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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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사랑이라는 건 과연 무엇을 이르는 말일까?

평범한 수학교사인 이시가미가 지켜내려고 한 건 정말 야스코와 그의 딸 미사토일까?

차라리 목숨을 바치는 일은 한 순간에 끝나버리는 일이므로 가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내어주는 일을, 사랑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감행할 수 있다는 말이지?

다 읽고나서도 이런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추리소설이 그렇지만 참 빠르게 읽히는 책이고 앞뒤 톱니바퀴가 철컥철컥 잘 물려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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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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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잿빛이다. 재가 폴폴 날리는 거리, 어둠을 밀어올리며 일어나야 하는 아침.

먹을 것도, 쉴 곳도, 제대로 된 사람조차 찾기 힘든 길 위에 한 남자와 소년이 서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름도 갖지 못한 '남자'와 '소년'은 살아 남아 있다는 게 지겹다.

강물도 까맣고 대지도 까맣고 나무는 다 타고 사람들은 죽고

망가지고 파괴되어 생명을 가진 거라곤 아무 것도 없는 지구.

마지막 생존자들 중에는 인육을 먹는 무리도 있다.

스스로 불을 운반한다고 믿는 것만이 희망인 아들과 아버지.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가 샘과 함께 모르도르를 지날 무렵 맡았던 매캐한 냄새와

점점 무거워지는 반지의 무게에 눌리는 가엾은 프로도의 헐떡거림과

간신히 힘을 짜내 기어가듯 나아가야 하는 그 길의 아픔이 다시 생각났다.

이 부분은 로드와 닮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는 냉정하게 내려다보기만 하고 도움의 손길이라고는

어쩌다 한 번씩 먹을 걸 찾아내게 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리고 마침내 자유를 찾은 아버지와 또다른 세계로 편입하게 된 아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건

더이상 아픔을 함께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소년이 운반한 불은 끝까지 잃지 않은 인간성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멸망한 지구가 소생할 수 있는 희망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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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어둠 - 우울증에 대한 회고
윌리엄 스타이런 지음, 임옥희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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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가을병으로 불리우는 우울증을,

아이를 낳고는 산후 우울증으로 시달렸던 내가 다시는 알고 싶지도 않고 겪고 싶지도 않은

우울증에 대한 회고라는 이 책에 관심을 가진 단 한 가지 이유는 책 제목 때문이었다.

<보이는 어둠>이라니. 어둠이 어떻게 보일 수 있다는 거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우울증을 알고 나면 그걸 이길 수 있단 얘길까?

작가는 자신이 겪었던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담담하게, 남의 일을 지켜 본 사람처럼

냉철하고 정확하게 말해주는데 보는 동안 그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마음이 아플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어느 문학작품도 그 우울증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했노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내가 겪은 우울증은 아주 경미했으며 그게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친구와 가족, 의사와 약물, 병원 중 어떤 것들이 치료약이 될 지는 모른다.

작가는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하지 말라고 권하면서 그들의 행동이 왜 그런 지 이해해줄 것도 요청한다.

모두 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있을 때 우울증 치료도 빨라질 것이므로.

앞으로 내게 우울증이 또다시 찾아오거나 누군가 우울증으로 괴로워한다면

예전보다는 훨씬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내게도 어둠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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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 아래서 거울을 꺼내 들고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본다.

각도를 이리 틀고 저리 틀어봐도 입 안은 제대로 뵈질 않지만

그래도 목젖이 흔들리는 오른쪽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또, 부었다.

편도선이 너무 자주 부어 어릴 때부터 수술하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칼 대는 게 별로 좋지 않을 거라는 주위의 만류로 인하여 아프면 아픈 대로 그럭저럭 참으며 살아왔고

그러다가 그게 큰 탈이 되었던 건 12년 전쯤. 감기 기운만 있으면 바로 부어버리는 편도선 때문에

겨울이면 매일 약을 대고 살아야 했지만 그땐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던 시기였고

아직 진단이 내려지지 않아 약을 먹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만 하다가

결국은 물 한 방울도 못 삼키게 되어서야 울며 불며 병원에 실려갔다.

당직 의사가 커다란 주사기로 가득 고름을 뽑아내고 미련하게 왜 참느냐고 했을 때

아이만 낳으면 당장 수술하리라 마음 먹었건만, 아직까지도 이러고 있다.

제발 오늘 먹는 이 약으로 얌전하게 가라앉아주길..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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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생님 폐하 난 책읽기가 좋아
수지 모건스턴 글, 카트린 르베이롤 그림, 이은민 옮김 / 비룡소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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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사 초등학교에서 40년동안 1238명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드디어 정년퇴직을 눈앞에 둔 스틸리아노 선생님은 기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해준 정년퇴임 파티였지만 그들이 돌아가고 난 뒤

정년은 후퇴이니 결코 교실을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아예 교실에 들어앉는다.

난감해진 교장선생님은 협박도 해보고 회유도 해보지만 스틸리아노 선생님은 꿈쩍도 안 하는데

이때 선생님 편을 자처하며 교실로 온 나디아의 엄마가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른다는 걸 알게 되자

프랑스로 이민을 온 외국인 엄마들을 상대로 다시 가르치기 시작한다.

방학이 끝나갈 즈음 교장선생님은 방과 후에 어른들을 위한 반을 만들어 주기로 약속을 하고

스틸리아노 선생님은 새롭게 시작된 또다른 생활에 만족하게 된다.

자기 앞에 주어진 것을 헤쳐나가려는 노력 없이 교사라는 직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에 도전할 줄 모른다고

꼬집어줄 수도 있겠지만 평생을 가르치는 일에 만족을 느끼고 작은 교실이 온 세상의 전부였기에

새로운 형태로 가르치는 일을 다시 하게 된 것이니 그것 또한 삶을 대하는 성실한 자세라고 부를 수 있겠다.

낯선 삶이 두려워서라기보다는 가르치는 일에 열정을 이만큼 갖고 있는 선생님들이 많다면

우리 아이들도 기꺼이 신하가 되어주지 않을까?

*책을 잘 읽는 2학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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