원은 이런 부분의 공백을 어느 정도 채워주는 책이다. 우선 책은 도덕을 핵심적인 근접기제로 본다. 용어가 어려운데 근접기제란 어떤 개체가 목적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 부여되는 부수적 기제다. 성공적인 번식을 위해 강한 성욕이 부여된다면 그것이 근접기제가 되는 셈인데 책은 도덕을 협력을 통해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 부여된 근접기제로 파악한다.

 이런 진화의 시작은 늘 그렇듯 자연의 압박이다. 책은 우선 인류와 대형유인원의 공통조상의 도덕적 초기 특성을 살피기 위해 대형유인원의 수준을 먼저 살핀다.

 

1. 대형유인원의 수준

 대형유인원에게는 협력의 황금삼각형(털손질, 먹이공유, 협동전쟁과 사냥)이 존재한다. 그래도 이들 수준이라면 철저히 계산적 호혜성 수준에서 협력이 작동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이들도 막상 그렇지가 않다. 많은 연구에서는 침팬지는 자신에게 비용이 발생하고 이득이 없음에도 곤경에 처한 다른 개체를 도와주는 현상을 보였다. 거기에 털고르기 같은 협력적 작용을 하면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생물학적 체계를 갖추기까지 했다.  

 대형유인원들은 그래서 비용이 크지 않고 경쟁상황이 아니라면 서로간에 돕는다. 물론 이들의 협력의 토대는 되갚음에 기반한다. 협력성향이 있는 개체가 결국 살아남으려면 되갚음이란 강화는 반드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협력과 공정에 대한 감각의 발생은 많은 한계를 갖는다. 우선 협력이 주로 이루어지는 사냥의 경우 조직적이지 못하다. 팀을 짜서 역할분담을 해서 사냥을 하기보다는 먼저 사냥을 시작한 개체에 따라붙은 형국이다. 즉 진정한 수준의 협력이라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보상에 대한 공정감각도 마찬가지다. 공동사냥후 먹이를 나누지만 공정성에 입각한 분배에 관심이 없다. 유인원들은 실험에서 내게 주어진 먹이의 질이 떨어질 경우에 분노하지 상대방의 먹이와 비교해 분노하진 않는다. 후진 것이라도 비슷한 것을 얻어야 분노하지 않는 인간과는 참 다르다. 인간은 부당한 대우를 당한다면 좋은 먹이라도 포기하며, 공정하다면 기꺼이 후진 먹이라도 택한다. 거기에 이들은 육식 이외에도 대부분의 열량을 개별적으로 식물로부터 취득가능하기에 협력이 의존적일 수 도 없다.

 또한 이들 사회가 철저히 서열사회란 점도 협력을 저해하는 이유다. 힘에 의해 모든 것이 지배를 당하니 도덕이 생겨날 수 없으며 협력을 요구하는 사냥이 먹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으니 강자는 더욱 다른 사람 눈치를 볼 것이 없다.

 

2. 2인칭 도덕의 시작

대충 40만년전 인류조상 주변의 환경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시기는 아마도 숲이 줄어 인간조상이 나무에서 내려왔어야 하는 시기와 같을 것이다. 갑작스레 적으로부터 노출되기 시작했고, 숲과 나무가 줄어 다른 대형유인원처럼 채식만으론 생활이 어려워졌다. 따라서 사냥이 필수적이었고, 상호간에 매우 의존적으로 환경이 바뀌었다.

 그래서 친족에서 시작하여, 대형유인원의 다른 개체에게 까지 적용되었던 공감의 감정이 상대방에 대한 적극적 관심으로 전환되었다. 환경변화에 의한 상호의존도의 증가때문이다. 개체들은 상대방에 대한 단순 공감에서 복지로의 적극적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상대의 복지가 나의 안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고방식도 변한다. 나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인지능력이 당연히 생겨나 파트너 간의 등가성이 대한 인식이 확립되었다. 나와 네가 입장이 같을 수 있음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역지사지의 시작이다. 또한 공동사냥과 협력을 해야했기에 공동의 목표에 종사하는 것을 인식하는 공동지향성도 생겨났다.

 이런 서로 의존적 상황과 공동목표 및 상호등가성과 인식이 생겨나자 자신과 상대를 평가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모두가 협력적이고 실력있는 파트너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대방이 협업에서 엉망인 경우 나는 대형유인원들 처럼 직접적 위해를 가하기보다는 강한 항의를 하게 된다. 이 항의는 상대방을 다시 파트너로 선정하지 않는 배제행위나 먹이에 대한 요구등이다. 이에 각 개체들은 자신이 배신자가 아닌 협력적 파트너임을 알릴 필요성이 생겨났고, 더욱 협력적 태도와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배신자는 생겨날 수 있기에 자기규제 인식이 생겨난다. 이는 공동헌신으로  배신행위를 할 경우 상대방이 자기를 응징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아닌 나의 비협력적 행위가 공동목표를 방해한 것에서 느끼는 생각과 감정이다. 이런 공동헌신의 경우 명백한 공통기반 기준에 따라 자신의 잘못에 대해 제재를 할 권한을 상대방에게 내준다. 우리가 잘못을 하는 경우 마땅히 상대방의 비난과 욕설을 감수하거나 국가에 의해 형사처벌 당하는 것을 감수하는 것의 시작이다.

