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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의 사상가 이윤기선생

 

 

이제 고인이 되신 이윤기선생께는 늘 특별함을 느끼고 있었다. 일생을 통한 저술과 번역의 범주가 매우 확실한 분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카테고리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련의 번역들과 저술들은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아우라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이윤기선생의 저서를 처음 접한 것은 뮈토스라는 책이었다. ‘시뷜레가 말하였다’로 시작하는 뮈토스는 그 시뷜레(아폴론의 연인이자 예언자)라는 어감이 주는 묘한 느낌 때문인지 아직도 인상이 깊이 남아 있다. 그 뮈토스에 이어 ‘변신이야기’는 당시 서점가를 강타했던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학 도서관에서도 대출 순위가 매우 높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그리스 로마신화에 대한 저술활동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었다. 그러 던 중 이윤기 선생께서는 타계하셨다. 그의 역서들과 저서들을 살펴보면서 이윤기라는 인물이 ‘출판계의 사상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그는 분명 출판계의 사상가이다.

 

 

출판계의 사상가, 이윤기, 2개의 카테고리와 그 카르텔


 이윤기 선생의 역서를 대표하는 책들 중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는 독서력이 좀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의 머리를 지근거리게 만든다. 그것을 역자도 알 고 있었던지 ‘장미의 이름 작가노트’를 따로이 출간했다. 아마도 이 역서들은 이윤기 선생을 악명 높은(?) 저술가 혹은 번역가로 재탄생시킨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가 갑자기 그런 악명을 얻은 것은 아니다. 그 전작들인 뮈토스나 변신이야기는 그 신호탄이나 다름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의 저서들은 역서와 저술이라는 범주의 일관성을 줄곧 지켜온 인물이다.

 

그러 던 중 좀 특이한 현상처럼 보이는 것은 이윤기 선생께서 ‘양들의 침묵’을 번역했다는 점이다. ‘플루타코스 영웅전’이나 199년 7월에 처음 번역 출간했던 ‘인간과 상징’이라면 이윤기선생의 작품의 분명한 연장선상에 있다고 여길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양들의 침묵’은 언뜻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아무리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작가라고해서 외도를 하지 말하는 법은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윤기 선생의 작품세계에 뛰어든 독자들이라면 이러한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이윤기선생의 전체적 작품 활동의 궤적을 따라가 본다면 분명 이는 떨쳐버리기 쉽지 않은 의문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양들의 침묵’, ‘신화의 힘’, 그리고 ‘신화와 인생’을  읽어보게되면 이윤기선생은 '양들의 침묵'과 '신화의 힘'은 선택했으나 '신화와 인생'은 왜 번역의 대상으로 선택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 신화와 인생은 신화의 연구와 저서에 매우 널리 알려진 조셉 캠벨의 작품이기는 하나 내용에 포함된 신화성이 매우 미약하고 인생이라는 포인트에 더 가까이 가 있기 때문이다. 이윤기선생의 저술서들이나 역서들은 분명히 특정 궤적을 만들어 왔다. 하여 ‘뮈토스’, ‘그리스로마 신화’, ‘플루타코스 영웅전’, ‘트로이아 전쟁과 목마’, ‘인간과 상징’,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샤마니즘’, ‘신화의 역사’, ‘헤라클레스’, ‘일리아스 오뒤쎄이아’ 등은 그의 주된 카테고리를 형성해 온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번역과 저술활동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출판계의 현상은 아니다.


 큰 맥락에서는 그러하지만 좀 더 가까이 살펴본다면 자전적인 에세이인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을 필두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헤밍웨이의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프로이트의 ‘종교의 기원’, 도나타트의 ‘비밀의 계절’등으로 볼 때는 또 다른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윤기선생의 작품들은 이렇게 뚜렷한 특징들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이윤기선생 만의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

 

 즉, 신화와 영웅의 사건들을 보다 현대적이며 인간적 입장에서 해석을 시도한 하나의 카테고리와 심리적 미스테리와 서스펜스를 가미하면서 초현실주의과 리얼리즘을 서로 관통하는 작품들로의 접근을 시도한 또 다른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윤기선생이 출간한 서적들의 범주를 지금과 같이 파악하고 나면, 그 두 개의 카테고리는 이윤기를 ‘독서계의 사상가’로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윤기, 즉 ‘출판계의 사상가’라는 카르텔은 두 개의 카테고리가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니며 내면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고대의 신화를 지극히 현대적인 해석과 인류의 정신, 심리적 내면세계를 파악하고, 더 나아가 신화를 벗어났지만 신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간적 고뇌와 갈등 그리고 특정 개인의 심리적 트라우마에 대한 접근을 시도 했음을 알 수 있다. 양들의 침묵은 이러한 일련의 내재적 연속성의 일환으로 출간된 작품으로 이해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 (빛나는 판도라의 해석)


