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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인권식당 - 인권으로 지은 밥, 연대로 빚은 술을 나누다
류은숙 지음 / 따비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일본만화 심야식당이 떠오르는 책 제목이다. 만화는 심야식당을 운영하는 무섭게 생긴 마스터와 그 심야식당에서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잔잔함이 가득하다. 심야식당은 정작 일본에선 큰 인기가 없었다는데 한국에선 제법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책도 비슷하다. 저자는 인권활동가로 생활하면서 좁은 자신의 집으로 많은 사람들을 초대한다. 대부분 노동자와 같은 인권활동가, 법조인, 학생, 권력으로부터 피해를 입고 투쟁하는 이들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니 밥이 빠지지 않는다. 사람이 모이니 뭐라도 먹어야하고, 워낙 평소 힘들게 싸우며 몸과 마음을 소진하는 사람들이니 쉬며 먹을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집은 식당처럼 되어버린다. 술방이라고 책에선 주로 말하는데 술도 적지 않게 먹어서인듯하다. 저자가 하는 음식도 다양하다. 김밥, 잡채, 꽃게탕, 닭죽, 떡국, 떡볶이, 순대등 맛은 모르지만 웬만한 식당못지 않은 구색이다. 저자는 식당에서 알바를 하여 단련된 몸이지만 워낙 많은 손님들을 맞느라 고생하는 모습이 자주나온다.
저자는 책을 이런 음식 하나와 사연하나를 맞추는 식으로 구성했다. 여기엔 학생인권조례 탄생의 순간도 나오고 강정마을에서 투쟁하는 할매들의 이야기도 나오며 용산참사의 희생자 가족도 나온다. 책이 2015년에 나온지라 세월호 사건은 담아내지 못했다. 아마 일년만 늦게 나왔어도 크게 다루었을 것이다.
책을 보며 우리 사회 인권활동가의 모습과 여전히 마이너로 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회의 불의란건 늘 존재하지만 내 생을 위협할 만큼 크게 다가오는 일은 흔지 않고, 우리의 언론은 이를 편향적으로 다루며, 사회와 권력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국가와 사회의 권력을 짜 놓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선 노동법과 노동자의 권리 및 삶을 가르치지 않으며, 언론은 파업의 정당성보다는 과격한 모습과 경제에 미칠 영향만을 우려하며, 사법기관은 편향적 판결을 하고, 국가의 법은 토지수용을 일방적 가격으로 강제집행할수 있게 해놓았다. 이런 상황이니 아직 우리의 인권은 갈길이 먼것이다.
에피소드중 세계의 여러 인권가들끼리도 시각차가 난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저자는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제1세계의 인권운동가들이 아시아권 운동가들의 수준을 의심하고 기본을 가르치려하며 시혜적으로 대하는 모습에 분개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 역시 1세계의 인권사건만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더 가난한 아시아권의 비인권적 상황에는 그러지 못했음을 반성한다. 한국의 인권가들이 세계적이고 다차원적 시각이 부재함도 비판했다. 저자는 티베트 인권운동가들이 미국운동가들의 지원을 받는 것을 보고 반미적이지 못함을 비판하는 것을 본다. 문제는 티벳을 유일하게 지원하고 중국에 대항가능한 것이 오로지 그들이란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의 시각으로만 본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느끼는 바가 생기는 책이었다. 웬지 작가의 집은 옥상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