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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인Shane> 영화를 어제 케이블 TV에서 봤다. 우연히 채널을 돌렸는데 막 시작하고 있었다. 이런, 만사 제쳐놓고 보기 시작했다. 두 번의 긴 광고 시간을 잘 넘기고 셰인이 떠나는 마지막 장면까지 집중해서 봤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아마 처음 봤던 것 같고, 그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 10년 쯤 전 마트에서 VCD를 샀었다. 그리고는 내 인생에서 3번째 본다.



수십 년 전 처음 보았던 영화의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은, 돌아오라는 외침 속에서 아쉽게 떠나는 그 뒷모습 때문이리라. 3번째 보니 이전에는 잘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아마 아들 조이의 시각에서 봤던 것 같은데, 이제는 정착자들의 대표인 스타렛이나 새 인생을 살아보려고 했던 셰인, 그리고 스타렛의 아내인 마리안의 심정을 헤아리며 보게 된다.


그리고 악당의 대표인 라이커 일당이 왜 그렇게 정착자들을 괴롭혔는지도 조금 이해하게 됐다. 여러 명의 눈을 통해 상황을 바라볼 수 있고, 특히 서부영화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아이가 극중 중요한 역할을 해서 더욱 명작의 반열에 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영화에 대해 인터넷에서 이런 저런 글을 찾아 읽었는데, 영화는 1953년 작이고, 셰인 역의 앨런 래드가 1964년에 50세로 세상을 떠난 것을 알게 됐다. 앨런 래드는 꽤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세파에 찌든 가난한 알콜 중독자였던 그의 모친은, 아들에게 돈을 받아 독약을 사서 그의 차 뒷좌석에서 그 독약을 마셨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아들의 충격이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밑바닥 출신의 앨런 래드가 냉정하지만 뭔가 우수한 찬 모습이었던 것은 이런 가정적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의 일이다. 지금 그 사람들은 모두 없고, 나는 그들의 살아있을 때의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이란 시구가 왜 떠오르는지...


영화 <로건>(2017년 작)에서는 <셰인>이 중요한 모티브로 반복해서 나온다. 직접 관련은 없지만 왠지 <인터스텔라>(2014년 작)도 떠오른다. 사라짐, 퇴락이 중요한 모티브이기 때문이리라. 뭔가를 이루고 떠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다. 열심히 즐겁게 살다가, 왔던 길 그냥 다시 가는 것이다. 셰인처럼, 그저 그 뒷모습이 아쉬움을 남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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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이 아주 난리다. 포털에 뜨는 소위 메이저 언론의 보도, 특히 의견을 제시하는 논설은 악담을 넘어 저주에 가깝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심의가 예정되어 있는 지금 나오는 기사는, 이 기회에 어떻게든 정부에 흠집을 내서 이 정부를 몰아세우겠다는—그래서 정권을 되찾겠다는—결기가 느껴진다. 


기록으로, 오늘 눈에 띄는 기사 제목 몇 가지를 적어 놓는다.

김대중 칼럼 – 다른 나라에서 온 대통령인가(조선일보)

배명복 칼럼 – 한국 민주주의 아직 멀었다(중앙일보)

여기는 논설실 – 문 대통령, 또 ‘장고 끝에 동문서답’(한국경제)

데스크 시각 – 광화문 광장..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나/김동현 사회 2부 차장(서울신문)

오늘과 내일(이승헌) – 강경화, 이인영으로 바이든 외교팀 상대할 건가(동아일보)

최병선의 Deep Read – 탈원전, 통치행위 아닌 이념형 정책.. 추진과정 ‘적법절차’ 어기면 수사대상(문화일보)


읽어보지 않아도 어떤 내용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여당이 총선에서 180석 가량 얻은 이후, 소위 ‘보수’라는 집단의 위기의식이 더 커진 모양이다. 야권에 제대로 보이는 대선 후보도 없고, 공무원인 검찰총장이 야권 후보 지지율 1위이니 그 초조함을 이해할 만도 하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반영하는 기사나 논조는 찾아보기 어렵고, 검찰개혁과 그에 반발하는 검찰의 조직 이기주의라는 측면에는 다들 애써 눈을 감고 있다.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려는 대통령에게는 왜 침묵하냐고 윽박지른다. 이들에게는 절대군주가 필요한 모양이다. 조선일보 김대중 씨가 ‘다른 나라에서 온 대통령인가’를 물었는데, 나는 김대중 씨에게 ‘다른 나라에서 온 국민인가’를 묻고 싶다.


