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의 수가 상당히 많아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당연시 되는 시점을 넘어 기이해졌는데, 무려 수가 70억을 넘어선 것이다. 최상위 포식자는 피라미드의 최상위에 위치하기에 그 수가 적고 영역을 넓게 갖고 퍼져있어야 한다하지만 인간은 정반대로 밀집했고, 수는 지나치게 많다. 이런 일이 가능한것은 바로 농경과 가축화때문이다. 만약 인간이 자연계의 다른 최상위 포식자처럼 야생의 생물을 잡아먹어 연명했다면 지금과 같은 개체수는 지구의 크기론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책 잡식동물의 딜레마에선 잡식동물로서 인간이 발전해온 경로와 수렵, 농경, 산업으로서의 세가지 음식사슬을 분석한다. 인간은 석유에 의존해 음식사슬을 구축함으로써 지금의 식량생산을 갖출 수 있었으며 곡물중 옥수수가 이에 가장 어울리기기에 옥수수가 이것의 중심에 놓여있다는게 이 책의 골자였다. 결국 석유를 옥수수로 바꾸는 법을 알아낸 셈인데 이 옥수수는 다른 가축과 여러 가공음식의 재료가 된다는 점에서 인간자체도 옥수수로 바꾸어낸 셈이다.

 

 책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에서는 우리가 싸게 먹고 있는 여러 고기들이 실제로는 가격이 싸지 않으며 우리는 이를 위한 막대한 무대 비용을 치루고 있음을 입증한 책이었다. 친환경적이면서도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전통농업에 대한 공격은 그것이 고기를 비싸게 만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실 지금의 싼 고기는 막대한 환경비용(온실가스와 환경오염), 농가에 대한 보조금, 다국적 기업에 대한 지원, 사치와 낭비(유통과정에서의 약간의 흠만생겨도 동물과 식물은 폐기된다.), 그리고 동물들이 겪는 엄청난 고통이라는 비용을 고려한다면 실제로는 상당히 비싸다는 것이었다.

 위 두책은 별점 다섯개를 아낌없이 뿌릴 만큼 훌륭한 책이었지만 음식 산업의 체계와 역사상의 문제점을 수치와 논리로 다루고 이를 통해 산업화한 농축산업이 결국 인간과 환경에 무리를 주는 올바르지 못한 선택이란 점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결국 상당히 인간중심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쓴책이라 당연한 것이지만 결국 이 문제에 있어 인간과 더불어 주요 당사자인 동물을 다루는 것이 다소 미약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꼭 그렇지만은 않다. 두책은 동물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책의 중심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어쩔수 없었던 두 책의 미약한 점에만 비교적 크게 집중한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고기로 태어나서'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한국의 축산업계에 짧은 시간이나마 직접 종사하면서 동물의 고통에 대해서 목도하고 쓴 책이다. 너무 솔직하게 썼기에 책은 다소 충격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 번 글을 쓰기 전에 통계를 찾아 보았는데 한국엔 닭인 2억마리 돼지가 1천만 마리 소가 3백만 마리 가량 살고 있다. 상당히 많은 수치인데 동물과 인간의 수명이 서로 다른 걸 감안하더라도 우리가 고기를 먹기 위해 도축하는 동물의 수를 계산한다면 연간 이들의 수보다 두세배는 많은 동물이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위 수자체도 크지만 이는 평균적으로 유지되는 수다. 탄생과 죽음의 수로 연간 변동이 적은 인간의 수에 비해 위 동물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여튼 책에서 다루는 동물은 닭과 돼지, 그리고 개다. 소가 아닌 점이 좀 특이했는데 사실상 불법이면서도 묶인하에 고기로 많이 유통되는 개를 다룬 점은 오히려 이 책을 더 부각시킨 것 같다.

 

1. 닭고기로 태어나서

 가. 부화장 

닭들은 당연히 자연상태로 태어나진 않고 부화장에서 대거 부화한다. 양계장은 항상 더럽고 냄새나는 곳이란 편견과 달리 부화장은 매우 깨끗하고 위생적이며 작업을 위해선 멸균을 하고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달걀에서 병아리가 부화하면 이야긴 매우 달라진다. 부화한 병아리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대거 이동하는데 여기서 '감별'이 이루어진다. 막 부화한 병아리들도 어느정도의 운동능력이 있어 녀석들은 컨베이어 벨트의 이동에서도 가까스러 균형을 잡는다.

