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의 진화생물학 - 진화는 어떻게 인간과 인간의 문화를 만들었는가
롭 브룩스 지음, 최재천.한창석 옮김 / 바다출판사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긴 여름 폭염속에 소설을 주로 읽다 오랜만에 관심 분야로 돌아왔다. 책의 저자는 호주인으로 70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과학자다. 그래서인지 책은 약간 유머도 느껴지고 쏠쏠히 재미를 느끼며 볼 수 있는 편이다. 일전에 행동경제학 책을 보면서 진화심리학과 관련이 많아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저자도 그러한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었다. 언젠가 두 학문이 멋지게 결합되어 인간 본성을 더욱 깊게 들여볼 수 있는 렌즈가 되 줄 날을 기대해본다. 그런데 진화생물학이나 진화심리학, 교육학과도 관련 있지는 않을까? 개인적 생각이다.

 

1. 비만

 책은 주로 성과 결혼형태에 집중하지만 앞 부분은 비만을 이야기 한다. 인간은 살이 비교적 쉽게 찌는 편인데 저자는 이것을 인간의 수명과 관련지어 설명한다. 인간은 수명이 긴 것에 대한 적합도가 높고 이에 따라 과잉섭취를 했을 경우 영양을 저장하는게 유리해진다. 반면 쥐 같은 경우는 워낙 잡아 먹히는 빈도가 많아 수명이 길기 어렵다. 굳이 저장할 필요가 없단 이야기. 거기에 영양의 저장은 쥐를 비만하게 해 포식당할 확률을 더욱 높이기 까지 한다. 때문에 쥐는 열량을 많이 섭취해도 지방을 축척하지 않으며 잉여 열량의 90%를 열로 발산하거나 그래도 안되면 움직임을 많이 하여 털어낸다. 하지만 인간은 잉여의 저장이 중요하므로 겨우 25%의 잉여열량만 이런 식으로 소모한다.

 저자는 오늘날 비만은 단백질과 관련하여 설명한다. 과거 수렵채집 경제 시절 인간은 주요 에너지원은 단백질이었다. 하지만 농업경제가 시작되며 주요곡물을 재배하여 주요 에너지원은 탄수화물로 바뀌게 된다. 단백질에 대한 접근은 극도로 어려워졌으며 농경시대 1만여년 동안 인간은 이에 적응했다. 하지만 이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도 있는데 농경경제로의 전환이 어려웠던 태평양 섬지역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 지역의 비만율은 그들이 먹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지역에 비해 극도로 높은 편인데, 저자는 이들이 농업경제로 전환하지 못하여 고탄수화물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든다. 매우 그럴듯 하다.

 

2. 부유할 수록 아이를 덜 낳는 이유

 자연계의 모든 생물에게 주요 목적은 번식이다. 그래서 생물들은 주변 환경이 파괴되어 절멸적인 환경이 구성되는 한이 있더라도 영양이 허락하는한 최대한 자식을 많이 낳는다. 이 법칙은 인간에게도 오랫동안 적용되왔지만 최근에 문제가 생겨났다. 주요 선진국을 위주로 부가 향상됨에도 출산률이 감소하는 경향이 생겨난 것이다. 이는 중요한 역설인데 저자는 이를 인간의 경제구조 변화와 관련하여 설명한다.

 농경사회에서 인간은 자녀가 많은 수록 농업을 통한 생산량이 많아지므로 자녀를 많이 낳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좁은 땅을 여러 자녀에게 쪼개서 상속하면 그 후손들의 적합도가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으므로 각 문화권은 장자를 위주로 한명에게만 땅을 상속하는 문화를 발달시켰다. 이러던 것이 산업사회가 들어서며 점차 바뀌어 간다. 초기엔 아이들도 공장노동이 허용되면서 아이를 많이 낳았지만 아동에 대한 보호가 확대되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 부의 확보에 유리해지면서 점차 아이를 많이 낳기보다는 적게 낳아 많은 투자를 하는 쪽이 적합도가 높아지게 된 것. 거기에 여성의 교육수준과 지위가 향상하면서 선진국을 위주로 오히려 부자일수록 적게 낳고 양질의 교육으로 전환하는 경향이나타나게 된 것이다.

 