최근 알라딘에서는 50% off 행사를 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이윤기선생의 그리스로마신화 전 5권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스 로마신화는 아주 다양한 작가들을 통해서 세상에 아주 잘 알려진 테마이다. 그런데 이윤기 선생의 그리스 로마신화는 여타의 저술이나 역서들과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 차이점은 신화에 대한 이윤기선생의 해석 방식이다. 이윤기선생의 해석을 읽다보면 이것은 이윤기선생의 능력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야말로 참신하다 못해 매우 독창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윤기는 어떻게 신화에 대한 해석에서 그러한 독창성을 발휘 할 수 있는 것일까... 그의 독창성이 빛을 발하는 하나의 대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예를 만날 수 있다.

 

 

이윤기의 견해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한 대목은 판도라를 해석하는 방식을 한 예로 꼽을 수가 있다. 이윤기는 판도라가 인간에게 화를 불러왔다는 일반적인 견해를 반박한다. 이윤기의 견해에 따르면, 판도라를 만들기로 결정한 것은 제우스인데, 사실은 프로메테우스에게 잘 보여야 하는 필요성에 의해서라는 것이다. 


 이윤기의 이 해석에 매우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놀라운 것은,  제우스의 수많은 자식 들 중에서 어느 누가 제우스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는가는 오직 선각자인 프로메테우스 만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죄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중벌을 가하지 않을 수 없었고, 헤르메스를 수 차례 보내어 그 비밀을 알려주면 죄를 사하겠노라고 프로메테우스를 회유하지만 그는 그 절대 회유에 넘어가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스토리이고, 다음은 이윤기만의 독특한 해석이다.)


 이에 똥줄이 타들어 가는 이는 프로메테우스가 아니라 바로 제우스였던 것이다. 그래서 제우스는 인간을 무지무지 사랑하는 프로메테우스를 회유하는 방법으로 여자를 만들어 인간에게 선물함으로서 제우스도 인간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즉, 프로메테우스에게 살짝 아부를 떨며 그의 환심을 사려는 목적으로 판도라를 생각해낸 것이다. 


 이러한 해석으로 본다면 판도라를 결국에는 프로메테우스의 아우가 차지하기는 했지만, 제우스가 판도라를 만들게 된 동기로 보건데 결코 악의가 깔려 있다고 볼 수 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제우스는 여타의 올림포스 신들에게 한 가지씩 선물을 상자 안에 넣어달라고 부탁하게 되고, 여러 신들은 각자 자신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넣게 되는 것이다.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이 선물의 상자를 안겨주며 '절대로 당대에는 열어보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판도라는 상자를 열어보게 되고, 갖가지 신들이 준 선물들은 모두 증발해버리고 만 것이다.


 

 깜짝 놀란 판도라가  얼른 뚜껑을 닫았을 때는 이미 갖가지 좋은 선물들 증발해 버린 뒤였고, 오직 '희망'만이 남게 되었다는 해설이다. 만약에 판도라가 당대에 열지만 않았더라만 그의 후세들은 무병장수는 물론, 미의 여신이 준 아름다움과 곡물의 여신이 준 농경법 등 이롭기로는 아주 이로운 선물들을 두루 누렸을 것이다.


 이런 정황으로 보아 상자 안에 들어있던 온갖 나쁜 질병과 근심, 질투등이 빠져나와 인간세상에 퍼지게 되어 인간이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게 되었다는 기존의 해석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보는 것이 이윤기의 설명이다. 그토록 나쁜 선물과 희망이라는 좋은 선물을 같이 버무려서 넣었다고는 이해하기보다는, 애초의 의도가 프로메테우스에게 점수를 따려는 의도였다는 점은 감안하면 이윤기의 이런 해석은 오히려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그동안 미심쩍었던 부분을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해석이 아닐 수 없다.

 

 결국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이런 행동에 마음이 움직여 그 비밀을 제우스에게 털어 놓게 되는 것이 아니던가... 어느모로 보나 판도라는 결코 좋은 선물을 날려버린 것이지, 나쁜 선물을 증발시켜 버린 것이 아니다...

