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마음, 뚝! 스스로 읽는 성장 동화 4
왕루푸 지음, 따웨이 그림, 하루 옮김 / 푸른날개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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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붕 뚫고 하이킥’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특히 ‘빵꾸똥꾸’라는 말은 뉴스를 장식할 정도였으니 2009년 최고 유행어로 꼽아도 될 것 같다.

이 드라마에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빵꾸똥꾸 ’라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해대는 해리가 가장 눈에 띈다.

해리는 예의도 없고 버릇도 없고 뭐든 자기 뜻대로 해야 하고 위아래도 모르고

그야말로 심술이 덕지덕지 붙어서 놀부 곁에 세워두어도 기죽지 않을 것 같은 아이인데

사실 드라마에서 조금 과장되게 그려서 그렇지 우리 곁에도 무수히 많은 해리가 있다.

하나나 둘만 낳는 저조한 출산율에 기대어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너무 오냐오냐 하며

기르다보니 아이들은 남을 배려하는 것은 못 배우고 자신이 최고 라는 의식만 갖고 살아

모두 해리가 된다.

 


심술 고양이도 비슷한데 게으른데다 못된 짓만 일삼아 친구도 없는 처지.

보다 못한 주인은 새 고양이를 데려오고 그 고양이를 내쫓으려던 심술 고양이는

오히려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만다. 배고프고 춥던 차에 아리송 생쥐를 만나

결국 새 주인을 만나서 행복해진다는 간단한 이야기는

선이 굵은 그림을 만나 착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전달된다.

하지만 비슷한 내용, 비슷한 교훈을 담은 책들이 너무 많은 터라

좀 더 다른 걸 기대했던 나는 아쉬웠다.

심술 고양이가 마지막까지 아리송 생쥐를 잡아먹으려고만 했다가

새 집과 새 주인을 찾아 떠나며 갑작스럽게 눈물 글썽거리면서 반성한다는 건 억지스러웠고,

심술 고양이가 떠난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사족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는 교훈에 맞춰 지어낸 느낌이었는데 거기다 이제 막 우리말을

제대로 배워가는 아이들에게

“저 생쥐를 조심해. 케첩으로 너희를 꼬신 다음에 잡아먹으려고 나에게 부탁까지 했다고!”

라는 식의 잘못된 표현을 알려주는 것도 거슬렸다.

‘너희를 꼬신 다음에’ 가 아니라 ‘너희를 꾄 다음에’ 로 써야 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가르친 대로 흡수해버리기 때문에

처음부터 제대로 된 표현을 알려주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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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과 사이먼 베틀북 그림책 90
바바라 매클린톡 지음, 문주선 옮김 / 베틀북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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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정원에서>를 읽으면서 리네아처럼 파리로 날아가

센강변의 해돋이도 보고 싶고, 미술관에 가서 그림도 구경하고,

수련도 그려보고, 리네아가 서 있었던 그 일본식 다리에 나도 서보고 싶었다.

유럽을 여행하고 온녀석이 스위스는 깨끗하고 맑아서 다시 가고 싶지만

파리는 너무 지저분해서 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을 때도 나는 파리에 가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파리를 색다르게 가볼 수 있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아델과 사이먼>

 

아델은 학교 앞에서 동생 사이먼을 기다린다.

사이먼은 오늘 스웨터를 입고 외투를 걸치고 목도리를 두르고, 모자를 쓰고, 장갑을 꼈다.

어깨에 가방을 메고, 가방에는 크레용을, 한 손에는 책을 들고 다른 손에는 고양이 그림을 들었다.

아델은 사이먼에게

"사이먼, 오늘은 제발 아무 것도 잃어버리지 마."

라고 말하지만 소용 없다.

사이먼은 시장 -> 공원-> 자연사박물관 -> 햇빛 따뜻한 거리-> 인형극 구경 -> 관악대 구경->

미술관 -> 빵집 -> 집으로 가는 길에서 한 가지씩 잃어버리고 만다.

섬세한 그림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풍경들, 물건들이 하도 많아

눈으로 주인공을 좇아가는 일은 힘들지만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것처럼 재미있다.

뒷편에는 그림으로 나타낸 곳이 실제로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사이먼이 물건들을 잃어버린 장소를 파리 지도에서 번호를 붙여가며 보여준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파리,

영화나 드라마에서 슬쩍슬쩍 보여주는 파리보다 낯선 풍경이지만

아델과 사이먼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 보면 어느새 파리 시내를 한 바퀴 돈 것 같다.

내용이 너무 단순한 게 흠이긴 하지만 1학년이 보기에 좋다.

