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리 반에 공룡이 전학 왔다 - 차이와 평등 너랑 나랑 더불어학교 1
서지원 지음, 박정섭 그림 / 길벗스쿨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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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는 아니지만 가끔 일때문에 아동도서를 본다. 이 책은 한국사회를 아동의 눈에 맞게 축소시켜 놓은 느낌인데 쉬우면서도 많은 가치를 다루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제목은 '우리반에 공룡이 전학왔다'로 읽기전에는 정보가 전혀 없어 무슨 아기 공룡 둘리 같은 내용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둘리완 다르게 이 세계에선 공룡은 차별과 멸시 분노의 대상이다. 마치 이주 노동자나, 성소수자, 유색인종, 다른 종교를 가진 자를 대하는 느낌이다.

 이 세계에선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공룡은 오래전부터 지구상에 있었는데 다만 멸종하지 않았다. 아마도 유카탄 반도에 뭔가 떨어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후 발생한 인간과 공존이 시작된다. 그새 공룡도 상당히 지능을 갖추고 형태도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양자는 경쟁을 시작하여 급기야 백여년전 세계대전을 두차례나 치룬다.

 그 전쟁에서 서로간에 쌓인 증오는 그야말로 엄청났을 것이다. 전쟁은 인간의 승리로 끝났고 인간은 승전의 대가로 공룡을 노예로 삼았다. 그 기간은 무려 50년이다. 하지만 사회는 발전하고 전쟁의 상처도 치유가 되가는지 50년 전에 공룡은 노예에서 벗어나 인간과 똑같은 법적 권리를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양자간의 갈등은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기득권을 빼앗겼을 공룡들은 따로 슬럼가를 조성해서 살았고, 다니는 학교나 직장도 대개 달랐다. 쉽게 말해 이등시민이 된 것이다. 그런 판국에 아파트 주민이 사는 인간만 다니는 학교에 공룡한마리가 감히 전학을 온것이다. 아이들은 첫날부터 공룡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 공룡의 이름은 토토다. 그리고 토토를 괴롭히는 아이들의 중심엔 치우가 있다. 치우는 단순히 못된 아이는 아니다. 공룡을 차별하고 멸시하는 인간 집단과 공룡의 권리를 옹호하고 평등을 주장하는 집단의 시위에 휘말려 건물에서 떨어져 의식을 잃은 경찰관의 아들이다. 치우는 이 모든 사단이 공룡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마루가 있다. 마루는 공룡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지만 아이들이 토토를 무조건 괴롭히는게 불편하다. 그런 마루에게 아버지는 아파트 사람들이 공룡마을과 자신들의 아파트를 분리하기 위해 이동통로를 막고자 연설하고 싸우는 용감한 사람이다. 마루는 아버지에게 용기를 얻어 아이들이 괴롭히는 토토를 구해주고 심지어 싸우기도 한다.

 아파트 사건을 계기로 아버지와 마루는 방송에 출연하게 되고 마루는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존중과 배려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한다. 존중과 배려는 단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존중해고 배려받기 위함이기도 한것이었다. 그렇게 마을의 가로막힌 도로는 다시 개통되고, 기적적으로 치우의 아버지도 회복된다. 치우와 토토가 서로를 용서하는 계기가 마련이 된 것이다.

 존중이나 배려, 인권, 평등의 가치를 이 책은 동화로 잘 녹여냈다. 아이들이 재밌게 보고 여러 인물을 자신과 주변사람들에게 대입해 생각할 거리를 줄 것 같다. 우리 반, 혹은 우리 학교의 토토나 치우는 누구일까. 그리고 사회에서 공룡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들을 괴롭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해결이 될까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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