 

3. 객관적 도덕

약 15만년전 쯤. 그러니까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질 무렵 인간 집단은 급성장한다. 집단은 서로 성장하여 맞닿게 되었고 경쟁하게 되었다. 인간의 생존은 이제 협력적 파트너가 아니라 집단에 의존하게 되었다. 외부엔 경쟁집단이 도사렸고, 내부적으론 지식과 도구가 많아지고 분업화되었다. 개인이 집단에 철저히 의존하게 된 것이다.

 개인은 이제 내집단원들에 의존하게 되었다. 문제는 인간의 인식 능력 한계로 150-200명에 대한 인식이 고작인 인간으로썬 내집단 전체성원의 인식이 어려웠다. 이런 구분을 가능하는 것이 집단의 문화다. 이 문화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생겨나 거리가 떨어진 집단마다 다른 양태를 띄었다. 창을 만들고 던지는 법, 식사하는 법, 결혼하는 법, 인사하는 법등 이런 다른 문화양태로 개인은 내집단원을 인식하고 외집단원을 구분했다.

 이런 문화에 대한 인식과 적응은 매우 생존에 중요했기에 객관화된다. 개인이 사회에 들어가 협상하고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객관으로서 받아들여야하는 것으로 주어진다는 뜻이다. 때문에 교육은 지향성교육이 되며 주입식으로 바뀐다. 문화적 규칙은 그래야만 하는 것이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왜인지는 가르치지 않으며 왜를 물으면 화를 낸다. 인류는 이런 주어진 사회규범은 순응한다.

 그리고 평판이 중요해진다. 과거 언어가 발달하지 않아 자신의 배신행위를 다소 숨길수 있었다면 언어의 폭발로 이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나의 배신행위와 비협력을 직접 보지 않은 자까지도 나를 징벌하고 판단할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도덕적 자기관리는 더욱 중요해진다. 개인은 자신의 도덕적 판단에 대해 남에게 욕을 먹기전 스스로를 검열하는 단계에 이르른다. 행동하기전 자신의 행동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 스스로 성찰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도덕 규범에 대한 개인의 헌신을 한층더 합리화 하고 객관화한다.

 하지만 이는 완전치 않다. 개인의 도덕발달이 나 자신에서 공감을 갖는 당신, 그리고 2인칭 도덕의 대상으로서의 나와 당신인 우리, 그리고 집단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자 여러 사안에서 충돌하며 개인은 이 상황마다 도덕적 판단을 하고 행동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은 이를 합리화하는데 이를 톧해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도덕적 정체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개인의 창의적해석에만 의존하지는 않으며 언제나 사회적 정당화에 의해서만 지지된다.

 

4. 법과 종교의 세계

이는 새로운 단계라기 보다는 집단적 도덕이 더욱 커지고 강화된 수단을 얻은 단계다. 사회집단이 문화가 필요해지고 사회규범이 생겨나면서 초기에 자연스레 세워지고 변화한 이것들을 더욱 정당화할 필요성이 생겨난다. 지향성 교육과 개인의 수용보다 더 강한 것이 필요해진 것이다. 또한 집단간 통합이 되며 다양한 문화가 섞이게 되니 더욱 커진 잡단을 내집단으로 통합할 더큰 무엇인가가 필요해진다.

 그것이 법과 종교다. 대개 내집단의 사회규범 교육에서 문화와 규범은 오래전부터 이어진 것이고 결국 이는 조상으로 수렴한다. 많은 내집단들이 조상숭배의식을 갖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조상을 더 나아가 초자연적인 존재나 신으로 연결시킨다면 집단의 규범은 더욱 정당화된다.

 이것이 법과 종교의 시작인 것이다. 더욱이 종교는 다른 사회제도들이 처벌위협과 보상으로 강화하는 반면 내세를 통한 협력과 도덕을 강조하는 면에서 한 차원 위다. 또한 종교적 이유로 도덕적인 개인인 의무감각보다는 그 이상인 원대한 신의 목표에 귀속되어 도덕적 행위를 추구한다.

 이렇게 시작한 법과 종교의 도덕이 아직 완전치는 않지만 내집단을 넘어 인류전체 그리고 다른 생물로까지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 현재의 인간 도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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