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예측 - 세계 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
유발 하라리 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정현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2월
평점 :
한국에서 가장 인기 좋은 하라리를 필두로 제러드 다이아몬드와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 일본인이 인터뷰한 책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쓸데없이 일본 관련 질문이 많다. 이는 책 논지의 보편성을 다소 흐리기도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더 문제는 제목에 걸맞지 않게 책의 깊이가 다소 얕댜는 점이다. 다소 실망한 이 책의 논지의 배경에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있다.
과학기술이 20세기 들어 크게 발달하며 당세기는 물론 21세기에도 엄청난 변화를 이끌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인류사회를 크게 변화시킬 3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인공지능과 100세시대, 그리고 민주주의의 파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제조업은 물론이고 서비스업에서조차 자동화를 야기하고 있다. 이는 인간 지적노동의 상당부분까지 기계로 대체된다는 것인데 이것이 미래 사회의 큰 위기로 다가온다. 세계인구는 날로 팽창해가고 소비도 가속화되고 있는데, 정작 이들의 소득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실제 자동화가 상당히 진행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현 3-40세 세대는 그들의 부모세대보다 더 적은 재산을 축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모두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것이지만 그자체가 문제라기 보단 그 기술을 특정계층의 사람들이 독점하거나 사용하게 되면서 증가한 노동생산성이 일부에게만 집중되어 일어난 결과다. 인류전체의 생산성 향상의 과실을 일부만 독점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래사회는 상당한 무용계층의 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이미 핀란드에서 실행한 기본 소득제도가 언급된다.
하지만 기본소득의 경우 누가 수혜를 입을 것이며, 또는 얼마나 돈을 줄 것인지가 역시 문제로 대두된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일 자체가 주는 인생의 의미와 재미를 과연 기본소득을 통한 정치, 오락, 교양활동만으로 대체할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다음은 100세시대다. 이미 한국의 경우도 남성은 80세 여성은 86세정도까지 평균수명이 올라가 있으며 21세기나 20세기 후반에 태어난 인간은 100세정도까지 살수 있으리란 기대가 사회전체적으로 팽배해있다. 건강의 수준도 눈에 띄게 올라가 지금의 나이는 0.8정도를 곱해야 20세기 중후반 세대의 나이와 비슷해진다. 지금의 40세는 1970-80년대의 32세 정도의 활력과 느낌, 건강수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더 심해질 것이다.
문제는 이 긴수명의 대가가 저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빙식이던 교육을 통한 취업준비와 30-40여년간의 회사생활, 은퇴의 3단계 라이프 공식은 이미 깨어졌다. 취업준비 기간은 매우 길어졌으며 반면 회사생활은 매우 짧아졌다. 그리고 준비는 없는 반면 은퇴이후의 죽음까지의 시간은 지나치게 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사고의 유연성과 학습능력 및 적응력이 떨어진 4-50대가 새로운 기술을 배워 첨단 직업시장에 다시 도전한다는 것인 인지적, 정서적으로 매우 버거운 일이다.
또 다른 해결책으로 책의 전문가들은 노인 인력의 활용을 강조한다. 많은 주요선진국에서 인구가 감소하며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현상을 겪고있는데(일본이 그렇다) 정년을 늘려 경험많은 노인인구를 노동력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미 일본에선 정년이 65세로 연장된데 이어 벌써 70세 연장론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은 민주주의의 파괴다. 역설적이게도 민주주의는 배부름위에서 번성한다. 실제 지구상 국가중 시민개개인의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들인 일본을 제외한다면 이미 상당수준의 민주주의를 구가한다. 이는 곧 경제적 위기와 쇠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과거68혁명세대는 새로운 세대를 꿈꿨지만 그들이 취업시장에 뛰어든 70년대는 케인즈 주의가 종언을 고한 경제적 위기의 시기였다. 그리고 그들의 사회변혁과 민주적 열망도 감퇴했다.
지금도 그런 위기가 오고 있다. 전세계적 경제위기와 자동화로 인한 중산층의 붕괴는 주요 선진국의 정치질서를 보수적으로 바꾸고 있다. 유럽연합의 주요국이 그런 변하를 겪고 있고, 영국은 유럽연합을 탈퇴했다. 미국은 막말을 일삼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했고, 한국의 정치권도 경제적 위기와 더불어 막말을 일삼는 보수쪽으로 빠르게 지지층이 이동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더불어 기존 주요 선진국들의 중산층을 계급화하고 빠르게 보수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의 중심축으로 여겨지며 과거엔 기득권으로 여겨져 계급으로 인식되진 않았지만 최근 경제적 위기, 그리고 그들의 정치적 선택으로 빠르게 계급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제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백인남성들이 그러한 경향을 보이며 트럼프를 선택했고, 유럽의 각국들도 20세기 후반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보수적 언행을 일삼는 극우정당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한국역시 마찬가지여서 지금까지의 추세를 보면 내년 총선에서 보수정당의 지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민주주의의 파괴는 국소적인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인종주의로 변질되어 전세계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산적한 지구촌의 현안들을 더욱 뒤로 밀어버려 장기적으로 인류전체에 악영향을 끼칠께 분명하다. 실제 트럼프는 기후변화협약을 무시해버렸다.
민주주의 파괴 부문에서 다소 아쉬운 것은 이를 과학기술의 발달과는 연계를 하지 않고 질문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모든 사물의 연결과 감시는 개인 자유를 침해하고 기업과 정부권력을 생각보다 비대하게 만들수 있으며 민주주의의 파괴로 이어질수 있다. 재밌는 것은 이게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인데, 내 몸속에 스마트폰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칩을 심어 나의 건강정보와 소비패턴, 보안등이 관리되어 막대한 혜택을 입는 대신 나의 사생활이 다소 침해된다면 상당수 사람들은 이 경우 혜택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이미 우리는 스마트폰 위치정보를 켜서 이런 행동을 다소 하고 있다.)이를 같이 언급했다면 보다 수준 높은 인터뷰가 되지 않았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