그림 속에서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그림들 만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는 독후 활동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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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6
돌프 페르로엔 지음, 이옥용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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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읽었던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는 상당한 충격을 던져준 작품이었다.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7대조 할아버지의 여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어
인종 차별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었는데 거기에 그려진 흑인 학대와
모멸감, 멸시 들이 너무 생생해서 그들과 함께 분노를 삼켜야 했다.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는 아주 가볍게 바닥을 차면서 사뿐사뿐 걸어가는  여자 아이의 모습이 그려지는 책이다.  열네 살 생일이 되면서부터 시작하는 마리아의 일기에서 흑인 노예들은 사람이 아니라 물건 그 자체이다.마리아는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 노예를 부리거나 심술맞게 대하거나,
채찍질을 하고 상처를 입히는 일을 서슴지 않을뿐더러 죄책감을 갖고 있지도 않다. 그게 잘못인 줄 모르는 것이다. 어른들이 하는 대로 흉내를 내고 생각할 줄 모르는, 쩌면 어른들이 키우는 또 다른 노예.
맞거나 학대 받지 않고 반대로 좋은 음식에 좋은 옷, 좋은 대우를 받는 것만
다를 뿐이다. 생각하는 걸 금지당한 사회.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사회.
바꾸어야 할 것을 알면서도 그게 여태까지 우리가 가져 온 풍습이라는 나쁜 포장으로 둘둘 뭉쳐 바꾸지 않으려고 하는 고집.
지금으로 말하자면 결혼식을 할 때 양쪽 집에 보내는 예단이 그렇다.
흑인 노예가 낳은 아이는 그저 노동력을 가져다 줄 물건이니 ‘그것’으로 불릴 뿐이며 나무 궤짝에 넣어져 아무렇게나 방치되어도 당연한 것이고,
우는 소리가 거슬리면 몇 분 간 물속에 넣었다 꺼내면 되고,
노예가 마음에 안 들면 쉽게 팔아버리면 된다.
아버지가 마음에 들어 하는 노예 때문에 속이 뒤틀리면 그녀 얼굴에 하이힐을 박아넣고 낄낄거릴 수 있어야 진정한 백인이고 그들을 다스리는 마님인 것이다.
노예. 누가 그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고 허락해주었던가.
누가 사람을 팔고사도 된다고 허락해주었던가.
힘이 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그들.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서는 노예의 감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그들이 모두 마리아로 발현된다.
그러니 마리아는 굳이 악녀라는 이름으로 덮어씌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어떤 것이 진실이며 참이라고 교육을 받았을 때
그것을 따를 것이냐, 따르지 않을 것이냐를 판단하는 것은 배우는 사람의 몫이다.
당당하게 거부하는 하나의 몸짓이 역사를 바꾸어 놓았으며,
다르게 생각하는 힘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렇게 놓고 볼 때 마리아는 스스로 생각하려 하지 않았으므로 잘못이고
인간에 대한 감정 자체가 메말랐으니 악녀라는 호칭이 지나치지 않다. 

노예를 인간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 그들을 착취했던 그 기간 동안 작가는 ‘누구나 거대한 역사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사실을. 나는 하얀 피부 때문에 피부색이 검은 사람들에게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된다. 맞는 말이다. 나는 노예무역으로 큰 덕을 봐 잘 살게 된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역사란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해야만 한다는 것을, 역사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가르쳐준다’고 한다.
항상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잘못을 시인할 줄 알아야 발전이 있는 거라고.
교육이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만든 책이다.
인종차별을 이토록 가볍게 다루면서 치를 떨게 만드는 책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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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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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은 한 남자의 장례식에서 출발해서 탄생과 삶, 다시 죽음으로 돌아오는 길을 택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게 인생이고 살다가 죽는 과정은 누구나 똑같다는 걸 보여준다.

얼마전 텔레비전에서 10kg짜리 옷을 입고 임산부 체험을 하던 연기자들도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노인이 되었을 때 계단을 오르는 일이나 물건을 드는 일,

간단히 일을 수행하는 데에도 얼마나 힘이 드는가를 알아볼 수 있도록 체험하는 곳이 있다고 했다.

자신들에게도 차비를 낸 만큼 권리가 있다며 버티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나이가 들면 이렇게 모래주머니를 몇 개씩 지고 이고 다니는 것과 비슷한 정도로 힘이 든다고 하니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일쯤은 자신의 노년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의자가 있는 따뜻한 곳이면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바둑을 두고

음식을 나눠 먹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내 노년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을 하니 암울해졌다.

좋은 별장에서 그림이나 그리면서 아주 한가롭게 잘 지내는 듯 보였던 주인공도

자신이 병들어가는 것, 늙는다는 것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외롭고 고독해했는데

그보다 더 평범한 내 노년은 어떻게 다가올 것인지 두려웠다.

그저 책을 볼 수 있도록 눈이 건강하고 남에게 신세지지 않을 만큼 건강하고

누군가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기를 오늘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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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나를 기쁘게 한다.
설경구가 출연했던 <박하사탕> 이후로 한국영화의 매력에 빠진 것이니
한국영화사는 설경구에게 공로상 하나쯤은 줘야 한다.
예고편이 휘황찬란할수록 거기에 넘어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그렇게 다짐을 하건만
이번에도 역시 예고편에서 휙휙 잘도 날아다니는 강동원을 보고 폭 빠져서
<전우치전>을 보자고 극장에 가서 앉았다.
이 영화는 두 번을 봤는데
처음엔 음주관람이라 앉는 즉시 잠에 빠져들어 영화 시작할 때 돌비 스테레오 점검하는 소리만 남았고
두 번째엔 작정을 하고 집중공략을 한 탓에 아주 즐겁게 봤다.
배우들이 날아다니는 것도 어색하지 않고 요괴들의 CG도 나쁘지 않더구만.
단 한 명의 배우 임수정만 빼고는 캐스팅도 괜찮았다.
 
 
 

 
귀여운 초랭이 유해진.
"네 정체를 알려주랴?"
마지막에서 완전히 뒤집어졌다.
 


 
 
오오오~~
샤방샤방한 미소를 아무 때나 남발하는 강동원.
그의 매력이 철철 넘치는 영화다.
역시 살짝 코미디가 가미된 이런 영화가 강동원에게 잘 맞는단 말씀.
 
 

 
완벽 포스 김윤석.
나쁜 놈인데 나쁜 놈 같지 않단 말이지.
완벽한 악역은 존재하지 않는단 말인가?
 
 

 
백윤식 아저씨, 정말 도사 같더라.
맘에 들어요. 짱이에요!
 

 
어설픈 신선들.
다 네놈들 땜에 일어난 일이거늘 왜 그리 대처능력은 모자라는지. 쯧.
그래서 더 재미있긴 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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