 

 

 

한국의 번역계에 주는 교훈


이윤기선생의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 것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생각건대 바로 위에서 언급한 그의 카르텔에 있지 않나 싶다. 범주를 다양하게 넘나드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윤기선생의 범주와 카르텔로보아 그 작품세계가 대단히 넓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이윤기선생의 고집과 일정 카르텔을 집중 연구하고 자신의 역작에 반영하기 위한 그의 노력 때문이다. 그리하여 자신만의 카테고리와 카르텔을 형성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의도적으로 일정 범주를 넘어서지 않으려는 자제력은 그의 번역 실력으로 보건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러한 연유로 이윤기선생은 자신이 지향하는 바에 대한 일관성을 가진 사상가임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또한 애초에 뮈토스에서 느낀 바 이기는 하지만, 저자의 필체는 기타 동종의 책들과는 구별되도록 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그 뮈토스에서 느낀 신화다움의 필체는 여전히 관련 역서 전반에 녹아있다. 뮈토스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이윤기만의 독특한 필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영역을 분명하게 구축하고 있는 수준있는 역자의 모습은 우리의 번역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얼마전 어느 인물의 전기문의 역서를 두고 일말의 지적사항들이 발생했다. 이유야 어떻든간에 역서의 문제점은 출판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부지불식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고인이 된 이윤기선생의 고집스런 연구와 그에 걸맞는 카르텔의 형성은 말이 아닌 일생의 노고와 사상으로 남아있고 그 가르침은 오래도록 좋은 본보기가 되어줄 것이다. 

 

 

 이윤기선생의 저술 혹은 역서들이 특별하다고 느끼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것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일생을 거쳐 연구를 거듭하면서 그만의 카테고리를 형성하였고, 특히 이윤기 역의 벌핀치 신화가 벌핀치의 견해와 달리 생각하고 있는 이윤기만의 관점을 보여주는 대목들은 이러한 학구적 일관성의 소산임에 틀림이 없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윤기라는 인물이 일생을 두고 저술과 역장에 바친 그 자신만의 아우라는 부정할 수 없는 노고의 결정체이다. 이번에 알라딘에서 50% 할인가격으로 내놓은 그리스 로마신화는 이러한 이윤기의 생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역작이다. 저서에 대한 그의 열정은 해당 장소를 직접 방문하여 찍은 사진들도 다수 수록하고 있고, 더욱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앞서 말한대로 이윤기의 신화를 해석하는 방식이고 그의 카르텔이다.


그는 평생 그리스 로마신화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이는 이윤기의 신화를 읽어도 좋은 이유들이다.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어주는 그의 통찰력은 그렇게 빛이 난다. 그 누구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함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판도라의 상자에 대해 이윤기의 글을 읽지 않은 대부분의 독자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뛰어넘어 전혀 새로운 각도의 해석을 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이윤기의 산화에 대한 해석의 차이는 여타의 신화와 이윤기의 신화의 차별하는 힘의 요인들이다. 나아가 이는 이윤기가 신화에 쏟아 부은 애정의 결실일 것이다. 같은 범주의 신화에 이토록 많은 시간과 정열을 기울인 작가도 없을 것이다. 애정이 없는 카르텔은 의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이윤기의 신화론은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오늘도 내가 이윤기의 또 다른 신화의 해석을 읽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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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사이 2012-03-15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소설가 겸 번역가가 이윤기 선생인데요. 이 선생이 번역가로서 나중에서야 비로소 빛을 보시게 되었지만, 초기 번역가로서 이윤기 선생의 번역은 그래도 문제가 좀 많습니다..ㅎㅎ 제가 읽었던 것들은 그렇더라구요. 그럼에도 이 선생을 흠모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멜빵 바지에 술자리 좌중을 압도하는 구라를 푸시던 선생이 조금 그립기도 하군요..

차트랑 2012-03-15 12:22   좋아요 0 | URL
좋아하시는 작가시라니 다행입니다^^
원래 글을 쓰시는 분들이 구라가 좀 있으십니다 ㅋ
돌아가시고 나니
저도 그립습니다 ㅠ.ㅠ
제 서재를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든사이님

마녀고양이 2012-03-16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의 이름 작가 노트> 라는게 따로 발간되었었군요...
정말이지 장미의이름과 푸코의추는 쉽게 접근한 독자의 머리를 지근거리게 만들죠. ^^

양들의침묵을 이윤기 선생님이 번역하신걸 몰랐는데,
지금 확인하니 토머스 해리스의 세작품 역자가 각각 다르네요... 음,
양들의침묵은 사실, 기타 스릴러나 추리물과는 차원이 다르다는게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이랍니다. ^^

좋은 글입니다,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네요.
차트랑공님, 즐거운 주말되셔요.

