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나도 참 좋아하는 작가이다. 사실 그래서 처음에 나왔을 때 바로 보지 않고 이렇게 뜸을 들였다가 (그도 그럴 것이 제목이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이지 않은가. '나의'라는 소유격이 마음에 안 들었던 까닭이다.) 유은실이라는 작가의 <만국기 소년>을 보고 반해서 다시 볼 생각을 이제야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4학년이 되는 비읍이가 하는 말이나 생각이라고 보기엔 너무 어른스러운 구석이 많아서 살짝 걸리긴 하지만 그것만 빼놓고 본다면 린드그렌 선생님 작품에 빠지게 되면서 교차되는 엄마와의 갈등과 친구 지혜와의 갈등, 매듭을 풀어주고 상담 역을 맡아주는 그러게 언니와 벌어지는 일들이 흥미진진하다. 감수성 예민한 여자 아이들이라면 두 손 들어 환영할 만한 글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린드그렌 선생님이 쓰신 책을 단 한 권이라도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이라도 알고 있을 경우에 감동이 배가 될 것은 틀림 없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나도 헌책방에 달려가 책을 뒤져보는 일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솔직히 자신 없어서 그냥 작가가 가지고 있는 목록 중에 나에게 없는 책들을 찾아 장바구니에 넣어두는 일만 해두었을 뿐이지만 왠지 마음이 들뜬다. 오늘 밤 나도 인자한 린드그렌 선생님을 만나뵙는 꿈을 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