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7
샤론 크리치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디니는 ‘그들 나름대로 괜찮은’ 가족 틈에서 자라고 있었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며 일을 찾아다니는 아빠와 감옥에 들어간 오빠, 결혼도 하지 않고 열여섯 살에 덜컥 임신을 해버린 언니와 함께 떠다니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결국 스위스에서 교장 일을 하게 된 이모, 이모부와 함께 납치되듯 떠나 그곳에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책은 도미니카 산톨리나 도오네가 꾼 꿈과 그레이스 고모와 틸리 고모가 보내오는 엽서들, 그리고 ‘스위스 루가노 지구라는 별의 유럽, 스위스에 있는 티치노 주, 루가노와 몬따뇰라 사이에 있는 비아 포포리노의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디니가 변화하는 과정을 천천히, 아름답게 담아낸다.


스위스 학교의 학생 수는 아주 적었다. 한 반에 15명이 넘지 않았고 10명밖에 안 되는 반도 있었다. (93쪽)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쉬는 시간에 선생님을 찾아갔고 선생님은 그 문제를 설명해 주었다. 가끔 선생님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과목이 있으면 정말 잘하는 상급 학생을 소개시켜 주기도 했다. (94쪽)

주말여행을 가고 도보 여행을 가고 스키에 참여하는 것도 멋진 일이었다. 미술 역사 여행으로 피렌체에 가서 그림과 건축에 대해 배울 수도 있었다. 밀라노에 가서 오페라를 볼 수도 있었다. 우리 반은 다 함께 헤르만 헤세의 시를 읽고 그 시를 썼던 헤르만 헤세의 몬타뇰라 집에 갔다. 또 생 아본디오 교회 공동묘지에 있는 헤르만 헤세의 무덤에도 가 보았다. (95쪽)

여자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 어떤 문화권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어린이 학대의 끔찍한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우리는 배고픔을 함께 느끼기 위해 매주 하루를 단식했고 돈과 통조림 음식과 옷을 자선 단체에 기부했다. (160쪽)


이렇게 부러울 수가 있나! 4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오글오글 모여 있는 우리나라와는 정말 다르다.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학원 가서 물어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시는 선생님도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상급학생이 도와주기까지 한단다. 친절하기도 하시지. 게다가 우리는 미술도 외우고 음악도 외우고 시도 외우고 시의 해설까지 외우지 않았던가? 지금도 쭈욱 되풀이되는 공부의 역사!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지만 부러워해야 발전도 있는 것이다. 교육환경이 너무나 다르니 단순 비교가 어렵겠지만, 디니가 다니던 스위스 학교의 교육방식을 보면서 그저 기계처럼 외우기에 급급한 우리 아이들이 불쌍해졌다. 이런 식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공부도 행복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디니도 매번 상자에 갇히거나 비눗방울 속에 들어가 스스로 가둬버리는 꿈을 꾸었지만 마침내 가족을 모두 끌어올려 배에 태우면서 ‘나는 투명한 눈동자다’를 외치며 한껏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교육의 힘이자 함께 시간을 보낸 친구들의 힘이다.

언어가 달라 고생을 하면서도 친구들을 만나고 집이 너무나 그립지만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으면서 차츰 스위스 생활에 적응하고 마침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설계할 줄 아는 디니가 되어 스위스를 떠나는 뒷모습은 더 이상 쓸쓸하지 않다. 그래서 디니가 창문에 붙여 놓았던 팻말은 드디어 이렇게 바뀐다.


납치됐어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 나를 잊지 마세요!

-> 그라지에(고맙습니다- 이탈리아어)

->  챠오, 스비체라, 벨라 스비체라! (안녕, 스위스여, 내 사랑 스위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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