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순난앵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13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홍재웅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열린어린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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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으로 잘 알려진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그녀의 작품을 굉장히 좋아하는 지라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2002년에 돌아가신 그분이 새로운 책을 쓸 리가 없다는 걸 잠시 잊고 덥석 장바구니에 집어넣었던 <그리운 순난앵>.

 

 사실 이 작품은 1959년에 쓴 작품이라고 한다. 가난하고 힘겨웠던 1900년대 스웨덴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책인데 솔직히 말하면 내가 그동안 좋아했던 <라스무스와 폰투스>나 <사자왕 형제> <에밀은 사고 뭉치>와는 너무나 달라서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맞는 걸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힘들었던 시절이라도 과거를 회상할 때는 누구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고 눈가는 그 순간을 더듬느라 먼 곳을 헤매는 표정이 되는 것처럼 이 책 역시 작가가 그리는 먼 옛날이야기이다. 소박함과 정겨움은 잔뜩 들어있지만 강렬하고 힘찬 이야기 전개가 사라져서 전체적으로 흐물흐물한 느낌이 들었다.

 

 순난앵이란 스웨덴에 실제로 있는 마을 이름이기도 하지만 ‘순난’은 스웨덴어로 ‘남쪽의’ 혹은 ‘남쪽으로부터 오는’ 또는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앵’은 잔디와 풀이 많이 나 있는 풀밭 혹은 목초지, 초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남쪽의 푸른 초원’이나 ‘따스한 바람이 부는 남쪽 풀밭’ 을 떠올리는 말이라고 한다.

 

 마치 ‘무릉도원’을 연상시키는 ‘순난앵’은 그래서 더 정겹게 느껴지긴 하지만 전설이나 설화와 그다지 다를 것 없는 이야기는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내가 많은 걸 기대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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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7
샤론 크리치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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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디니는 ‘그들 나름대로 괜찮은’ 가족 틈에서 자라고 있었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며 일을 찾아다니는 아빠와 감옥에 들어간 오빠, 결혼도 하지 않고 열여섯 살에 덜컥 임신을 해버린 언니와 함께 떠다니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결국 스위스에서 교장 일을 하게 된 이모, 이모부와 함께 납치되듯 떠나 그곳에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책은 도미니카 산톨리나 도오네가 꾼 꿈과 그레이스 고모와 틸리 고모가 보내오는 엽서들, 그리고 ‘스위스 루가노 지구라는 별의 유럽, 스위스에 있는 티치노 주, 루가노와 몬따뇰라 사이에 있는 비아 포포리노의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디니가 변화하는 과정을 천천히, 아름답게 담아낸다.


스위스 학교의 학생 수는 아주 적었다. 한 반에 15명이 넘지 않았고 10명밖에 안 되는 반도 있었다. (93쪽)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쉬는 시간에 선생님을 찾아갔고 선생님은 그 문제를 설명해 주었다. 가끔 선생님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과목이 있으면 정말 잘하는 상급 학생을 소개시켜 주기도 했다. (94쪽)

주말여행을 가고 도보 여행을 가고 스키에 참여하는 것도 멋진 일이었다. 미술 역사 여행으로 피렌체에 가서 그림과 건축에 대해 배울 수도 있었다. 밀라노에 가서 오페라를 볼 수도 있었다. 우리 반은 다 함께 헤르만 헤세의 시를 읽고 그 시를 썼던 헤르만 헤세의 몬타뇰라 집에 갔다. 또 생 아본디오 교회 공동묘지에 있는 헤르만 헤세의 무덤에도 가 보았다. (95쪽)

여자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 어떤 문화권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어린이 학대의 끔찍한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우리는 배고픔을 함께 느끼기 위해 매주 하루를 단식했고 돈과 통조림 음식과 옷을 자선 단체에 기부했다. (160쪽)


이렇게 부러울 수가 있나! 4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오글오글 모여 있는 우리나라와는 정말 다르다.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학원 가서 물어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시는 선생님도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상급학생이 도와주기까지 한단다. 친절하기도 하시지. 게다가 우리는 미술도 외우고 음악도 외우고 시도 외우고 시의 해설까지 외우지 않았던가? 지금도 쭈욱 되풀이되는 공부의 역사!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지만 부러워해야 발전도 있는 것이다. 교육환경이 너무나 다르니 단순 비교가 어렵겠지만, 디니가 다니던 스위스 학교의 교육방식을 보면서 그저 기계처럼 외우기에 급급한 우리 아이들이 불쌍해졌다. 이런 식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공부도 행복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디니도 매번 상자에 갇히거나 비눗방울 속에 들어가 스스로 가둬버리는 꿈을 꾸었지만 마침내 가족을 모두 끌어올려 배에 태우면서 ‘나는 투명한 눈동자다’를 외치며 한껏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교육의 힘이자 함께 시간을 보낸 친구들의 힘이다.

