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 문학동네 청소년 1
김진경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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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시켜서 구호를 외치듯 하는 소리가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가 

감동에 겨워 아름다운 나라라고 외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결코 아름답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처럼 이 책 제목도 역설적이다.

 

수천 년간 내려온 마법에 내가 연구한 것을 보태 대마법전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양들이 먹어 치웠지 뭡니까?

그러니 대마법전의 내용은 이 양들의 몸 속에 기록되어 있을 겁니다.

이 양들의 가죽을 벗기면 안쪽에 글자들이 적혀 있을 것이니 그걸 가지고 공부하십시오.

..(중략)

우리나라 교육은 이 이야기의 마법사에 해당합니까, 양에 해당합니까?

..(중략)

네 그렇죠. 예전에 우리 교육은 새로운 지식이란 선진국에서 생산되는 것이고,

우리는 그걸 빨리빨리 받아들여 암기하면 된다는 전제 아래 이루어졌죠.

그런데 문제는 세상이 변한 지금에도 우리 교육이 여전히

대마법전을 씹어 먹는 양에 머물러 있다는 겁니다.

이제 세상이 많이 변해서 가치 있는 새로운 지식을 얼마나 창조해 내는가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말하자면 새로운 마법을 창안해 내는 마법사가 필요한 시대죠.

그런데 우리 교육은 여전히 아이들을 마법사로 키우지 못하고 대마법전을 우물우물 씹어 먹는 양으로 기르고 있어요.  

그래 가지고는 껍질이 벗겨져 양피지로 쓰일 일밖에 더 있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작가는 '지하통신'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속시원히 내뱉는다. 

(거울이 제 모습을 제대로 반영한다는 전제 하에) 거울을 들이대며 보라한다.

다른 건 발 빠르게 잘도 쫓아가면서 왜 유독 교육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획일적인 인형을 찍어내는 공장처럼

일본의 방식을 답습하던 초기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시계모자를 씌우고 조작된 뉴스를 발표하고 심지어 잘난' 대국'에 맞춰

표준시까지 바꿔버리는 나라.

이 아름다운 나라는 닮아도 너무 닮았다. 섬뜩할 정도다.

 

제논의 역설 '나는 화살은 멈추어 있다'는,

흐르는 강물은 나눌 수 없듯이 흐르는 시간은 결코 나눌 수 없으니

시간을 나눌 수 있다고 본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려주면서

도덕 선생님은 교단을 떠나지만 그걸 계기로 아이들은 올바른 것을 향해 나아간다.

통제를 하면 통치하는 것은 쉽겠지만 그것이 완벽한 통제로 영원토록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많은 역사가 되풀이하면서 반복학습을 시켜주고 있지만

주입식 교육의 혜택을 받아 온 이들도 막상 자기 차례가 되면 유독 그것만 잊는 모양이다.

 

보는 내내 우리 모습이 겹쳐져서 답답하고 짜증하는 책읽기였지만 

그래도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다. 특히 어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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