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창비아동문고 219
유은실 지음, 권사우 그림 / 창비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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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나도 참 좋아하는 작가이다.

사실 그래서 처음에 나왔을 때  바로 보지 않고 이렇게 뜸을 들였다가

(그도 그럴 것이 제목이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이지 않은가.

'나의'라는 소유격이 마음에 안 들었던 까닭이다.)

유은실이라는 작가의 <만국기 소년>을 보고 반해서 다시 볼 생각을 이제야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4학년이 되는 비읍이가 하는 말이나 생각이라고 보기엔

너무 어른스러운 구석이 많아서 살짝 걸리긴 하지만 그것만 빼놓고 본다면

린드그렌 선생님 작품에 빠지게 되면서 교차되는 엄마와의 갈등과 친구 지혜와의 갈등,

매듭을 풀어주고 상담 역을 맡아주는 그러게 언니와 벌어지는 일들이 흥미진진하다.

감수성 예민한 여자 아이들이라면 두 손 들어 환영할 만한 글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린드그렌 선생님이 쓰신 책을 단 한 권이라도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이라도

알고 있을 경우에 감동이 배가 될 것은 틀림 없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나도 헌책방에 달려가 책을 뒤져보는 일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솔직히 자신 없어서 그냥 작가가 가지고 있는 목록 중에 나에게 없는 책들을 찾아

장바구니에 넣어두는 일만 해두었을 뿐이지만 왠지 마음이 들뜬다.

오늘 밤 나도 인자한 린드그렌 선생님을 만나뵙는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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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책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존 코널리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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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린 것은 소중했을(기억나지 않으니 평가하기 어렵지만) 추억 혹은 기억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겠는데

잃어버린 것이라!

내가 잃어버린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려나?

연필, 지우개, 10원짜리 동전, 우산, 지갑, 손수건, 종이쪽지, 스티커, 작은 수첩들.

생각해보면 그닥 중요하지 않은 물건들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과연 이 자잘한 것들을 뭉쳐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마지막 장인 606쪽을 덮으면서 내가 잃어버린 것들도 여기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때는 어찌나 이야기에 잘 빠졌는지

하루종일 책만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를 곧잘 꿈꾸곤 했다. 그때 읽었던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빨간 모자> <그리스로마신화><골디락스>

<생명의 물> <미녀와 야수><룸펠스틸트스킨><거위 소녀><헨젤과 그레텔><세 명의 군의관>

등의 이야기들이 모두 망라되어 나타나는데

이야기는 원형 그대로가 아니라 (하긴 내가 읽은 이야기도 원형 그대로는 아니지만)

주인공인 데이빗의 마음 변화에 따라 조금씩, 혹은 끔찍하게 변형된다.

데이빗은 병으로 엄마를 잃은 뒤 새엄마를 맞이한 아빠를 이해하지 못하고

새로 태어난 동생 조지에게 알 수 없는 적의를 느끼다가 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데

거기서 만난 이들이 책 속 인물들이며,

그들은 데이빗을 죽이려들기도 하고 도움의 손길을 뻗기도 한다.

 

결국 죽을 고비를 몇 차례씩 넘기면서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하고

동생 조지를 사랑하는 마음을 되찾게 되면서 현실로 돌아온다.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데이빗에게 처음 그 세계에서 만났던 '숲사람'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젠가는 이곳으로 돌아온단다"

꿈인지 실제인지 모호한 상태에서 이야기는 끝나지만 데이빗이 죽으면서

그 세계로 다시 돌아갔을 때 거기에선 사랑하는 이들과 만나게 된다.

죽음이 순수함을 되돌려준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될까?

이 책은 우리가 읽는 책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잃어버린 것들도 결국 유물적으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책을 읽은 기억 하나, 그때의 감정 하나, 그때의 상상력 하나 ..

이런 식으로 연결되어 기억 속에 잠자고 있던 (혹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그런 것들의 집합체는 아니었을까? 

 

그 많은 이야기를 적절히 배치하면서 하나도 유치하거나 어색하지 않게

장대한 판타지를 그려나간 작가 덕분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삽입된 이야기를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참 친절하게도 뒷부분에는 부록을 실어서

장면 장면이 어떤 이야기를 모티브로 가져왔는지, 원형의 이야기는 어떤 것인지까지

알려준다. 이것만 놓고 보면 논문 한 편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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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 문학동네 청소년 1
김진경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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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시켜서 구호를 외치듯 하는 소리가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가 

감동에 겨워 아름다운 나라라고 외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결코 아름답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처럼 이 책 제목도 역설적이다.

 

수천 년간 내려온 마법에 내가 연구한 것을 보태 대마법전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양들이 먹어 치웠지 뭡니까?

그러니 대마법전의 내용은 이 양들의 몸 속에 기록되어 있을 겁니다.

이 양들의 가죽을 벗기면 안쪽에 글자들이 적혀 있을 것이니 그걸 가지고 공부하십시오.

..(중략)

우리나라 교육은 이 이야기의 마법사에 해당합니까, 양에 해당합니까?

..(중략)

네 그렇죠. 예전에 우리 교육은 새로운 지식이란 선진국에서 생산되는 것이고,

우리는 그걸 빨리빨리 받아들여 암기하면 된다는 전제 아래 이루어졌죠.

그런데 문제는 세상이 변한 지금에도 우리 교육이 여전히

대마법전을 씹어 먹는 양에 머물러 있다는 겁니다.

이제 세상이 많이 변해서 가치 있는 새로운 지식을 얼마나 창조해 내는가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말하자면 새로운 마법을 창안해 내는 마법사가 필요한 시대죠.

