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버리기 좋아하는 나는

오래 된 물건을 잘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이 구두들은 낡고 오래 된 구두는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 신은 흔적이 있는 데도

이렇게 벽에 걸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끌기도 하고 장식의 역할을 하기도 하니

정년퇴임을 마친 어르신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은 격이다.

치매에 걸린 당신 어머니의 똥을 보면서 '똥꽃'이라는 시를 써낸 착한 아들처럼

새로운 어떤 가치를 부여해준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잘만 되면 앞으로 내 동화의 소재가 되어 다시 한 번 태어날 수도 있을 테니

구두야..넌 참 복 받았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책도둑 1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굉장히 겁이 많고 소심했던 어릴 적의 나는 우연찮게 본 기사

- 유명 영화배우 00씨가 생리 기간 중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걸렸다 -때문에 한동안 마음이 휘둘려

물건이 많은 곳에 가면 괜히 의심을 살까 걱정이 되어 주머니에서 아예 손을 빼지 않을 때도 있었고

무슨 합창단원처럼 얌전히 앞으로 모으고 걸어다니기도 했으니 누가 보면 더 의심스러워 보였을 것 같다.

도덕적인 관점에서 도둑질은 참 나쁜 일이지만 왠일인지 리젤의 책 도둑질은 루디가 얘기하듯

도둑질이 아닌 듯한 생각이 드는 건 서점에 가서 그 많은 책들을 보며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기 때문일 게다.

열 권의 책이 리젤에게 생기는 과정을 '죽음'이 중계를 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 독특한 냄새를 풍기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암울하기만 한 것도 아니어서 읽을 맛이 난다.

처음에는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독일어(대부분은 욕을 뜻하는 말들)가 상당히 눈에 거슬려서

왜 이렇게 쓸데없이 그대로 옮겨놓았을까, 그 말들이 주는 어감을 주고 싶은 욕심이 너무 과한 거 아닐까

그렇다면 원서로 읽지 뭐하러 번역서를 읽는단 말이냐..혼자 주절주절 떠들고 있었지만

두 권을 다 끝내고 책장을 덮을 땐 나도 모르게 로자처럼, 리젤처럼 자우멘슈..이렇게 중얼거리게 되었다.

한스의 친분으로 숨겨주게 된 유대인 막스가 리젤에게 선물한 짧은 이야기는 또하나의 훌륭한 책이다.

히틀러가 등장하는 암울한 시기지만 책도둑 리젤을 통해 말이 갖는 힘을 느끼게 해주었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서 훈훈했다.

누군가 리젤처럼 내 방에 들어가 책을 한 권 훔쳐가고 싶어한다면 나도 시장부인이 그랬듯이

책 한 권을 삐죽이 세워놓아 눈에 뜨이게 하리라..바로 이 '책도둑'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린 사랑을 나누지~

박진영의 야한 가사와 비닐 바지 덕분에 엘리베이터를 타면 괜히 혼자 웃음을 짓기도 했는데

오늘은 아주 특별한 엘리베이터를 탔다.

뭐, 처음 타본 건 아니지만 탈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공간이 되어버렸다고나 할까?

'세계미스테리유물전'을 보러 갈 때 처음 가봤지만 신도림에 있는 테크노 뭐라나 하는 그 공간에 있는 건데,

온통 유리로 되어 있어 지탱하는 여러 개의 줄들이 움직이는 것과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보인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10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아찔한 공포 때문에 잠시지만 눈을 감아야 했다.

이렇게 무서워서 벌벌 떠는 주제에 왜 나는 번지점프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죽기 전에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인 번지점프는,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텔레비전으로 볼 때는

그 위에서 주저앉고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발판 위에 선 것도 아니고

그저 밖이 훤히 보이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것 만으로도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니

지금 이 상태로라면 내게 번지점프는 영원히 해보지 못할 한 가지 일이 되어버릴 것 같다.

고소공포증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어슬렁대기 딱 좋은 공간이 서점이다.

한 시간 가량 시간이 비어 있을 경우 자주 가게 되는데 지역별로 차이는 있으나 부천의 경우,

영글북스 같은 곳은 L 자 창가에 죽 돌며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교보문고 같은 경우는 어린이 코너에 쭈그리고 앉을 공간이 조금 있고,

조금만 보고 빨리 사가라는 듯 허리 아파서 오래 앉을 수 없는 등받이 없는 의자가 몇 줄 있다.

경인문고 송내점도 역시 마찬가지로 등받이 없는 의자 몇 개로 구색을 갖추고는 그옆에 유혹하듯

편안한 의자와 커피 향이 자극하는 조그만 커피숍이 있을 뿐이다.

뭐, 장소가 좁으면 그럴 수도 있다 치자.

책이야 사서 보는 걸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나에겐 그다지 문제거리도 되지 않는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가서 다시 깨달았는데, 그래도 부천에서 제일 큰 서점 축에 속하는 교보문고에서 일어났다.

입구를 들어서면 신간코너가 보이니까 동선 대로 국내, 국외 소설과 비소설류를 지나 요리나 여행 코너를 지나

어린이 코너에 들어섰을 때 베스트 셀러만 가판대에 한가롭게 누워있을 뿐 어디에도 신간 코너는 없었다.

그렇가도 어린이 책이 무지하게 많은 것도 아니어서 서가 몇 개만 지나면 끝인데 담당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신간 코너를 둘 공간이 마땅하지도 않고 찾는 사람도 없어서 없앴다는 답변이다.

나참..그 너머로 점점 어린이코너를 잠식하고 있는 팬시점과 홍수가 난 듯 넘쳐나는 온갖 초중고생 문제집들은

종류별로 구색을 다 갖추고 있으면서 어린이 책은 달랑 책꽂이 몇 개로 끝내다니 너무한 거 아니냐.

좋은 책을 아이들부터 읽혀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거늘, 이러니 아이들이 서점에 와서 보는 거라곤 만화책 뿐이지..

쯧..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명색이 서점인데. 서점 노릇을 제대로 좀 하시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미래를 바꾼 선택 - 어린이문학상 수상작 시리즈 2
에마뉘엘 드 생 샤마.브누아 드 생 샤마 지음, 에렉 퓌바레 그림, 김영신 옮김 / 큰북작은북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을 가다가 동전 한 개를 발견하고 그걸 줍는 사이라든가,

버스에 앉았다가 할머니 한 분에게 자리를 양보한 일이라든가,

길가에 피어 있는 장미꽃 한 송이를 꺾는다든가,

그날 따라 운동화를 신고 거리를 나선 일이라든가,

머리가 뻗친 걸 감추려고 모자를 쓰고 나온 날이라든가,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이미 내 미래를 조금씩조금씩 바꿔 놓았을 게 틀림 없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내 인생이 훤히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내가 인식하지 못할 뿐.

어떤 작은 것 하나가 인생을 통째로 바꾼 일을 본다는 것은

그래서 사실 더욱 실감나게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도 그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딸'에 이어 '천사의 보고서'에서 '행복한 왕자'의 흔적을 본다는 것도 즐겁거니와

여기 나오는 여섯 편의 이야기는 모두 아주 독특하고 재미있는 데다 ,

나중에 등장인물들이 모두 한 군데에서 부딪친다는 사실이 또 다른 재미를 더해준다.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라. 그럼, 내 미래는 또 바뀔 것이니..

*초등학교 5학년부터 적당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