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이 아주 난리다. 포털에 뜨는 소위 메이저 언론의 보도, 특히 의견을 제시하는 논설은 악담을 넘어 저주에 가깝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심의가 예정되어 있는 지금 나오는 기사는, 이 기회에 어떻게든 정부에 흠집을 내서 이 정부를 몰아세우겠다는—그래서 정권을 되찾겠다는—결기가 느껴진다.
기록으로, 오늘 눈에 띄는 기사 제목 몇 가지를 적어 놓는다.
김대중 칼럼 – 다른 나라에서 온 대통령인가(조선일보)
배명복 칼럼 – 한국 민주주의 아직 멀었다(중앙일보)
여기는 논설실 – 문 대통령, 또 ‘장고 끝에 동문서답’(한국경제)
데스크 시각 – 광화문 광장..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나/김동현 사회 2부 차장(서울신문)
오늘과 내일(이승헌) – 강경화, 이인영으로 바이든 외교팀 상대할 건가(동아일보)
최병선의 Deep Read – 탈원전, 통치행위 아닌 이념형 정책.. 추진과정 ‘적법절차’ 어기면 수사대상(문화일보)
읽어보지 않아도 어떤 내용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여당이 총선에서 180석 가량 얻은 이후, 소위 ‘보수’라는 집단의 위기의식이 더 커진 모양이다. 야권에 제대로 보이는 대선 후보도 없고, 공무원인 검찰총장이 야권 후보 지지율 1위이니 그 초조함을 이해할 만도 하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반영하는 기사나 논조는 찾아보기 어렵고, 검찰개혁과 그에 반발하는 검찰의 조직 이기주의라는 측면에는 다들 애써 눈을 감고 있다.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려는 대통령에게는 왜 침묵하냐고 윽박지른다. 이들에게는 절대군주가 필요한 모양이다. 조선일보 김대중 씨가 ‘다른 나라에서 온 대통령인가’를 물었는데, 나는 김대중 씨에게 ‘다른 나라에서 온 국민인가’를 묻고 싶다.
내가 읽어보고 싶은 저자 리스트에 있던 주경철 교수는 조선일보 연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실었다.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노바 – 국민 43.9% 표를 얻어... ‘法의 이름’으로 의회와 사법부를 학살하다
열어보면 히틀러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소제목은 ‘민주주의 파괴 집단에 표를 준 독일 국민’, ‘사법부 견제 무력화한 법무부 장관’, ‘총통의 의지가 법의 원천’, ‘惡의 피해를 본 사람이 惡을 되풀이한다’가 나온다. 조선일보 측에선 환호할 만한 내용이다. 현 정국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안 나오지만(안 쓰느라 애썼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의도했다고 본다. 이 내용에, 이런 제목을 뽑으면서 의도성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방송은 좀 나은 편이지만, 이러한 언론 지형에서 40%대의 지지도를 유지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지지를 보내는 국민들이 대단하다. 포털에 온통 ‘보수’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기사가 쏟아지는 와중에, 나라도 이런 기록을 남겨두고 싶어 글을 적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