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임승수의 마르크스 자본론 강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시리즈
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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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정도의 나이대는 뭔가 빚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90년대 후반에 대학을 다녀 독재정권을 모르고 운동권의 끝무렵을 살짝 경험했다. 당구보다는 스타를 했으며 그래서인지 선배들이 읽은 소위 무서운 책(자본론이나 공산당선언같은)들도 본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사상적으로도 그리고 사회의식적으로도 뭔가 뒤쳐지고 빚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아왔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느낌일수도 있다. 하여튼 그래서 이런 생각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맑스의 자본론은 언젠간 반드시 읽어야만 할 것같은 느낌을 받는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내가 사진 않았다. 아내가 직장 연수에 저자가 오길래 저자 직강 기념 사인을 받고자 구매한 책이다. 몇년을 우리 집 서가의 아내코너에 붙어있던 걸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잡아서 보게 되었다. 가끔 이런 결정은 내가 하는것인지 다른 누가하는것인지 궁금할때가 있다.

 책은 제목처럼 자본론을 매우 잘 정리해놓았다. 물론 자본론을 직접 본적이 없는지라 정말 잘 정리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해가 잘 가게끔 했다는 점에선 정리를 잘 한책이 분명하다. 하지만 제목처럼 원숭이도 이해할만큼 쉬운지에 대해선 좀 동의가 안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책은 제법 어려울 수도 있겠다.

 맑스는 당시 사회의 주 발전원리이면서도 해악이 많은 자본론의 핵심을 파헤치려고 노력했다. 맑스가 보기에 자본주의의 핵심은 이윤이었는데 바로 이 이윤은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가치에서 생긴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잉여가치는 판매자도 자본가도 아닌 바로 노동자가 만들어낸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노동가치론이다.

 상품이 생산되고 판매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M-C( 노동력, 생산수단)-P-C'-M'

처음의 M은 초기자본이다. C는 상품으로 여기에 노동력과 생산수단이 투입된다. P는 생산이며 C'은 노동력과 생산수단이 투입되어 생산된 상품이다. 밀가루 공장에서 사람과 기계를 돌려 국수를 생산한 것을 생각하면 된다. 이를 판매하면 이윤이 발생하며 그래서 처음의 M은 M'로 늘어난다. 이 과정은 자본주의의 작은 사이클로 이 과정은 이윤이 발생하는 한 무한히 반복되며 M은 점차 늘어나 돈에서 자본으로 변모하게 된다.

 상품의 가격, 즉 교환가치는 이 과정에서 불변자본(시설, 원재료)+가변자본(노동력)+잉여가치의 합으로 결정된다. 불변자본의 가격은 그대로 반영되며 가변자본은 노동자의 임금이고 잉여가치가 자본가의 이윤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상품의 가격이 이 공식에서 1000원인 경우 불변자본이 300원이라면 700원의 일부만을 노동자에게 급여로 지급함으로써 자본가가 이득을 얻고 착취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때 가변자본인 노동자의 급여는 사회적으로 노동이 재생산가능한정도로 책정된다. 즉, 의식주를 해결하고 후대 노동자인 자식을 재생산하는데 필요한 정도의 돈이 지급된다는 뜻이다. 자본가는 당연히 가변자본을 최소화하려하지만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와 법적규제 등으로 이는 한계가 존재한다. 즉, 최저임금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본가는 다른 식으로 착취를 강화한다. 바로 생산력의 증가다. 방법은 두가지다. 우선 기술을 발전시켜 생산력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상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노동자의 필요시간은 줄지만 이를 그대로 유지시켜 이득을 착취한다. 빵하나를 생산하는데 3시간에서 기술발전으로 2시간이 필요함에도 여전히 근무시간을 유지해 1시간 분을 더 착취하는 것이다. 물론 기술발전이 늘어나도 이윤율은 그대로다. 하지만 벌어들이는 돈의 액수가 커짐으로써 자본가는 이득을 얻는다. 

 다른 방법은 성과급제다. 성과급제의 도입은 노동자에게 이득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다. 노동자들은 스스로 노동의 강도를 높여 착취량을 늘린다. 물론 자신의 급여도 높아지지만 착취량도 늘어나기에 자본가의 이득이 높아진다. 

 맑스는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과학기술의 발전도 있지만 기업간의 경쟁으로 인해 기술발전은 필수적으로 따라온다. 기술이 발전하면 상품을 생산하는데 노동자의 필요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기업은 그럼에도 노동자의 근무시간을 유지시켜 착취를 강화한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에 따른 착취의 강화로 잉여가치에서 노동자의 분량은 점차 줄지만 노동자들은 이를 좀처럼 알아체지 못한다. 이는 자본주의체제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물건의 가격이 계속 상승하기 때문이다. 기술발전으로 빵값은 1000원에서 500원으로 줄어 사실 이전의 반만큼만 일해도 생활이 가능해보이지만 인플레이션으로 빵값이 여전히 1000원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노동자는 여전히 예전만큼 일해야 한단 생각이 든다. 인플레이션은 여러모로 착취의 도구인 셈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가변자본(노동력)의 투입량은 점차 줄고 불변자본은 투입량이 상대적으로 늘어간다. 이를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라고 한다. 가변자본의 투입량이 점차 줄어드므로 고용이 줄어 산업예비군과 빈곤층의 수는 나날이 늘어갈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자본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산업이 자동화된 오늘날 비정규직과 빈부격차, 신자유주의가 판치는 것은 이 같은 분석과 잘 합치한다.

 이처럼 맑스는 노동에서 잉여가 발생하고 이 잉여가치를 두고 자본가와 노동자가 대립하고 자본가에 의해 착취가 이루어지는 자본주의를 잘 설명한다. 이 책덕에 자본론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었지만 역시 언젠가 원전을 봐야한단 생각이다. 물론 자신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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