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살까지 살 각오는 하셨습니까? -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은 노년을 위한 100세 인생 지침서
가스가 기스요 지음, 최예은 옮김 / 아고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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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20세기 초반 잦은 전쟁으로 베이비 붐세대가 여러개 생성되었고 그로 인해 사회인구구조에큰 영향을 미치는 다수의 덩어리 인구층을 갖고 있다. 거기에 세계 최고 장수국으로 고령화속도도 빠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일본은 인구에 관해선 세계 여러 나라 중 최첨단을 달린다. 때문에 저출산에 고령화가 세계 주요 선진국의 주요흐름이라면 일본의 인구변화와 그 사회의 대응은 다른 후발주자 나라로서는 반드시 참고해야하는 사례가 될 법하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변화를 현실적으로 잘 담아내고 있기에 매우 볼만한다.

 일본에게도 그렇고 다른 나라도 그렇고 고령문제에 관해서 공통적인 문제는 이 고령문제가 그야말로 실감도 나지 않고 처음 접한다는 점이다. 물론 별다른 과학적 의학적 발전이 없다면 곧 한계에 봉착하겠지만 현재로선 인간의 수명은 기약없이 늘어나고만 있다. 그러다보니 이 정도로 나이든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사회로서도 처음이고 개개인에게도 처음 접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전례가 없기에 마땅한 롤모델 조차도 없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일본 노인들은 실제로는 90세 이상까지 살아가면서도(일본의 평균 수명은 남자82세 여성 87세 정도이며 여성의 경우 90세를 넘길 확률이 무려 50%나 된다) 자신의 노인으로서의 마지막 모습을 대부분 80대 정도에 맞춰놓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90세 이상이 되어 쇠퇴하고 자연스럽게 요양및 보호와 의존을 필요로할 자신의 모습을 전혀 상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은 노년의 삶이 자존적이기 위해서는 건강과 기력 두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건강은 글자 그대로 건강한 삶이고 기력은 나이가 들어서도 활동적으로 일을 할만한 체력을 의미한다. 건강이 없다면 기력은 당연히 없을 터이고, 건강하지만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것 또한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이 건강과 기력이 죽기직전까지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에서 인터뷰하고 조사한 수 많은 일본의 노인들은 70-80대까지는 매우 건강과 기력을 잘 유지하며 활동적이고 사회적으로 살다가도 한 순간의 충격이나 사고, 질병, 혹은 노환으로 90대에 들어선 대부분 건강과 기력을 상실하고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 이는 결국 마지막 순간엔 누구나 의존과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노인들이 이런 의존과 보호를 받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정도다. 하나는 가족에 의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녀가 마땅히 부모를 봉양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고령화 저출산의 세태로 인해 자녀가 오히려 먼저 죽거나 봉양해줄 자식이 없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지고 있다. 즉, 가족에 의한 보호는 기대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형국인 셈이다.

 다음은 국가사회에 대한 의존이다. 일본은 개호보험이라고 국가가 조건에 맞는 노인들을 시설에서 살수 있게 하거나 요양도우미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노인이 이 조건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고 노인들이 워낙 많기에 대기해야 하는 시간도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 또한 일본의 노인이 점점 많아짐으로 인해 이런 시설에 들어가는것을 더욱 기대하기 힘들어 질 수 도 있다. 거기에 일부 자존적 노인들은 이런 시설에 들어가 노후를 마치는 것을 심정적으로 꺼려한다. 다들 자택에서 팔팔하게 생활하다가 갑작스레 조용히 죽음을 맞는 누구나 원하는 비상식적 결말을 원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개인적 대비다. 이것이 이 책에서도 강조하는 바인데 결국 가족이나 국가사회가 노인을 알아서 잘 대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책에서 일본인둘의 노후단계를 60대 부터 90대까지 나누고 그 시점마다 자신의 사회관계, 자신의 상태, 자신의 인적관계등을 대비하는 표를 작성하게 하는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노인들이 건강과 기력이 쇠퇴하는 90대 이후를 거의 작성하지 못했다. 그만큼 자신의 노후대비가 안일하고 소홀하며 롤모델이 없는 90대 이후의 모습을 좀처럼 상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은 개인이 가족이든 친지든, 비영리단체든 혹은 잘 아는 사람이든 후견인을 하나 상정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의존해야 할때를 대비해 하나하나 권리를 넘기고 대비할 것을 주문한다. 결국 자신의 노후를 자기 결정권이 남아 있는 시기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이처럼 이미 다가온 초장수시대에 대한 대비를 현실적이고 날카롭게 잘 집어준다. 하지만 이 책도 결국은 현재의 70대나 60대 많이 잡아야 50대 정도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다. 지금의 기성세대나 30-40대가 노후를 맞이하는 시점이 된다면 그 때의 평균수명은 또 달라질 것이며 대비책 또한 극적으로 바뀔 것이다. 예를 들면 의학적 혁명으로 평균수명이 120세를 대부분 상회하고 노화에 대한 대비도 이루어져 미치오 카쿠가 미래의 물리학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이 도대체 언제 죽을지 아무도 알수 없는 세태가 다가 올 수도 있다. 혹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건강과 기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로봇과 인공지능이 자신을 대신해 줄 수도 있다.

 어쨌든 현시점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문제를 다룬 책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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