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게 선문답 같은 말들을 던지셔서...
때론 머릿속을 헝클어놓기도 하고, 때론 엉킨 실타래 같은 머릿 속을 일목요연하게 만들어주시는 분이 계시다.
지난 토요일, 이 분과 차 한잔을 하려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데 갑자기 없어지셨었다.
"맘 넓은 내가 참고 이해해야지...ㅠ.ㅠ"
"참, 그 맘 너무 넓어 뿔뿔히 흩어지겠다아..."
"그럼, 속 깊은 내가 참는다로 바꿔야 하는 건가요?"
"속이 깊다는 건 한가질 흘려버리지 않고 생각을 거듭한다는 뜻이야, 자기 자신에 관한 문제지.
맘이 넓다는 건, 타인을 배려한다는 뜻이고..."
이 분이 잠시 다녀오신 곳은 복권방이라는 곳이었다.
요즘 하시는 일이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왠만한 재력가에 요행 따위는 바라지도 않는 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복권이라니 씁쓸했다.
한 친구를 만났다.
강남에서 개업을 했다가 7년만에 접고, 어딘가 월급쟁이로 가게 되었단다.
자기 일을 하다가 다른 사람 밑으로 들어가는 일이 쉽진 않을텐데...
게다가 처음엔 월급도 인턴사원 수준으로 받게 될거란 얘기에 나도 모르게,
"때를 좀 기다리지~."
라고 해버렸다.
"넌 남자들의 세계를 몰라. 나 가장이잖아."
라며 쓸쓸하게 웃어 울컥하게 만들었다.
분명 요행 따위는 바라지도 않고 노력하고 열심히 사는 이들인데,
이들의 불운을 시대말고 무엇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
살다보면 언제고 좋은 날이 있을거다, 건투를 빈다.
따위의 섣부른 위로 대신, 커피와 술을 함께 들이켰다.
시간상, 이 둘 사이의 어디쯤에서 곽노현 교육감의 2억 수수 얘기를 들었다.
처음 얘길 들었을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는데, 정황 얘기를 듣고 보니 그래도 마음을 추스릴 수 있겠다.
결과적이고 도의적인 처신이야 어찌될지 모르지만, 그를 향한 믿음은 흐트러지지 않아 다행이다.
오늘 아침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들어보니...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던,
이해학 목사의 경우, 상식적인 선에서 처리를 해야한다고 말하면서도 곽노현의 진정성은 믿는다고 하였고,
김상근 목사의 경우도, 곽노현의 진정성은 믿느나 공인으로서 법이 이것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하였다.
지금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곽노현을 향하여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좀 그렇지만,
자신의 진정성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어 외롭진 않을 게다.
생각은 이리저리 널을 뛰어, 나의 경우를 돌아본다.
경계를 만들어 내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고 안으로 들였으면,
그 안에선 맘껏 움직일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줘야 한다는데,
난 경계를 만드는 데 실패를 한건지, 안으로 들이는데 실패한건지 모르겠다.
어쩜 내가 까는 멍석이라는 것이 이들의 날개를 펴기엔 역부족인건 아닐까?
생각은 또 다시 이리저리 널을 뛰어...사람에게, 벗에게 이리저리 상처 입을 바엔 책 한권이 나을 수도 있겠다.
연암 박지원은 기묘한 인연으로 만난 벗이라 할지라도 그와 더불어 나누는 대화가 무료하고 함께하는 행동이 구차하다면 차라리 홀로 책 속에서 벗을 찾는 것이 낫다고 하지 않았는가?
진정한 친구란 그저 만나서 무료한 시간을 때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진정한 친구라면 함께하는 시간에 나누는 대화가 천박하지 않아야 할 것이며, 함께하는 행동이 더럽지 않아야 할 것이란다.('천년 벗과의 대화''알라딘 책 소개'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