언어가 달라 고생을 하면서도 친구들을 만나고 집이 너무나 그립지만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으면서 차츰 스위스 생활에 적응하고 마침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설계할 줄 아는 디니가 되어 스위스를 떠나는 뒷모습은 더 이상 쓸쓸하지 않다. 그래서 디니가 창문에 붙여 놓았던 팻말은 드디어 이렇게 바뀐다.


납치됐어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 나를 잊지 마세요!

-> 그라지에(고맙습니다- 이탈리아어)

->  챠오, 스비체라, 벨라 스비체라! (안녕, 스위스여, 내 사랑 스위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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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없는 세상
필립 클로델 지음, 정혜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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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클로델은 <회색 영혼>에서 만나 본 작가였는데 짙은 회색과 우울, 추위 같은 것으로 무장한 듯한 작품이라 읽으면서도, 읽은 뒤에도 거북하고 힘들었다. 그런 그가 <아이들 없는 세상>에서 많이 밝아진 채 돌아와서 참 좋았다. 아무려나, 웃는 게 더 매력적인 건 인간 공통의 일이니까.

 

 그렇지만 이런 느낌도 잠시! 이야기는 모두 짧고 경쾌하게 끝나지만 묻어 놓은 고구마는 끝도 없이 나왔다. 요정 같은 건 믿지 않는 팍팍한 세상에서 살아가기 힘든 요정을 다룬 <요정이라는 힘든 직업>,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집에서까지 존재감이 없는 소년이 결국은 책으로 도피하게 되는 <책 속으로 들어가 버린 소년>, 하루 종일 텔레비전만 보고 텔레비전을 신처럼 모시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메마른 가족을 다룬 <가족이란>은 그냥 웃어넘길 수가 없었다. 입에서 살살 녹는 생선이라 맛있다고 마구 집어 먹다가 가시가 걸린 것처럼 켁켁거리며 숨을 골라야 했다.

 

 그중에서 특히 표제작인 <아이들 없는 세상>은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이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기에 <피리 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겠거니 하고 가볍게 여겼는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틀어버리니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는 아이들이 타의에 의해 사라진 것이지만 <아이들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스스로가 집을 버렸다. 물론 아이들이 사라진 이유는 두 작품 모두 어른들에게 있다. 하나는 어른들끼리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아서, 또 하나는 어른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맨날 싸우기만 하구, 우리 말을 드러주지두 안구, 우린 웃고 시플 때 웃을 수도 없구, 졸리지도 안는데 일찍 침대로 가야 하구, 침대에서는 쪼꼬렛도 몬 먹구, 이빨도 만날 따까야 하구. 이젠 정말 더는 못 참게써서 우린 떠남니다. 잘 이써요.

 

 이런 메모만을 남긴 채 아이들은 미련 없이 떠나버린다. 어른들에게 출입이 금지된 지역인 마데라니 남쪽 크람발라 오아시스로. 어른들에게 출입이 금지된 지역이 있다니! 이거야말로 환상이다. 결국 어른들이 잘못을 뉘우칠 때쯤 돌아와 세상은 축제 분위기가 되고 아이들은 왕처럼 모셔지지만 씁쓸한 한 마디가 남았다.

누구나 어른이 되면 잊어버린다는 것, 참으로 많은 것을, 아니 거의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는 사실. 무엇보다 자신도 어린아이였다는 걸 잊게 된다는 사실.

 

 그래서 어느 날 “아니 세상에, 얘가 대체 어디로 간 거야?” 그렇게 아이들이 사라졌음을 깨닫게 될 거다. 여기서 아이들이라 함은....로 되돌이표처럼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는 구조에 섬뜩해졌다. 점점 작아지는 글씨는 아이러니하게도 훨씬 더 크게 울림을 갖게 했다. 우리가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하는 짓을 떠올리게 했으며 내가 잊어버린 어린 시절을 기억나게 했다.