차트랑 2012-03-16 14:29   좋아요 0 | URL
그 당시 양들의 침묵을 보았다는 어느 학생이 와서
묻더군요.
'그런데 왜 양이 나오지 않는거죠??'
재밌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님
 

 

몽유도원도(김진명)-23600냥을 50% off하여 11800냥

 

소설가 김진명의 인지도는 우리 소설계에서 매우 높은 듯 하다. 그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출간 당시 대중들에게 상당한 임팩트를 가져다 주었다. 박정희정부 당시 핵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화하였는데 핵실험을 목전에 두고 벌어지는 의문의 죽음이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직가 김진명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김진명은 '한반도', '천년의 금서', '고구려' 등의 역사인식과 관련한 책들을 연이어 출간하여 작가적인 역량을 보여주었다. 지난 2010년에 출간한 몽유도원도 역시 그의 역사 인식이 투영되어 있다. 몽유도원도는 우리 역사의 소중한 유산이건만 일제의 탐욕이 이를 가만두지 않았다. 일본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보인다. 과거 타자들에게 주었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자꾸 덮어버리려고만 한다. 잘못된 일은 깊이 반성하고 사과하며 문화재를 돌려주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윌든(소로우)-9500냥을 4750냥에...

 

윌든으로 정신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소로우는 자신의 에세이를 통하여 우리에게 시민불복종이 무엇인지를 인식시킨 인물로 유명하다. 소로우는 윌든을 통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인간적인 삶이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어한다. 그의 시대정신은 우리 인류에게 절실히 필요한 그 무엇을 담고있다. 현재 독서중인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라는 책도 소로우의 생각과 그 맥을 함께한다. 서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만 동양의 철학과 소로우의 생각들은 상당부분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그의 시민불복종을 대할 때면 더없이 강인한 사람이면서도 윌든의 아름다움을 대하면 한없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사람이다. 강한 자 잎에서는 강하고 약한 자 옆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소로우의 정신은 정녕 아름답다...   

 

 

 

 

세계 명화의 비밀2(성서상징) 15000냥을 7500냥에...

 

성경에 관심이 있는 분이든 아니든 간에 모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바로 '세계 명화의 비밀2-성서상징'이 아닌가 한다. 굳이 성경과 관련하여 읽을 필요는 없다. 과거 서양의 예술가들은 기독교와 깊이 관련하였고 그를 바탕으로 그림들 그렸기 때문에 서양의 미술사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이해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하겠다. 당시의 미술들은 현대의 그것 과는 달리 상징과 기물들을 장치하여 메시지를 전하곤  했다. 이러한 방식은 동양화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림 속 장치들의 목소리들을 듣는 것은 미술을 이해하는 중요한 하나의 코드이다. 물론 초현실주의가 등장하면서 철학적 배경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림들은 그 내부의 장치를 통해 많은 말들을 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독화의 기본기를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줄 아주 유익한 책이다.

 

 

 

세계 명화의 비밀-(신화상징) 18,000냥을 → 8,820냥에...

무척 오래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도록 하는 힘을 이 신화상징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서양화든 동양화든 그 그림이 상징하는 패턴을 배우게 되는 점도 아주 유익하게 작용하는데, 이는 읽는 이의 그림에 대한 안목을 한층 고양시켜준다. 이보다 더 좋은 독서의 기쁨이 어디에 있을까... 

최고의 가치는 다음에서 그 빛을 발한다. 명화들과 함께 보는 이 '신화 상징'은 아직은 나이 어린 자녀들에게 그림을 함께 보여주면서 부모님이 읽어주기에는 단연 최고의 가치를 가진 도서라는 점이다... 단서 없이 상상만 해야 하는 자녀들에게  이 그림들은 더 많은 상상의 단초기 되어줄 것이다. 책을 읽어주는 도중에 '너라면 이 장면을 어떻게 그리고 싶니?' 하는 질문을 해보시라.... 아이의 반응은 아마도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처음읽는 서양 철학사(안광복)-13000냥을 6500냥에...

 

서양 철학이 재미없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혹시 계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안광복은 고등학교 선생님이시고 철학교사라고 불리는 분인데 서양철학을 이처럼 재미있게 써준 보기 드문 분이다. 철학 콘서트를 써준 황광우와 공통점이 있다면 재미없는 서양철학을 모두 애주 재미있게 써주었다는 점이다. 안광복의 키워드 인문학은 독자들에게 독서의 길을 안내한다 할 정도로 매우 유익하다. 인문학이 왜 중요한 것인지를 자각할 수 있도록 책을 정말 맛있게 써준 사람이 바로 안광복인 것이다. 나의 독서 노트에는 이렇게 써있다. "철인과의 거리을 아득하기만한 거리감으로 전달했던 기존의 철학서들과 확연한 차이점을 가진 이 책은 그러므로 우리의 옆으로 바짝 다가서고 있다. 우리가 철학으로 다가서기보다는 오히려 철학이 우리의 곁으로 바짝 다가서고 있다는 이 느낌...바로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느낌이다" 라고...

