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블랙독 -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하는 편안한 그림책
매튜 존스톤 지음, 표진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7년 4월
구판절판


'굿바이 블랙독'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하는 편안한 그림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그림을 10분 정도 보는 것만으로도 블랙독이라는 존재를 발견하게 될 것이며, 우울증의 치료, 희망, 마음의 평화에 이르기 위한 길을 깨닫게 될 것이다 라고 얘기하고 있다.

"길을 잃지 않고는 자신을 발견할 수 없다"는 문구로 시작하는 이 책을 찬찬히 따라 읽어 보자.

이 책 속에 나오는 이는 블랙독을 좀 일찍 만난다.

뒤돌아 보면, 20대 초반부터 블랙독은 내 인생을 끊임없이 들락날락거렸다.

녀석이 나타나면 공허감이 느껴졌고, 삶은 한없이 더디게 흘러간다.

온 세상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블랙독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삶은 암울함 그 자체였다.
즐거웠던 일도 갑자기 시들해졌다.

입맛도 떨어졌다.

녀석은 내 기억력과 집중력을 갉아먹어 버렸다.



녀석 때문에 뭘 하거나 어디를 가려면 슈퍼맨 같은 힘이 필요했다.

녀석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들킬까 봐
집이나 직장에서 나를 감추고,
멋지고 훌륭한 사람인 척 사람을 속이게 되었다.

내 감정을 속이고 남을 대하려니 무척 힘이 들었다.
나는 간질이나 심장병, 당뇨병처럼 숨기기 힘든 질병을 숨기려는 것과 비슷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블랙독, 이 녀석은 부정적인 말만 하게 만들었다.

녀석은 나의 짜증을 돋우었고 나를 까다로운 사람으로 만들었다.

녀석은 내게서 사랑의 감정을 앗아갔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친밀한 감정을 품는 것조차 방해했다.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잠 못 이루는 괴로운 밤이 이어졌다.

블랙독을 키우며 사는 것은 단순히 의기소침해지거나,슬퍼지거나, 우울해지는 것이 아니다.
최악의 경우 모든 감정이 메말라 버릴 수도 있다.

결국 나는 자가 치료에 능숙해졌다......
......하지만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블랙독, 이 녀석은 결국 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다.
나는 녀석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내 의지는 내 자신을 외면했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진료를 받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비로소 회복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고, 이것이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다양한 종류의 블랙독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블랙독은 별별 특징들이 모두 섞여 있는 잡종견이다.

녀석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서는 녀석을 길들일 수 있는 나만의 꾀를 터득하게 되었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침대 밑의 악어'가 떠오랐다.
자신의 의지를 잃고 매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우울증의 생물학적 특징이 잘 묘사되었다는 추천의 말처럼...그림이 참 예쁘고 이해하기 쉽게 그려져 있다.

우울증에 걸리지 않은 사람에게 우울증의 느낌을 잘 전해주고,
우울증에 이미 빠져있는 사람에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객관화하여...도망가거나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다.

우리는 알게, 알지 못하게...자기 안에 '블랙 독' 한마리를 키우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부끄러워 감추거나, 무섭다고 피할 게 아니라...
블랙독을 길들이고 그리하여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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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2011-02-23 02:58   좋아요 0 | URL
글에 대한 댓글은 내일 달아야겠습니다.
실컷 울고 난 뒤의 상쾌함... 그걸 카타르시스라고 하던가요..??
암튼..전 방금 원도 한도 없이 실컷 울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죠..^^

이 말을 쓰는 건 제가 이 늦은 밤에 깨어 있었다는 걸 자랑하고 싶어서리..ㅋ

양철나무꾼 2011-02-23 03:16   좋아요 0 | URL
저도 때로 때때로 실컷 울고난 뒤의 카타르시스가 느끼고 싶어 최루성 영화나 책을 집어들때가 있어요.
근데 지금은 졸리운데 잠은 오지 않아 안개가 자욱히 낀 것 같아요.
그래서 상쾌한 님이 좀 부러워요~^^

쉽싸리 2011-02-23 10:02   좋아요 0 | URL
우울증은 없는것 같은데(모르죠 그냥 제 판단일 뿐이니까요^^)자신만의 '블랙독'은 있는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기만', '거짓', '추한 욕망' 그런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저는 진짜 '블랙독'을 키우고 있는데요,^^ 그 진짜 살아있는 것으로써의 그놈은 많은 부분에서 즐거움을 줍니다. 그래서 제가 우울증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


양철나무꾼 2011-02-24 02:05   좋아요 0 | URL
이 책애서 블랙독이라고 하여 개를 내세운 게, 오랜 세월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온 견공들이 긍정적인 속성과 부정적인 속성을 모두 지니고 있어서라고 하더군요~

저는 아무것도 못 키워요.
ㅎ,ㅎ...그 놈이 부재하게 됐을 경우의 즐거움의 결여를 염려한다고나 할까요?

전 우울증은 안 키우는데, 불면증은 키워서 말이죠~

2011-02-24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8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02-23 14:20   좋아요 0 | URL
이 책 안팔리겠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블랙 독 너무 예쁘다,, 저희 집에도 있죠, 블랙 독 같은 흰둥이가.
나무꾼님의 최루성 영화나 책에 관해 듣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1-02-24 02:11   좋아요 0 | URL
근데, 이 그림책 직접 보면 위안을 얻는다니까요~
전 블랙독도 없고, 흰둥이도 안 키우고...제가 개 띠예요.