 

 웃음 뒤에 씁쓸함을 감출 줄 아는 필립 클로델을 보고 있자니 <당나귀는 당나귀답게>의 작가 아지즈 네신이 떠오른다. 물론 그보다는 힘이 조금 딸리긴 하지만 앞으로 필립 클로델의 작품을 주목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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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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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세자의 이름만 듣고도 눈이 붉어지던 심약한 임금은 이제 당신을 대신하여 눈시울을 적시는 늙은 대신들에게 노엽고 의심스러운 시선을 던진다고 했다. 세자가 적의 땅에서 무엇을 하느냐. 그가 누구를 만나느냐, 그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 일일이 말로 되어 나오지 않는 임금의 불안이 오히려 대신들을 두렵게 만든다고 했다. 상의 뜻을 알겠느냐. 세자는 조선의 소식을 가져오는 사신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모르겠구나. 몰라서 송구하다. 그러나 입 밖으로 내서는 안 되는 말들이었다. 세자는 말을 아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항상 남보다 느리게 말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27쪽)
 

 정녕 그러했으리라. 처음에는 적국으로 사랑하는 아들을 보내야만 하는 애끓는 부정(父情)이었던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아들에 대한 부정(不定)으로 변했던 것이다.  적국에 볼모로 잡혀간 세자와 고국에 남아 소식을 기다리는 임금. 세자는 어느덧 아들이 아니라 언제 나의 자리를 치고 올라올지 모르는 경쟁 상대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가여운 임금과 세자.

 

 '백 튜더 퓨처' 처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영화가 심심치 않게 등장을 했지만 그때마다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비록 한 가지 사건은 바꿀 수 있을 지라도 그로 인한 또다른 영향은 피해갈 수 없다는 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소현세자가 살아 효종 (봉림대군)대신 왕위를  이어받았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좀더 개방적인 나라가 되어 발전하는 속도가 빠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소현세자가 돌아와 죽임을 당하고(물론 정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독살설이 유력한 관계로) 세자빈이 사약을 받고 아이들이 귀향을 떠나게 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임금의 나약함과 나라의 힘 없음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양쪽의 눈칫밥을 먹으며 힘겹게 지낸 세월동안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소현세자의 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책은 읽는 내내 힘들었다. 그만큼 생생하게 그려낸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지만 한 가지 고백을 하자면, 내가 생각했던 소현의 이미지와는 너무도 달랐다. 좀더 강직하고 봉림대군처럼 날 선 모습을 기대했기에 심약한 듯, 어찌보면 꽤나 우유부단한 듯 보이는 행동들에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내가 기대했던 모습은 영웅이었음을 안다. 뜻을 펼쳐보지 못하고 죽은 영웅은 왠지 더 안타깝기에 상상속에서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사료를 꼼꼼히 조사하고 비교적 정확히 그려낸 듯한 김인숙의 <소현>은 그래서 더 값지다.  

 

 


말을 아껴야 할 때고, 생각을 해야 할 때고, 누구에게도 의지해서는 안 될 때였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남한산성 - 김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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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칠단의 비밀 동화 보물창고 28
방정환 지음, 양상용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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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탐정동화의 효시라도 봐도 무방할 만한 작품 <칠칠단의 비밀>은

1920년대 쓰여진 작품이지만 지금 읽어도 무척 재미있다.

 

<만년샤쓰>도 그렇지만 이야기 자체에 흡인력이 대단하기도 하고

'그때, 아아, 바로 그때' 라든가 '아아! 기억도 없는 부모의 얼굴을 열여섯, 열네 살에 처음 보는 설움''

같은 부분을 읽을라치면 이야기꾼으로서 이름을 날리던 방정환의 목소리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물론 겹치는 우연들로 인해서 맥빠지는 경우도 있으나 상호가 곡마단에 잡혀있는 동생 순자를 

구하려고 기호와 함께 고군분투하는 동안 이어지는 사건의 아슬아슬함에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 

는  매력이 있다.

 

<칠칠단의 비밀>은 셜록 홈즈 시리즈처럼 세련된 맛은 없으나

투박한 뚝배기에 담긴 담백한 된장찌개 맛이 난다.

조가 마음대로 비벼지지 아니하여 조급하고 초초해진다는 뜻으로

마음을 몹시 졸이거나 조바심 냄을 이르는 말인 '조비비다'

못되게 굴어 남을 괴롭히는 짓을 가리키는 '조련질',

순사들이 일을 보던 막으로 지금의 파출소에 해당하는 말인 '순포막' 처럼

지금은 쓰이지 않는 우리말을 친절하게 밝혀주는 것도 된장찌개를 맛있게 하는 좋은 재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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