 

 

 

 

프로파간다-15000냥을 7500냥에...

 

나의 독서노트에는 다음과 같이 써있다...

"프로파간다의 의미가 자가당착에 빠져버린 용어가 되었는 아니든간에 프로파간다는 대중을 향해 쏘아날리는 에로스의 화살과도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 마치 맹목적으로 그 누군가를 향해 이유없는 사랑의 포로가 되어버리고 마는 에로스의 화살처럼 말이다. 

그 화살을 맞은 대중들은 프로파간다라는 화살이 원하는대로 움직이게된다. 아니 대중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 이 그렇게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대중들은 그것이 프로파간다의 힘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나는 대중의 일원으므로 그 누구를 대중이라 칭하기보다는 나를 포함한 모두가 대중이다. 프로파간다라는 화살에 맞은 대중말이다. 그렇게 취한 채 행동하기 시작한다.

괴벨스의 화술에 몸을 떨며 히틀러의 카리스마에 녹아내린 대중들의 열광은 오로지 하나의 의식외에는 없었다. 독일 민족의 우월성과 민족을 위해 그 무슨 짖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런 행동을 하는 자신들을 자랑스러워한다. 이것이 프로파간다의 힘이다. 

'대중 심리란 마치 호수에 떠있는 오리떼와 같은 것이다' 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느 한 오리가 물 속에 머리를 쳐박으면 나머지 오리들도 함께 따라 머리를 물속에 쳐박는다. 이것이 대중심이라는 어느 누군가의 설명이었다. 오리가 자신이 하는 행동의 이유를 알든 모르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라고...

 

김종서와 조선의 눈물(이덕일) 16,500냥을 8,250에...

나라를 구한 사람도 충신이겠지만 일생 국가와 군왕의 근간이 되는 백성을 위해서 일생을 한결같은 일념으로 노력한 인물이 바로 진정한 충신이다. 김종서는 바로 그러한 인물이다. 그러나 김종서가 왜 충신인가에 대해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종서에 대하여 많은 것이 알려질 수록 김종서와 황보인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자들은 하락한다는 반대급부 덕분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수양대군일 것이며 그 수양대군과 함께 계유정란을 도모했던 그의 하수인이자 살생부를 작성했던 한명회와 군신의 의를 헌신짝 버리듯 저버린 정인지 신숙주, 기회주의자 권람, 이계전, 최항등일 것이다. 좀 심했나...고명을 받들어야 할 대신들의 배신 행위는 용서할 수 없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고명대신이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계유정란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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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3-1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 책을 저렴하게 파네요

차트랑 2012-03-14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은 늘 50% 할인하던 책들이에요
몽유도원도를 빼고는요^^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늘바람님~

낭만인생 2012-03-14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만 보면 눈물이 나온다..ㅋㅋ
50% 할인이면 정말 좋은 가격이죠.

차트랑 2012-03-14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책들은 정말 좋은 가격입니다^^

모든사이 2012-03-15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언급하신 책 중 프로퍼갠다는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PR의 소구대상이자, 마케팅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미국식 홍보마케팅의 원류와 속살을 알기 위해서는 볼 필요가 있더라는... 그럼에도 버네이즈 이 친구를 좋아하긴 어렵더군요.. ㅎㅎ

차트랑 2012-03-15 12:24   좋아요 0 | URL
언급하신 책을 읽어본 사람으로서
책은 읽어볼 만 하되
버네이즈를 좋아하긴 어렵다는 말씀,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프로이트도 영 밥맛이구요 ㅠ.ㅠ

 

 대전, 역사의 현장 방문기 (2)


이번 대전행 당시 선생님께서는 중요한 가르침을 2가지 주셨다. 한 가지는 행동으로, 다른 한 가지는 말씀으로...


 차를 타고 점심 식사를 하러가면서 지나치게 된 곳은 바로 우암사적공원 이었다. 선생님을 만나면 늘 우리 역사의 정취가 느껴지는 사적지를 방문하는 것은 필수 코스이다. 심지에 역사적 인물들이 잠들어있는 산소를 방문하기도 한다. 목적은 지리공부이다. 사적지는 후세의 사람들에게 수 없이 많은 교훈을 가르치는 장소이다. 그것도 침묵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 침묵의 외침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려온다.