 암과 수의 운명은 매우 극적으로 달라지는데 이는 암컷이 우리가 먹는 달걀을 낳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수정이 인공적으로 이루어지기에 수컷 병아린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예전에는 그래도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에 나오는 얄리처럼 수컷병아리를 가져다가 파는 사람이 있었다. 최근엔 그마저도 없어 수컷병아리의 운명은 모두 죽음이다.

 암컷은 구별되고 수컷병아리는 마치 물건처럼 커다란 플라스틱 노란박스에 던져진다. 먼저 던져진 녀석은 다른 녀석들에 깔리고 플라스틱 박스는 놀랍게도 다 차면 그위에 새로운 박스를 던져서 다시 쌓는다. 박스는 다행히 홈이 있어 어느정도 무게를 견디지만 대충 쌓거나 그 사이에 낀 녀석들은 눈알이며 내장을 모두 쏟아내고 죽는다. 간혹 컨베이어 벨트나 박스에서 탈출한 녀석들도 있다. 녀석들이 탈출해도 결국은 돌아다니는 차나 인부의 발에 깔려 죽는다. 작업장은 매우 바쁘고 분주해 눈에 띄지 않는 개미처럼 녀석들은 존재감없이 밟혀 죽는다. 워낙 삐약 소리가 많아 녀석의 삐약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박스 쌓기가 끝나면 대형 컨테이너 차에 병아리는 버려진다. 다른 병아리들도 계속 쏟아지며 병아리를 다 버리고 나면 부화하지 않은 무정란도 여기 버려진다. 병아리들은 이 무정란을 얻어 맞는다. 동료와 무정란 다음으로 쏟아지는 건 쓰레기다. 이게 끝나면 컨테이너는 닫히고 병아리의 삐약소리도 현저히 줄어든다. 이 수컷병아리 사체들은 공장으로 이동해서 갈려져 흙과 섞여 비료로 이용된다. 생명은 질기고 강해 이 지옥의 아수라장에서도 공장인근까지 살아남는 병아리도 있다고 한다.

 

나. 산란장

 알을 낳는 닭은 농구공만하다고 한다. 그런데 한 케이지에 농구공이라면 도저히 들어갈수 없는 케이지에 닭들은 들어간다. 움직이고 우겨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지들은 삼단으로 인간의 무릎놓이정도와 머리 높이 그리고 허리 높이 정도에 위치한다. 저자가 근무한 산란장에서는 3마리가 간신히 들어갈 공간에 무려 네마리를 처넣었다. 그래서 항상 한마리가 깔려 있었고, 일어서려 발버둥치면 나머진 셋에 의해 다시 깔렸다. 이 녀석들은 매우 시끄러웠는데 먹이가 나올때만 조용해졌다. 좁은 케이지 사이로 머리를 항상 넣고 자기들 끼리 부딪혔기에 깃털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닭의 형상이 아니었다.

 달걀이 저절로 굴러떨어져 나올수 있게 케이지는 기울어져 있었고 때문에 닭들은 항상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횃대가 있어야 마땅할 곳에 오히려 미끄럼틀이 있는 것이다.

 저자는 녀석들에게 주사를 놓을 때가 무척 끔찍했다. 주사를 놓으려면 녀석들을 잡아야하는데 이놈의 날개가 잡을때마다 부러지기 일수였던 것이다. 처음엔 자신이 서툴러서 그런가 했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매일 같이 알을 무리하게 낳는 녀석들을 칼슘부족으로 뼈가 매우 약한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다. 육계장

육계들은 그래도 산란닭들에 비하면 대접받는다. 처음으로 닭같은 풍모를 느낄 수 있었고, 상당히 빨리 자랐다. 하지만 결국 한달 정도의 시간후에 도축된다는 점에서 그들의 운명도 비참하긴 마찬가지였다. 고기의 품질이 손상되면 안되기에 위생관리도 좀더 나은 편이다. 하지만 더럽긴 매한가지.