내가 읽어보고 싶은 저자 리스트에 있던 주경철 교수는 조선일보 연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실었다.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노바 – 국민 43.9% 표를 얻어... ‘法의 이름’으로 의회와 사법부를 학살하다


열어보면 히틀러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소제목은 ‘민주주의 파괴 집단에 표를 준 독일 국민’, ‘사법부 견제 무력화한 법무부 장관’, ‘총통의 의지가 법의 원천’, ‘惡의 피해를 본 사람이 惡을 되풀이한다’가 나온다. 조선일보 측에선 환호할 만한 내용이다. 현 정국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안 나오지만(안 쓰느라 애썼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의도했다고 본다. 이 내용에, 이런 제목을 뽑으면서 의도성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방송은 좀 나은 편이지만, 이러한 언론 지형에서 40%대의 지지도를 유지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지지를 보내는 국민들이 대단하다. 포털에 온통 ‘보수’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기사가 쏟아지는 와중에, 나라도 이런 기록을 남겨두고 싶어 글을 적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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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0-12-01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경철이 저런 글도 쓰는군요. 책만 가지고 있고 안 읽어봐서... 지금 뭐 언론이 미쳐 돌아가고 있네요. 기득권 세력 지켜주려고!!! 주경철같은 역사 학자들은 맨날 히틀러밖에 예를 들 게 없나 봐요. 뭐하면 히틀러 히틀러.... 가만 보면 우리 나라 지식인들이 책도 잘 안 읽고 생각도 새로 고침을 진짜 안 하고 옛날 지식 옛날 생각 그대로 평생 먹고 사는 것 같습니다. 수준 이하의 역사 학자 지식인들 너무 많아요 특히나 인문학자들.. 저러니 인문이 수준 떨어지는 거죠. 그냥 한심해요. 저런 지식인들

blueyonder 2020-12-01 17:40   좋아요 2 | URL
나이 먹으면 정말 보수화되는 경향이 있긴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본다면 정말 지식인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보수‘를 자처하는 분들은 대통령 지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욕하지만, 그래도 저는 객관적인 (100%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객관적인) 사실이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관련해서 대처 잘 한다고 하던 분들도 8.15 ‘보수‘ 집회 이후에는 정부가 코로나19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생각하시더군요. 여기에는 언론의 역할도 정말 크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독감 백신 맞고 사망했다는 식으로 선정적으로 기사 올리는 것을 보고 언론에 대해 없던 기대도 더욱 접었습니다.

단발머리 2020-12-01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수는 다음 정권의 얼굴도 정하지 못 하고 있어 일면 이해는 되지만 언론이 저러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인데.. 그게 또 가능하네요. 이러한 언론 지형에서 40%대의 대통령 지지도를 이해할수 없을 겁니다.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걸까요? 휴우.

blueyonder 2020-12-01 17:45   좋아요 1 | URL
속을 들여다 보면 다 제 잇속 챙기기인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언론인‘이라는 사람들이 이렇다는 것이 정말 절망스럽습니다. 사회의 ‘공기‘니 ‘목탁‘이니 하는 말들이 얼마나 공허한가요...

나와같다면 2020-12-03 01:42   좋아요 2 | URL
노무현 대통령을 슬프게 떠나보낸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 40% 의 지지율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20-12-01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1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기를 취미라고 얘기하는 많은 분들은 아마 읽지 않은 책들이 상당수 책장에 꽂혀 있을 것 같다. 읽은 책을 뭐하러 책장에 꽂아 놓느냐는 움베르토 에코의 너스레나 책을 읽지 않고 서평 쓰는 법에 대해 얘기하는 직업적 독서가의 고충[1] 등등이 이런 상황을 위로해 주지만, 그래도 읽지 않은 책들이 책장에 쌓여있는 상황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래서 요새 종종 취하는 방법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먼저 읽어 보는 것이다. 읽고 나서 정말 마음에 들면 그 책을 사곤 한다. 물론 사서 책장에 꽂아 둔다고 다시 읽으리란 법은 없다.^^ 그래도 안 읽은 책들로 쌓여가는 책장을 보는 괴로움은 덜 수 있다.


문제는 이전에 사서 안 읽고 쌓아둔 책이나 정말 유혹을 참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빌려 볼 겨를 없이 바로 주문하는 책이다. 요새는 물리적인 제약으로 바로 사는 책이 많지 않지만, 이제는 정말 책장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좋은' 책들을 바라만 보기가 괴로워, 드디어 칼을 뽑는 심정으로 인터넷이나 알라딘 서평('북플') 보는 시간을 줄여 새 책에 대한 유혹을 줄이고, 나의 예전 독서 리스트에 올라 있던 책들을 보는데 시간을 쏟으려 노력하고 있다.