 ‘선생님, 오늘은 저 곳을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라고 말씀드렸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 마침 나도 들를 일이 한 가지 있다네’ 하셨다. 누군가에게 한 가지 말실수를 한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헉~ 선생님께서 말 실 수를 다 하시다니... 속으로 이거 참 흥미로운 일이로구나 싶었다. 그런 일은 직접 목격하지 못한 상황이라 자못 궁금했던 것이다. 선생님의 말실수를 흥미로워 하다니...흠...이게 뭔가가 잘못된 상황이 아니던가... 그동안 보아온 선생님께서는 결코 말실수를 하실 분이 아니다. 그런데 말실수를 하셨다 하신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동구의 충정로에 있는 우암 사적공원으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하자 그 곳에서 안내를 담당 하고 계시는 분께서 꾸벅~ 인사를 하며 선생님을 반갑게 맞이한다. ‘잘 아시는 분이세요?’ 하고 여쭈었더니, ‘아니라네, 그러나 지난 번에 내가 한 가지를 잘 못 알려 준 것이 있다네’ 하셨다. 그리하여 선생님께서는 그 분과 말실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나는 우암사적공원 내의 자료실(유물관)을 둘러보았다.

 

 



송시열의 생원시 과거시험지:

송시열이 생원시의 과거시험지를 제출했다. 시제는 ‘한 번 음이었다 한 번 양이었다 하는 것을 道라 한다 - 一陰一陽之謂道’였다. 이는 주역에 담겨있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송시열의 답안이 당시의 시권형식에 맞지 않아 모든 시관(試官)들이 탈락시켜버렸다. 컴퓨터로 채점하는 방식이 아니었던지라 일말의 여지는 있었던 모양이다. 요즘 같았으면 빵점 처리되는 그런 시험지가 아니던가.. 바로 이때 그 이름도 유명한 최명길께서 송시열의 시권을 보고 장치 큰 인물이 될 것이라 여겨 합격자의 명단에 포함시켰는데 덜컥 장원이 되고 말았다.

 

 

최명길선생이 누구던가... 백사 이항복의 문인으로 광해군을 폐위하고 쿠데타를 일으킨 핵심인물 중 한사람이었으며 지리학에는 물론 일기(日氣)를 파악하는 일에도 매우 능하여 쿠데타의 시기를 결정하는데 일조한 인물이다. 특이 한 점은 반정세력들의 공통된 특징이 친명배금 혹은 지조 재은등의 명문을 내세워 명나라의 황제를 아버지 모시듯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인데 이 양반은 어찌된 일인지 양명학에도 조예가 깊어 말 그대로하자면 사문난적이나 다름이 없었던 인물이었다. 조선의 임금들은 신권에 밀려 왕권을 제대로 행사 한 적이 별로 없었다. 왕권을 제대로 사용한 임금이 있다면 유일하게 세종의 아버지 태종일 것이다. 요즘 한창 인기를 구가하는 안방 드라마 ‘해품달’에서도 왕은 거의 힘을 쓰지 못하는 왕으로 등장한다. 왕권이 신하들의 농간에 놀아나는 꼴이 된 것은 특히 인조반정을 기점으로 더욱 악화된다.


최명길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주화파의 핵심인물이다. 굴욕적인 삼전도의 항복문서를 직접 작성했고 이에 분개한 주전파 김상헌은 이 문서를 두 손으로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그러자 최명길은 그 찢어발겨진 항복문서를 주섬주섬 집어들었고 퍼즐조각 맞추듯이 이어 붙였다는 내용은 실록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실이다.


때로는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는 일이 더 쉬운 일일 수가 있다. 병자호란의 치욕이 바로 그러한 경우였다. 김상헌을 필두로 삼학사들은 죽으면 죽었지 항복은 절대로 불가하며 모두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나아가 싸우자고 강력히 주장했다. 심지어 김상헌은 남한산성의 자기 거처에서 직접 목을 매어 자살을 기도했다. 가인들이 이를 알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더라면 김상헌은 그 때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죽기는 쉽고 살아남기는 어려운 일이니라...


