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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우화
류시화 지음, 블라디미르 루바로프 그림 / 연금술사 / 2018년 7월
평점 :
신은 인간을 만들며 완벽하게 만들었기에 세상이 잘될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인구가 불어나고 인간사회가 발달할 수록 의외로 엉망이었다. 그래서 신은 인간이 너무 많으니 어정쩡한 녀석들은 그냥 놔두고 가장 지혜로운 이들과 가장 멍청한 이들을 천사둘을 시켜 모아오게 했다. 지혜로운 이들은 각 마을마다 한명씩 뿌리고 멍청한 녀석들을 손수 재교육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지혜로운자는 실제 사회가 그렇듯 얼마되지 않아 쉽사리 재배치가 되었지만 문제는 실제 사회가 그렇듯 멍청한 놈들은 너무나도 많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을 담당한 천사는 이녀석들에게 원대한 신의 뜻을 일깨우는데도 애를 먹었고 워낙 많은지라 한방에 옮기기도 쉽지 않았다. 고심끝에 큰 자루에 녀석들을 담고 운반하던 천사는 그만 이녀석들을 폴란드의 헤움이란 도시에서 놓쳐버리고 만다. 가장 멍청한 이들로 이루어진 헤움은 단시간에 망할 것이 분명해보였지만 어찌된 것인지 나름 번성하고 현자의 도시란 명칭가지 붙고 만다. 물론 자칭이지만. 그리고 이 우화는 이 가상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이렇게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말도 안되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며가는데 주변 도시들은 실제 폴란드의 도시를 써서 웬지 모르게 이 도시가 지구상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야기의 상당부분은 그냥 어이없지만 몇개는 뼈를 때리기도 했다.
에피소드중 하나인 '세상에서 가장 쉬운 위기 대처법'이다. 폴란드에도 장마가 있는지 여름에 장마가 오기 시작했다. 밭이며 논이며 모두 잠겨 그야말로 심각한 '위기'였다. 그러자 늘 그렇듯 헤움엔 회의가 열렸고 마을의 제일가는 현자 베렉이 말한다. 물이 많긴 하지만 물이 없어서 가뭄에 농사도 못짓는 지역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이 기가막힌 주장이 먹힌다. 그래서 이들은 '위기'를 '축복받은 환경'으로 바꿔부르기로 한다. 본질을 돌리고 다른 프레임으로 기가막히는게 바뀌는게 지금 일본과의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한심한 뭔 당같다.
하여튼 계속되는 축복에도 마을엔 문제가 계속된다. 밭은 썩고, 물에 잠긴 가축은 병든다. 아이들도 물놀이만 하고 일을 하지 않아 게을러졌다. 더 큰 문제는 물이 너무 불어 안식일에 쓸 물고기를 잡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또 회의를 열고 그래서 밀가루로 붕어빵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예배당으로 갈 방법이 없자 이번엔 문짝을 뜯어 가가호호 뗏목을 만들기로 결정한다. 다만들고 나니 현자인 니들은 물이 모두 빠진걸 알아챈다. 감당할 수 없는 문제상황에 이들은 지금은 다시 위기로 인식하기로 한다. 그리고 비가 다시오는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애써 만든 뗏목을 발판으로 써 예배당에서 붕어빵을 먹는 전통을 만들기로 한다. 기가 막힌 마을이다.
책엔 이런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어리석은 사람들로 어리석어 보이지 않는 현실 사람들의 부조리와 비리, 이기심, 어리석음을 우화라느니 거울로 비치려는 것 같다. 이런게 우화의 가치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