3. 인간이 일부일처를 택한 이유

 자연계에서 수컷은 매우 괴롭다. 생존의 주요 이유가 자손을 낳는 것인데 대부분의 경우 수컷은 모 아니면 도의 처지이기 때문이다. 암컷을 향한 치열한 경쟁에서 최강자 수컷이 암컷을 독차지 하는 경우가 많으며 나머지 수컷은 실패자가 되어 자손을 남기지 못하게 된다. 수컷들에게 이것은 매우 치명적인데 자연계의 다른 생물과의 경쟁뿐만 아니라 같은 종끼리의 경쟁을 위해 덩치를 키우거나 화려한 외양에 집중하는등 적합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은 엄청난 군비경쟁을 해야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교미를 향한 수컷들의 치열한 경쟁이 수컷에게만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을 거진 수컷들은 상당히 공격적인 경우가 많아 교미할때 암컷에게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많으며 강간이나 수컷의 괴롭힘이 끊임없이 지속된다. 이에 대한 암컷의 대처방안은 발정기의 발명이었다. 발정기로 인해 수컷이 암컷의 가임기를 알게 되면서, 암컷은 끊임없이 지속되는 수컷의 구애와 교미시도에 시달리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히 수컷에게도 이득인데 자신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발정기간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발정기를 버렸다. 이는 또 다른 전략인데 지금과 다르게 과거 인간사회는 일부일처가 아닌 매우 문란한 성관계를 하는 사회였다.(물론 지금도 이런 사회가 남아있다.) 모든 동물 암컷은 항상 다른 수컷들이 자신의 아이를 살해하거나 학대하는 것이 고민거리인데 이는 인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인간 여성은 가임기를 숨기고 문란한 성관계를 여러 남성과 가짐으로써 자신의 아이가 여러 남성의 아이일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로 인해 사회내의 영유아 학대 및 살해를 방지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사회인 경우 아동의 생존율은 그렇지 않은 사회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그러나 여기엔 하나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사회의 영양이 풍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량이 비교적 풍부한 사회인 열대지역에서는 이런 형태의 일처다부제적인 형태가 아동의 생존에 도움이 되나 식량이 부족해지면 자신의 자식임을 확신치 못하는 남성의 지원이 끊겨 아동의 생존율은 오히려 낮아지게 된다. 때문에 일부일처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식량이 풍족하지 못한 온대나 고위도 극지방, 건조기후 지역이 시발점이었다. 이 지역은 식량이 부족해 부부가 서로 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하게 되어 일부일처가 자리잡을수 있었다.

 일부일처의 혜택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처다부제의 경우 인간 사회도 다른 동물과 비슷해져 남성간의 무한 경쟁이 시작된다. 지위와 권력을 가진 남성에게 여성이 집중될 경우 탈락한 남성은 사회의 낙오자가 되고 불만을 가져 여러가지 폭력이나 살인등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부족차원에서도 일처다부제로 인해 여성이 부족한 남성집단은 주변집단이나 부족에 대한 약탈이나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부일처제는 사회를 안정시키고 이를 통해 적합도를 높이는 혜택을 가져오며 이로 인해 인간사회에서 주된 결혼형태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4. 남아선호

 인간의 자연성비는 105대 100정도로 남성이 많다. 유전자 입장에서는 한 개체가 고작 10명정도의 후손을 남길 수 있는 여성에 비해 수백명에서 수천명까지도 가능한 남성이 적합도가 낫다. 소위 대박을 터뜨릴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남성의 경우 치열한 경쟁으로 모아니면 도 식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음의 빈도 의존성에 의해 남성이 많아지면 자연히 여성의 희소성으로 그들의 적합도가 높아지므로 실제 자연성비는 위처럼 어느정도 균형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상태에서 수컷을 선호하는 현상은 어느정도 나타난다. 포유류의 경우 어미는 번식기에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경우 딸보다 아들을 낳는 경향이 있으며 반대의 경우는 오히려 딸을 낳는 경향이 있다. 이는 수컷의 대박효과 때문인데 어미가 영양이 풍부해 수컷자식에게 많은 영양으로 인한 생육을 해줄 경우, 자식 수컷이 우두머리의 자리를 차지해 적합도를 매우 크게 높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영양조건이 좋지 못해서 새끼에게 충분한 지원이 가능하지 못한 경우, 적지만 어떻게든 확실히 자손이 남는 편인 암컷새끼를 택하는 것이 적합도가 높아진다.

 이는 생물학적으로 작용해 영양상태가 좋아 어미의 체내 혈당이 높아진 경우 수컷배아의 착상 및 성장이 보다 잘 유도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법칙은 인간사회에도 적용되는 것처럼 보인다. 포브스잡지에 실린 억만장자 866명의 자녀 성비를 조사했더니 놀랍게도 6:4정도로 상당히 불균형적으로 나타났다. 넘치도록 많은 부를 확보한 그들 같은 경우 체내 환경이 이를 인식하고 후손으로 보다 남성이 많이 나타나도록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반대로 살림이 궁핍하다면 아들보다 딸이 선호된다. 인간사회의 경우 딸은 대개 적합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남자를 선호하는데 이런 이유로 가난한 집안의 남자인 경우 결혼가능성이 매우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딸은 집이 가난해도 지위와 부를 가진 남성이 여러명을 거둘 수 있으므로 결혼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 인도에서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데 다른 나라의 경우와는 다르게 딸이 결혼할 때 거액의 지참금을 내야하는 것이다. 인도는 일반적으로 더 높은 신분의 남성과 결혼하며 절대로 더 낮은 신분의 남성과는 결혼하지 않는 풍습이 있는데 이로 인해 높은 신분의 남성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진다. 때문에 인도에서는 딸이 시집가는 경우 거액의 지참금으로 높은 신분의 남성을 유치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로 인해 인도의 성비는 전세계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불균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이 같은 남아선호 사상은 앞서 말한 음의 빈도 효과로 인해 결국은 상쇄된다. 지나치게 성비가 불균형적으로 나타나면 결국 반대 성에 대한 적합도가 자연스레 높아지기 때문이다. 인간사회의 결혼이 성비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재밌다. 성비가 남성이 많은 경우, 남성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므로 그 사회의 결혼은 상당히 안정적이며 이혼율이 낮아지고 남성들이 가정과 여성에 헌신적인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여성의 성비가 많을 경우, 이혼율이 증가하고 편모가정이 증가한다. 또한 10대소녀가 성적으로 조숙한 경향을 보이며 어린 나이부터 섹스하는 경향이 증가하여 미혼모 역시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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