최명길의 입장은 김상헌의 생각과는 달랐다. 최명길의 입장은 대략 이러하다. ‘나라고 항복하고 싶은 줄 아느냐, 모두 나가 싸운다 치자, 그까짖 내 목숨하나가 뭐 그리 대수겠냐, 나도 죽고 니들도 모두 장렬히 싸우다 죽었다 치자, 그럼 백성들은 어찌 할 것이냐, 저 불쌍한 백성들의 목숨은 도대체 어찌할 것이냔 말이다. 우리가 바보 천치 펴서 이 지경에 이르렀고 나라의 꼴이 요 모양 이꼴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죄다 우리의 책임이 아니더냐, 우리가 죽은 뒤 조선 강역의 불쌍한 저 백성들의 얼굴을 도대체 무슨 낮짝으로 바라볼 것이냔 말이다. 니들은 나가 싸우다 죽자하는데 나가 싸워봤자 질거 니들도 빤히 알고 있는 일이 아니더냐, 그럼 이 나라의 백성들의 아픔을 누가 달래줄 것이냔 말이다. 저 불쌍한 백성들이 도대체 무슨 죄가 있단 말이더냐, 죄가 있다면 바로 나의 죄이고 너의 죄가 아니더냐, 그러니 우선 나라를 보존하고 보아야 할 것이다. 목숨이 붙어 있어야 후일이라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죽기는 쉽고 살아 남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때문이니라.... ’


그렇게 최명길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항복 문서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여 결국 주화파가 쪽수로 엄청나게 밀리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강화를 체결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주전파는 충신이요 주화파는 배신자이고 역적이다. 인조 쿠데타에 가담했고 권력을 잡은 조선의 지배층들은 절대로 그 누구도 주화파에 서려고 하지 않았다. 한 번 주화파이면 영원한 그 치욕을 대물림하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번 충신이면 대대로 충신의 가문이 되는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었던 조선의 선비들은 사실상 화친을 주장하고 싶어도 그릴 수가 없었다. 화친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화친을 주장하는 그 순간, 자신과 그 후예들은 영원한 역적이자 배신자가 될 것임이 뻔했다. 그리하여 조선의 강역을 지키는 유일한 수단이 강화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표면적으로 내세울 수가 없는 딜레마에 빠졌던 것이 조선의 지배 세력들이었다. 이것이 바로 척화를 주장하기보다 화친을 주장하는 일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든 정치적 상황인 것이다. 그러니 죽기는 쉽고 살아남기는 어려운 것이다.


아마도 김상헌을 필두로 척화를 주장하면서 화친을 주장하는 역적 모리배들의 목을 따서 효수하자고 외치던 인물들에게 솔직한 심정을 묻는다면 최명길에게 무한한 감사를 했을 것이 틀림없다. 후세가 있다면 찾아가 일일이 인터뷰를 해볼 일이다.  최명길은 이렇게하여 조선의 모든 선비들이 한꺼번에 날려 보내는 빗발치는 비난의 화살받이를 자청하게 되는 것이다. 최명길은 당시 지배세력들의 모든 짐을 그렇게 혼자 지고 간 인물이다. 최명길의 경우가 바로 죽기는 쉽고 살아남기는 어려운 경우였다. 그 후 역사는 최명길을 나라를 팔아먹은 소인배라 했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는 조선에 척화의 주동자를 색출하여 보내달라 요구했다. 이 때 김상헌은 당당히 척화의 핵심인물로 자처하고 나섰어야 한다.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상헌은 되려 삼학사라는 엉뚱한 인물들을 자신을 대신하여 보냈다. 평양의 서윤 홍익한, 교리 윤집 그리고 오달제가 바로 이들이다.

  서윤이라는 직책은 한양부와 평양부 소속의 종 4품 관직이고 교리는 정 5품 혹은 종5품에 해당하는 관직이었다. 요즘 공무원으로 치자면 행정고시와 외무고시등에 해당하는 4-5급 공무원인 것이다. 어떻게 척화의 핵심인물들이 4품과 5품의 하관직에 있던 인물들이라고 말할 수가 있었겠는가? 김상헌은 자신을 대신하여 애꿎은 하급 관료들을 척화의 리더들이라는 딱지를 붙여 등을 떠민격이나 다름이 없다.

 

이러한 김상헌의 조처는 세자와 왕자마저도 끌려가는 마당에 자신의 목숨을 아끼려했다는 누명을 벗을 방법이 없다. 최명길의 화친서를 손으로 찢으면서 반대했던 인물이 떳떳하게 '내가 바로 척화의 우두머리요' 하고  나서지 못하고 겨우 관직이 4-5품인 사람들을 대리로 보내 그 책임을 떠넘겼으니..... 아...차라리 나가서 싸우다 죽느니만 못했다...김상헌의 형인 김상용은 강화도에서 청군에 맞서 저항하다가 화약을 터트려 적군을 하나라도 더 죽이고 스스로 자진했다는 말이 전해온다. 형만한 아우 없는가...김상헌은 척화의 핵심이었으면서도 대리자를 내세워 애꿎은 삼학사 세 사람의 목숨을 잃게했다. 그러한 김상헌을 후대는 목숨을 걸고 그 개기를 끝가지 지킨 선비라 창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이상한 평가는 조선의 선비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한 이유로 충분하지 않은가...  