책장에 자리 잡고 있던 책을 꺼내 먼지를 털며, 책머리가 바랜 책을 펼쳐보니 어느덧 흘러간 세월을 실감한다. 이제 살아갈 날도 많이 남지 않았는데 사 놓은 책이라도 마저 읽어야지...


내가 사 놓고 읽지 못한 '좋은' 책들의 일부이다. 빨리 읽고 싶다... 문제는 시간(또는 게으름).































































































까뮈의 책은 거의 30년 쯤 전에 읽었던 '페스트'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사 두었던 것인데 역시 먼지만 쌓이고 있다. 세부 내용은 다 잊었지만, 두 남자가 밤 바다로 수영을 하러 나가는 장면만은 머리에 깊이 각인이 되어 있다. 어려울수록, 그 어려움 속에서 피어나는 동료애가 또 있지 않나? ^^ 


팬데믹 시대, 다들 잘 버티시고, 건강하시길... 이 시대를 역사는 또 어떻게 기록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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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정연의 '서서비행'에 나오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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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1-24 0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남자둘의 밤수영.기억에 남는 한장면이었는데 ㅎㅎ 그들의 동료애도 인상깊었지만, 예상치 못한 위험과 두려운 상황 가운데에서도 한줌의 여유와 즐거움을 찾고 누리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위대한 (^^) 능력이지 않나 하고..그때 생각했던 기억이 있어요. ^^

blueyonder 2020-11-24 15:13   좋아요 1 | URL
네 어려움 속에서도 삶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그만큼 더 고귀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햇볕을 받으며 커피 한 잔 마시는 여유가 요즘처럼 소중한 때가 없지 않나요? 너무 커피 광고 같나요? ㅎㅎ

han22598 2020-11-25 01:38   좋아요 1 | URL
^^ 네. 동의합니다. 커피 한잔 먹고 싶네요 ^^
 


그리움은 죽음도 뛰어 넘는다. 사람들이 죽은 이들을 기리는 것은 자기도 그렇게 기억될 것이라는 (무의식적) 희망을 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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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0-10-09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코‘라는 예쁜 이름은 사실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를 쓰는 나라들의 전승에서 ‘유령‘을 의미한다고 한다.

쿼크 2020-10-10 23:49   좋아요 1 | URL
저는 스페인어로 까까(caca)와 뽀뽀(popo)만 알고 있었는데 또 단어 하나 알고 갑니다..ㅎㅎ..
 













미래는 과연 디스토피아일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일본 애니메이션 전통의 하나인, 전쟁 후 황폐해진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대 산업문명"의 붕괴 후 황폐해진 지구에는 오염되어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부해'라는 숲이 점점 영역을 넓히고 있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현재의 상황과 겹쳐 굉장히 공감이 가는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우리보다 더 나은 것이, 부해 밖에서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


다양한 인간 군상과 액션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 준다. 1984년 작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와 함께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결국 공감compassion을 통한 구원이라는 메시지를 이 작품은 전해 주는데, 너무 감성에만 치우친 것일까. 이성과 감성 중 이성이 세상을 망하게 했으니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디스토피아를 피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가 이성(과학)이라는 주장을 하는 책이 있다. 칼 세이건의 부인이었던 앤 드리앤의 최근작 <코스모스 - 가능한 세계들>이다.















한국어판 서문이 특별히 있는 이 책은, 우리가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세계는 디스토피아를 향해 간다고 말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세상을 위해 다양한 기여를 한 '영웅'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맹성과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 이 책의 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겠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의 영혼을 계승했다는 문구가 책 뒷면에 있는데, 구성이나 이야기 전개 방식, 다루는 주제가 상당히 유사해서 동감하게 된다. 이미 고인이 된 칼 세이건에게 바치는 사랑의 헌사이자 우리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역사를 살펴 보면, 전지구적 전염병의 유행이나 전쟁의 위험을 인류는 그래도 모두 넘기며 멸종을 피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우리 손에 쥐고 있는 기술이라는 장난감을 우리를 파괴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유용한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정치 지도자가 매우 중요하며, 좋은 정치 지도자를 고르고 압력을 가하는 시민들의 역할과 깨달음이 핵심적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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