최루성 영화나 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그때 그때 감정이입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최루성이 돼요.
참고로 책이나 영화,드라마를 볼 땐 눈물 흘리는 데 1,2,3...3초면 되거든요.
근데 제 자신의 일로는 잘 안 울게 돼요~^^

잘잘라 2011-02-23 16:23   좋아요 0 | URL
저의 블랙독은 주로 무의미, 무가치, 무소속, 보람없음, 비난의 감정을 좋아해요. 제가 실용/취미 분야 책을 챙겨보는 이유이기도 한데, 저에겐 이게 효과가 있어요. 요즘 저의 블랙독은 못먹서 비실비실.. 그래두 조심해야되요. 한끼만 잘 먹어도 슈퍼맨처럼 힘이 쎄지는게 블랙독이니까요. ^^

양철나무꾼 2011-02-24 02:15   좋아요 0 | URL
너무, 모든 일에 가치 부여를 하는 것도 버거울 거예요.
이제 저는 좀...무의미, 무가치, 보람없음, 적당한 뒷담화를 하며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주의예요.

그래도 몸 축나지 않게 맛난 것도 드셔가면서 다이어트 하세요~
참,참,참...저의 경우는 속이 조금만 허해도 우울해지던데,ㅋ~.

비로그인 2011-02-23 18:58   좋아요 0 | URL
한 번도 개를 키워본 적이 없는데... 사실은 저런 개가 나를 키우고 있었을 수도 있겠군요. 음... 개를 잘 달래는 요령을 키워야겠네요. 잘 봤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2-24 02:19   좋아요 0 | URL
인터넷이 엄청 발달했잖아요.
웹상에서 개를 키우는 프로그램도 한창 인기있었고,
지금은 '말과 나의 이야기'인가(?)...하는 게임이 있는데요.
말과 함께 달리고, 말을 키우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교배도 하는데...
실제보다 더 리얼하더라구요~^^

말을 한번 키워 보시는 건 어떨까요?^^

cyrus 2011-02-23 19:21   좋아요 0 | URL
우울증 관련 그림책치고는 일러스트가 재미있어요. OTL 일러스트를 보니
예전에 유행했던 걸인과 그 옆에 있는 걸인 행세하는 개 사진이 생각나네요.^^

양철나무꾼 2011-02-24 02:21   좋아요 0 | URL
저도 저 OTL그림이 가장 몰입도가 높았어요~
그림에 일가견이 있으신 cyrus님이 보시기에도, 그림이 참 예쁘죠?

마녀고양이 2011-02-24 00:21   좋아요 0 | URL
그림책 색상이 조금만 더 환하면 무지 이뻐해 줄텐데.. ^^

하지만 나무꾼님 말씀대로, 우울증이란 놈과 블랙독이란 놈이 잘 매칭되네요.
앞으로 우울증 하면 시커먼 개가 떠오를거 같아요,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눈.
그래두 마지막에 아저씨의 니트 색상이 조금만 더 화사해서..
진짜 우울증 잡았구나 싶었으면 좋겠당... 아하하.

그런데 혹시 나무꾼님 우울해요?
곧 하던거 끝나죠? 우리 잼난거 하자.............. 시간 나게 되면.

양철나무꾼 2011-02-24 02:25   좋아요 0 | URL
실제 그림책은 색깔 참 이뻐요.
사진 못 찍는 내가 똑딱이 카메라로 찍어서 엉망이지만~

우울하진 않고, 숙제했어요.

봄이네요.
발바닥이랑 가슴 한켠이랑 간지러운 것이...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어요~^^

차좋아 2011-02-24 12:13   좋아요 0 | URL
아... 저 반한 거 같아요. 저 이 책 좋아요.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사실은 리뷰가 좋아요. 책은 아직 안 봤으니까요 ㅎㅎㅎ 책도 좋을 거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1-02-28 01:17   좋아요 0 | URL
책은 그림이랑 색깔이 더 선명하고 예뻐요~
저, 실은 이 책 읽거 리뷰 쓸 당시만 해도, 그렇게까지 했었는데요.
요 며칠 효과 톡톡히 봤어요~^^

다락방 2011-02-24 15:43   좋아요 0 | URL
저 완전 부랴부랴 이 책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땡스투는 양철나무꾼님의 몫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2-28 01:19   좋아요 0 | URL
전 참 좋았어요.
님도 좋으셨으면 좋겠어요~^^

모름지기 2011-02-26 00:08   좋아요 0 | URL
아직은 전문가의 도움까지 필요치 않다고 생각은 들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뭐? 이 책이네요.하하
땡쓰투..추가요.^^

양철나무꾼 2011-02-28 01:20   좋아요 0 | URL
이 책 뒤에 보면 우울증 테스트 하는 법이 나오는데, 참고가 되실 듯~^^

햇빛눈물 2011-02-28 03:48   좋아요 0 | URL
저도 우울증은 아니지만 가끔 센티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에 알코올이 들어가면 더 심해지죠. 왠지 하늘만 보게 되고. '블랙독' 이쁘네요. 이해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기만의 '블랙독'이 있을 것 같네요. 좋은 책일 것 같습니다.
땡쓰투~~~ 저도 추가합니다!!

양철나무꾼 2011-03-01 02:23   좋아요 0 | URL
전 술이 들어가면 '배시시~' 웃는 과예요.^^

어제, 오늘은 잔뜩 흐려서 말이죠.
하늘 보면서 분위기 제대로 잡으셨겠는 걸요~

저절로 2011-03-03 13:27   좋아요 0 | URL
저를 키우세요. 그리고 길들여보세요.(자, 에파타 가서 물어와!)

양철나무꾼 2011-03-04 00:40   좋아요 0 | URL
제가 뭐 키우는 거 메롱이라니까요.
님이 절 키우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