 육계장에서 저자를 힘든게 한건 빨리 자라나지 못하거나 문제를 갖고 태어난 녀석을 매번 잡아 죽여야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저절로 폐사하는 녀석들을 치우는 일도 곤욕이었다. 문제가 있는 녀석을 죽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축산업계에서 가장 많이 드는 비용이 사료값인데. 바로 이녀석들이 사료 대비 고기전환비율이 낮은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빨리 죽이는 것이 나았고, 실제로 그렇게 된다.

 저자는 처음으로 자신이 육계장에 닭을 키우러 온것이 아니라 죽이러 온것임을 깨닫는다.

 

2. 돼지 고기로 태어나서

어느 동물이나 어미의 숙명은 잔혹한지 알을 낳는 산란계처럼 새끼를 낳는 모돈은 죽을때까지 갇혀사는 운명에 처한다. 거대한 몸집을 하고서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스톨에 갇혀산다. 이유는 효울성때문이다. 모돈은 한마리 한마리가 개별 이력 관리를 받으므로 처방한 약품과 건강, 출산횟수등이 모두 기록된다. 이를 위해 갇혀사는 것이다.

 편리한 점은 또 있다. 거대한 돼지에게 주사를 놓기도 편리하며 새끼를 낳으면 문제가 생길 경우 팔을 넣어 직접 꺼내기도 용이히다. 새끼 돼지인 자돈은 이 스툴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어미 밑에서 자라나는데 간혹 어미에 깔려죽는 녀석들도 더러 발견된다.

 어머 못지 않은 새끼의 잔혹한 운명도 이제 시작이다. 녀석들은 고밀도로 갇혀살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이로 인해 서로의 꼬리를 씹는다. 때문에 새끼돼지들은 위라래로 나있는 무려 8개의 송곳니를 어릴때 제가당한다. 꼬리도 마찬가지.  그리고 병아리처럼 수컷돼지는 수컷이란 이유로 또하나의 고통을 당한다. 바로 거세다.

 거세의 이유는 순전히 인간의 입맛때문인데 거세를 해야 돼지 특유의 냄새가 사라지고 고기기 연하다고 한다. 실제 우린 정육점에서 돼지나 소가 거세했음을 알리는 이력을 아무생각없이 손쉽게 볼 수 있다. 거세를 위해서 수컷의 뒷다리를 잡고 당겨 항문이 튀어나오게 하는데 이 경우 힘조절이 중요하다. 너무 세면 탈장해 돼지가 죽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고환을 11자로 자르고 그냥 뜯어낸다. 돼지들은 이때 꼬리자르기나 이빨자르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비명을 질러대며 처치후 축사로 바로 돌아간다. 이 모든 외과적 처치가 어떠한 마취도 없이 이루어진다.

 자돈들은 어느 정도 자라면 어미로부터 떨어져 다른 축사로 이동하는데 이 또한 아비규환이다. 본능적으로 가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돼지는 무척이나 무겁기에 회초리나 갖은 몽둥이로 돼지를 후려팬다. 고기로 자라나는 자돈 역시 무척이나 많이 먹기에 잘 자라지 못하는 녀석들은 바로 폐기 대상이 된다. 저자는 잘 자라지 못하는 돼지도 죽여야 했는데 닭과는 달리 돼지를 죽이는 일은 쉽지 않다. 대개 경우 망치로 머리를 치는데 축사사람들은 돼지가 즉사하지 않아도 내버려뒀다. 힘들여 즉사시키느니 저대로 두어도 더 먹지 못하고 죽는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커진 돼지를 치우는 것도 일이었다. 백 킬로 그램이 넘는 돼지를 치우는 것은 닭을 치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간혹 돼지들은 예방접종을 맞아야 하기도 했는데 이때도 아비규환이 벌어진다 겁먹은 돼지들이 서로 도망치고 한곳에 몰려 깔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돼지에게 놓는 주사는 목에다 놓는다. 왜인지는 안나오지만(이래서 목살을 먹지 말라는 것인가) 주사를 잘못 놓으면 돼지의 목은 부풀어 올라 상품가치가 떨어진다고 한다.