그런데 우리 교육은 여전히 아이들을 마법사로 키우지 못하고 대마법전을 우물우물 씹어 먹는 양으로 기르고 있어요.  

그래 가지고는 껍질이 벗겨져 양피지로 쓰일 일밖에 더 있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작가는 '지하통신'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속시원히 내뱉는다. 

(거울이 제 모습을 제대로 반영한다는 전제 하에) 거울을 들이대며 보라한다.

다른 건 발 빠르게 잘도 쫓아가면서 왜 유독 교육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획일적인 인형을 찍어내는 공장처럼

일본의 방식을 답습하던 초기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시계모자를 씌우고 조작된 뉴스를 발표하고 심지어 잘난' 대국'에 맞춰

표준시까지 바꿔버리는 나라.

이 아름다운 나라는 닮아도 너무 닮았다. 섬뜩할 정도다.

 

제논의 역설 '나는 화살은 멈추어 있다'는,

흐르는 강물은 나눌 수 없듯이 흐르는 시간은 결코 나눌 수 없으니

시간을 나눌 수 있다고 본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려주면서

도덕 선생님은 교단을 떠나지만 그걸 계기로 아이들은 올바른 것을 향해 나아간다.

통제를 하면 통치하는 것은 쉽겠지만 그것이 완벽한 통제로 영원토록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많은 역사가 되풀이하면서 반복학습을 시켜주고 있지만

주입식 교육의 혜택을 받아 온 이들도 막상 자기 차례가 되면 유독 그것만 잊는 모양이다.

 

보는 내내 우리 모습이 겹쳐져서 답답하고 짜증하는 책읽기였지만 

그래도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다. 특히 어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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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행진 - 야누시 코르차크 양철북 인물 이야기 1
강무홍 지음, 최혜영 그림 / 양철북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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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북이 새롭게 인물 이야기를 내는 모양이다.

그 첫 번째가 바로 폴란드인으로 '고아들의 아버지이자 어린이 인권의주창자'라고

추앙받는 야누슈 코르착이다.

성공한 의사가 되었지만 가난하고 헐벗고 버려진 아이들을 끝내 모른 척하지 않고

그들을 돌보는 길로 들어서서 죽을 때까지 함께 한 훌륭한 인물이다.

고아원을 경영하면서 아이들에게 참다운 삶이란 무엇인지, 존중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아이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하지만 폴란드를 점령한 독일군에 의해 게토로 내몰리게 되고

1942년 독일이 게토에서조차 내몬 그들이 갈 곳은 오직 한 군데, 가스실 뿐이었다.

침착하게 소풍하듯 걸어서 죽음의 길을 간 아이들과 코르착의 이야기는

보는 내내 가슴을 저몄다.

그가 훌륭한 인물임을 알아본 사령관의 제지가 있었지만 그는 묵묵히 아이들과 함께

가스실로 들어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처음에 아이들과 한 약속, 너희들을 버리지 않겠다는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림동화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저학년보다는 중학년 정도가 알맞을 것 같다.

당시 역사를 알아보면서 읽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는데

뒷부분에는 사진 자료가 함께 실려 있어서 당시 상황을 추측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인물 이야기를 그림동화로 모두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궁금한 사람은 조금 더 자료를 찾아보려는 노력을 할 테니

이런 사람들이 있다.라는 것만 알려주는 걸로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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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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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아 기르면서도 나는 '엄마'라는 말을 할 줄만 알았지 듣는 법은 모르면서 산 것 같다.

내게는 엄마가 필요하면서도 아이에게 엄마 노릇을 하려고 들지 않았다는 말이면 설명이 될까?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으로 산 13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엄마를 서울역에서 잃어버리고 찾아다니면서 그들이 엄마의 삶을 다시

'박소녀' 개인의 삶으로 생각하게 되는 걸 보면서 나도 내 엄마를 생각했다.

겨울이 되자 엄마는 코트를 새로 사고 싶다 하셨다.

길이가 길어 치렁치렁한 느낌이 나는 것들만 고르는 엄마에게

"엄마는 키가 작고 통통해서 이런 건 안 어울려" 퉁박을 주었다.

다른 해에도 풍경은 비슷했으나 결국은 그러냐고 하면서 우리가 골라주는 옷을 집어들었을 엄마가

이번에는 완강하게 버티셨고 마음에 든 것을 사셨다.

아버지 앞에서 예쁘냐고 입어보이시던 엄마를 보면서 생각한 건

엄마도 엄마의 삶이 따로 있다는 아주 간단한 진리였다.

 

시점이 모호하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다 읽어갈 즈음에야 화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고

마루야마 겐지의 <물의 가족>이 떠올랐다.

신경숙의 글은 늘 어둡지만 강했는데 이번 작품은 거기에다 애잔함과 부드러움이 겹쳐 있었다.

<외딴방>때문에 그가 쓴 글들은 항상 자기 이야기일 거라는 오해를 가지고 읽었는데

오랜만에 자신에서 벗어난 (물론 <리진>도 그랬지만) 데다가 잘 익은 김장김치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릴 땐 모든 걸 다 의지하다가 이제 좀 컸다고 잔소리 하는 엄마가 귀찮아진 내 나이가 부끄러웠다.

될 수 있으면 멀리 떠나가 해방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도 부끄러워졌다.

돌아오는 주말엔 못난 딸 생일이라고 챙겨주실 텐데 가슴 속에 있던 한 마디 말을 하고 와야겠다.

"엄마,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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