 

 

청으로 끌려간 조선 백성들을 되찾는데 치루었던 몸값을 100냥으로 끌어 올린 인물 영의정 '김류'

 

김상헌의 이러한 행적을 떠올리려니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사건이 또 하나 떠오른다. 이조판서, 좌의정, 도제찰사를 거쳐 영의정의 자리에 올랐던 인물로 '김류'라는 사람이 있다. 치욕의 병자호란 후 다들 아시다시피 청은 조선에서 세자와 왕자, 척화 주동인물등은 물론 수십만의 백성들을 노예로 끌고갔다. 노예로 가족을 잃은 조선의 백성들은 끌려간 자신의 백성들을 되찾을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하여 청나라 사람들에게 경우에 따라서는 50냥에서 60냥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하고 가족들을 되찾아 오는 경우가 있었다. 정묘호란 당시의 몸값은 10냥이었는데,  병자호란으로 몸값도 5-5배가 치솟은 것이다.

 

왕세자마저 끌려가는 마당에 전쟁당시 도체찰사였고 후에 영의정이 된 김류도 식구를 내놓지 않을 수 없었다. 하여 청으로 끌려갈 사람을 물색하다가 바로 자신의 애첩의 딸을 보내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간의 몸값을 주면 가족을 되찾아 온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를 환속금이라 했다. 그리하여 그는 역관 정명수에게 자신의 애첩의 딸을 되찾고 싶으니 1000냥을 주겠노라고 말했다. 당시 1000냥은 어마어마한 거금으로 쌀 200석에 해당하는 가치를 가진 돈이었다.  

 이 김류라 조선의 아무 생각없던 영의정 때문에 환속금인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게된다. 아...이제는 가족을 되찾고 싶어도 그 길이 묘연하기만하다. 백성들에게 이 엄청난 거금은 꿈속에서도 만져보지 못할 금액이 아니던가... 그나마 가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근근하게 돈을 모아왔던 백성들의 절망과 실의에 찬 모습을 상상해보시라... 아무 소용이 없는 노릇이다. 마치 최근의 전세값을 따라기지 못하는 이치와 같다. 현대인들이 전세값을 혹은 집값의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느끼는 비애를 조선의 백성들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다. 바로 조선의 영의정이었던 김류라는 한 인물 덕분에 말이다...김류라는 사람의 인물됨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겠다. 이런 소인배가 한 국가의 최고직을 두루 역임했다니...반정의 역사가 아니고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런가...실로 안타깝고 그저 통탄할 일이 아니고 그 무엇이겠는가...

 

   

하여 조선의 선비들인 지배세력들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그리고 분명히 하자는 주장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저자 계승범인 것이다. 계승법은 이 책에서 명료하지 못한 선비에 대한 가치 판단의 기준을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다.

 당대를 지배했던 객관적인 이념을 통해 선비들의 행적을 파악함과 그들의 언행이 해당 사회에 끼친 영향력을 분석하고 동시에 이 선비들이 후대인 우리들에게 끼친 역사적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후에야 그 선비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저자의 이러한 평가 기준은 막연하게 일단의 사건들만을 미시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단순한 시각을, 보다 넓고 심도으며 바르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독자들에게 감식안을 주는 좋은 책이라 할 수 있다. 계승범의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라는 책이 역시 널리 읽혀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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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내일 아침에 들을까 하고 보첼리의 음악을 하나 금새 올리고 자려했는데...

그리고 19금 페이퍼를 쓸 생각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그렇게 흘러가 버렸다. 늘 이런식이다...

 

사실은 오늘 오후에 역사 유적을 돌아보고 오는 길에 시디에 우연히 딤기게된 보첼리의 노래를 듣게되었다. 그래서 내일 아침에 한곡 듣고 일을 시작해야지...하고 얼른 페이퍼를 끝낼 생각이었다. 쿨하게 말이다...그런데 페이퍼질을 하다보니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

 

쿨하게 원래 포스팅하려던 보첼리의 노래를...

 

 

 MAI PIU' COSI LONTANO 다시는 헤어지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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