 돼지들이 마지막으로 대거 이동하는 것을 출하일이다. 이 때는 돼지의 무게가 최고조에 달했기에 겁먹은 돼지를 모는 일이 엄청나게 힘들다. 때문에 돼지에 대한 폭력은 그 어느때다 극대화되고 심지어 전기 충격기를 쓰기 까지도 한다.

 

3. 개고기로 태어나서

돼지나 닭보다 개가 내는 소리가 더 큰가보다. 저자는 닭 돼지보다 개의 짖는 소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매우 컸다. 개는 닭이나 돼지와는 다르게 비교적 자본이 적은 사람들이 한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개의 사육에는 축산업계의 최대적인 사료값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개가 잡식성이기에 인간이 먹는 음식찌꺼기를 먹기에 가능한 일이다. 개 사육장에서는 음식점을 돌며 소위 짬을 수집한다. 학교가 최대 고객인데, 음식의 질과 양이 많고 보장되고 웬만하면 망하지 않는 장기 고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는 방학이 있어 다른 음식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짬을 치우며 오히려 돈을 받는다.

 이런 구조이기에 정부는 동물단체와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개고기 사육장을 어찌하기 힘들다. 사실상 음식물 처리에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인 사료는 나름의 발효과정을 거쳐 개에게 제공된다.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형태와 냄새의 음식이지만 평생 그것만 먹어온 개들은 이를 탐식한다. 간혹 닭발이나 버려진 소세지도 제공되며 이는 특식이다.

 개에게는 짬이 조절되는데 이는 살이 찌면 찔수록 좋은 닭이나 돼지와는 다른 점이다. 이는 개고기 시장에서 기름기가 너무 많거나 마른 개고기가 선호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고기 시장에서 마블링은 적인 셈이다.

 개 사육 역시 케이지에서 이루어진다. 녀석들은 평생 여기 갇혀서인지 저자가 불쌍히 여긴 개 한마리를 잠시 풀어주자 오히려 매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는 축산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도축 역시 잔혹하게 이루어지는데 주로 전기봉으로 개를 죽인다. 개는 자신의 주둥이로 다가오는 막대기를 무는 습성이 있는데 이를 이용해 전기봉을 물게 한 후 죽이는 것이다.

 개는 죽인 후 토치로 털을 그슬린다. 이는 털의 이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개의 해체도 사육장에서 행해지는데 이 과정이 매우 비위생적이다. 법의 테두리 밖에서 행해지기 때문이다.

 개가 도축되는 수는 생각보다 놀라운데 정부는 대충 연간 백만마리가 식용으로 유통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돼지나 닭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놀라운 수치다. 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4. 그 안에서의 차별

이 책은 동물에 대한 인간의 철저한 잔혹함도 지적하나 그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의 고통도 드러낸다. 우선 철저한 비위생이다. 동물에게 주사를 놓는 것을 인부가 하며 이 과정에서 동물수십마리에게 놓은 주사에 찔리기도 한다. 이런 것에 대한 처치는 없다. 또한 축사는 매우 지저분함에도 마스크나 분진제거를 위한 설비는 거의 없으며 심지어 샤워시설도 축사에 없는 경우가 많다. 있어도 저자는 온수가 없어 찬물샤워를 했다.

 또한 농축산없의 어려움 때문인지 최저임금법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어 이처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노동을 하고도 200만원도 안되는 월급을 받았다. 급여가 적다보니 한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일하지 않아 외국인의 노동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여기서도 차별이 이루어져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 간에는 수십만원의 급여차가 존재했다.

 또한 한국인 사용자나 관리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반말을 하고 함부러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래서인지 외국인도 이직율이 매우 높았으며 그래서인지 한국인 사장들은 어쩌다 저자처럼 이 바닥으로 들어오는 한국인 젊은이들을 주로 감언이설로 정착시키려고 갖은 노력을 한다고 한다.(그려려면 대우가 좋아야하는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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