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노트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5
로제 마르탱 뒤 가르 지음, 이충훈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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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를 때 나는 딴 짓을 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시를 제외하곤 축약을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내가

원작 그대로가 아니라 조금씩 줄이고 편집한 이 책을 왜 골랐던고.

 

첫장을 넘기면 나타나는 기획위원의 말을 읽으면서

내 실망감은 깊이 모를 구덩이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제 아무리 훌륭한 고전이라고 해도 독자가 읽고 소화할 수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나치게 방대한 분량과 길고 어려운 문장은

책을 읽으려는 청소년들의 의지를 꺾을 뿐 아니라 좌절감마저 불러일으킨다.

....발표될 당시의 원문을 그대로 옮겨 오는 대신,

작품이 본디 지닌 맛과 재미를 고스란히 살리면서

우리 청소년들이 읽고 소화하기 쉽게 분량을 조절하고 글을 다듬었다.

 

오 마이 갓!

이게 무슨 이론서도 아닌데 지나치게 어려울 일은 또 무엇이란 말이냐.

단언컨대, 읽을 때가 안 된 글들을 읽으려면 당연히 어렵지.

고전을 읽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이거야 말로

독서퀴즈를 위해 핵심 내용만 추려놓은 가짜 책을 읽는 거와 뭐가 다르지?

지금은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청소년소설류도 넘쳐나는 판국이다.

고전은 그 다음에 읽으면 된다. 조금씩 천천히.

여기까지가 책을 읽기 전에 생각한 것들이다.

 

책이야 술술 읽히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자크와 다니엘의 우정이라는 것도, 회색노트에 담긴 그들의 교환일기가 지니는 뜻도,

가출하고 난 뒤 여정도.

울리는 감동 없이 그저 이야기만 따라간 눈이 허무했다.

뒤에는 잔뜩 이것저것 붙여놓은 해설이 더 화려하다.

원작을 제대로 읽어본다면 느낌이 다를까?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의 마음이 다가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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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형제 동화집 1 그림 형제 동화집 1
그림 형제 지음, 펠릭스 호프만 그림,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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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소장해야한다는 말씀에 공감한다.

3권까지 모두 샀는데 너무 무거워서 들고 다닐 수는 없지만

책꽂이에 꽂아놓으면 근사하다 ^^

워낙 잘 알고 있는 동화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반갑기도 하고

내가 만났던 동화와 조금 다른, 섬뜩하고 거친 느낌이 새롭기도 하다.

원래 동화로 쓰여진 게 아니라 돌아다니던 민담을 수집한 거니까.

101가지 동화가 있으니 하루에 몇 개씩 읽어도 괜찮지만

사실, 붙잡으면 끝까지 읽는 데 별로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는다.

아들은 내가 읽기도 전에 모두 가져가서 다 읽어버렸다.

 

유아들이나 초등학생들도 읽을 수는 있지만

무서운 이야기들이 많으니 가려서 읽게 해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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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자매 1 - 살아 있는 주인공들 그림 자매
마이클 버클리 지음, 노경실 외 옮김 / 현암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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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백설공주, 차밍왕자, 하트의 여왕, 엄마 곰, 미녀와 야수, 하얀 토끼, 모글리..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주인공들일 게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보아왔던 <잭과 콩나무> <백설공주>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정글북>

등등의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다.

이 등장인물들이 지금 내 곁에 불쑥 튀어나온다면 어떨까?

 

그림형제의 <그림동화>는 실제 역사였다는 가정아래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브리나와 다프네의 선조격인 그림 형제와

에버애프터(책속 주인공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이름)들은 공존하고 있었는데

역사가 변하면서 마법이 금지되고 인간과 갈등을 겪게 되자

그들이 살 곳을 찾아 이곳 페리포트 랜딩으로 이주를 하고 그림 형제는 그 일을 돕게 된다.

하지만 인간들마저  그곳으로 이주해오면서 위험을 느끼게 되어

에버에프터들은 인간을 적으로 간주하고 괴롭히기 시작한다.

갈등을 막기 위해 빌헬름 그림은 바바야가라는 마녀를 찾아가

에버애프터들이 페리포트 랜딩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주술을 걸고

그 대가로 빌헬름 그림의 자손들도 페리포트 랜딩을 떠나지 못한다.

그림 가문이 더이상 없을 때 에버애프터들은 자유로워진다.

이게 이야기의 배경이다.

 

사브리나와 다프네는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부모님을 대신하여

자신들의 할머니라고 주장하는 렐다 할머니 집으로 가게 되면서부터

에버애프터들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그림가문을 모두 없애버리고 페리포트 랜딩을 떠나려는 에버애프터들과 싸우면서

페리포트 랜딩을 평화롭게 지키려는 사브리나와 다프네, 그리고 할머니의 이야기가

정말 말 그대로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이 책을 쓰기 위해 많은 동화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연구를 했다는

지은이의 말은 책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등장인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어야 하는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나오는 모든 책을 섭렵한 후에 읽으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읽는 데 지장은 없다.

 

<잃어버린 것들의 책>에서도 책 속 주인공들이 간간이 등장을 하지만

그곳에서는 무시무시하고 악랄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라면

이책은 그림가문을 없애려는 쪽과 공존하려는 쪽이 있어 밝고 어두운 기운이 번갈아 나타난다.

 

*책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아서 4학년부터 읽을 수는 있지만

 대략의 이야기들을 두루 꿴 5학년 이후부터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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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여행 - 별을 따라간 네번째 왕의 전설
에자르트 샤퍼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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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먹을 것을 준다는 유혹에 빠져 교회에 가곤 했다.

여름성경학교나 크리스마스 즈음에 벌어지는 교회축제에 따라 다녔는데

그때 처음 만난 것이 예수이야기였다.

이야기에 잘 빠지는 나로서는 신앙이라기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 속 주인공인 예수를 기억했다.

그러다가 민음사에서 펴낸 어린이세계문학 속에서 성경이야기의 재미로 발전했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처럼 무슨 편, 무슨 구절까지 알 수 없지만

종교가 다른 내가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그 이야기속에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골로 올려지는 이야기 소재,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러 동방박사가 무슨 선물을 가지고 갔노라는.

거기에 네 번째 사절이었던 러시아의 작은 왕을 다룬 이 책은

아주 얇아서 (135쪽)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종이 울리고 난 뒤 긴 여운처럼

묵직한 감동이 가슴 속에 퍼졌다.

착하지만 어리석기도 한 작은 왕은 평생을 위대한 왕을 경배하는 길에 바쳐

처음에 길을 떠났을 때 가졌던 귀한 보석과 모피, 아마포, 꿀을 모두 잃어버리고

마침내는 자기에게 남은 단 한 가지를 경건한 마음으로 바친다.

코엘류의 책 <연금술사>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훨씬 더 단순하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게 매력이다.

 

*저학년은 이야기를 따라 가기는 하겠지만 깊이를 느끼려면 4학년 이상이 되어야 할 듯.

 그렇지만 어른들에게 훨씬 더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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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1
제리 스피넬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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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이해하는 너그러움이 있다면 세상은 살기 좋아질 것이다.

내가 너와 다르고 또 다른 너와도 다르다는 건 분명히 알고 있는데도

우리는 '너'가 나와 같이 행동할 것을 믿고 나와 같지 않음에 화를 내고 짜증을 내기 일쑤다.

다르기 때문에 좋은 것들은 던져버렸다가 필요할 때에만 어디선가 잘도 찾아낸다.

 

징코프는 흔히 말하는 문제아다.

엉뚱한 질문을 해대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숨은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눈치 없고, 공부도 못하고, 악기를 다루는 일이나 운동조차도 못 한다.

쓸데없이 아무 때나 웃어서 수업을 방해하고 위가 아파서 때때로 토하기까지 한다.

그런 징코프에게 애정을 보이는 사람은 부모님 말고는

얄로비치 선생님과 보행보조기에 의지하는 할머니가 유일하다.

탈피를 하듯 성장하면서 징코프는 조금씩 달라져가지만

모두가 찍어 놓은 문제아라는 낙인이 사라지진 않는다.

심지어는 학교 안의 투명인간이 되어버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게 되는데

동네 꼬마인 클로디아가 사라져버린 날 징코프는 같이 주목을 받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시작되는 문제아의 나날이다.

하지만 징코프는 언제나 밝고 명랑하다.

 

알파벳 맨 끝 z로 시작되는 이름. 징코프.

항상 1등만을 바라보는 a가 아니라 거꾸로 z가 소중할 수도 있다는 걸 이름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등수를 매기기 시작하면서 우리들은 아이들의 특성을 많이 잃어버렸고 보려고 하지 않게 되었다.

마치 <까마귀 소년>에서 따돌림을 받던 '땅꼬마'가 까마귀 소리를 내거나

풀이나 곤충, 동물 이름에 훤한 것을 나중에야 발견하는 것처럼

징코프가 가진 '사람에 대한 정'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찾아보면 누구나 한 가지는 좋은 점이 있기 마련이다.

내 옆 짝꿍에게서, 내 아이에게서 그런 것을 발견하라고

징코프는 내 앞에 와서 가슴에 단 별을 가리키며 웃고 있는 것 같다.  

문제아는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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