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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ㅣ 창비아동문고 175
박기범 지음, 박경진 그림 / 창비 / 1999년 4월
평점 :
인상깊은 구절
나는 나를 문제아로 보는 사람한테는 영원히 문제아로만 있게 될 거다. 아무도 그걸 모른다. 내가 왜 문제아가 되었는지, 나를 보통 아이들처럼 대해주면 나도 아주 평범한 보통 애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끔 그런 녀석들을 만난다. 일기를 쓸 때는 '오늘' 이나 '나는'이라는 말은 가급적 쓰지 않는 게 좋다고 해도 고집스레 기어코 첫 머리에 붙이는 녀석들. 그래놓고는 한다는 말이 걸작이다. "이걸 안 쓰면 글이 안 나와요."
오늘 일어난 일이니까 '오늘은'을 쓰는 거고, 내가 한 일이니까 '나는'이라고 쓰겠다는데 어른들은 왜 굳이 쓰지말라고 난리를 치는 건지 그애들은 이해할 수 없는 거다. '나는 나를 문제아로 보는 사람한테는 영원히 문제아로만 있게 될 거다'라고 이야기하는 주인공한테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 들면서 퍼뜩 생각난 게 '오늘'과 '나는' 문제였다. 세련된 문장이 아니면 어떻다고, 애들 생각을 뽑아주는 '오늘'과 '나는'을 못 쓰게 막았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래, 맘껏 쓰거라. 나도 오늘은 그리 써보련다.
나는 오늘 일찍 일어난 김에 책상 위에 있는 책들을 몇 권 해치우기로 마음 먹었다. 커튼이 바람에 펄럭이면서 책상 위에 얹어둔 책들을 자꾸만 건드리다보니 옷고름 풀어지듯 헤벌레해진 겉장은 이미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있는 눈치다. 떠나기 전에 나 좀 보고 가~
가장 먼저 손에 잡힌 건 박기범의 《문제아》. 많은 사람들이 극찬을 했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데도 이제야 만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맛있는 음식은 아껴두었다 야금야금 먹어야 더 맛있다고 혼자 중얼거리다가 입을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얼핏 초등학생이 쓴 것만 같은 서툴고 어눌한 말들로 우리를 가차없이 때리고 있는 이 책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한다.
함께 사이좋게 살아가던 큰아빠네 가족과 우리 가족이 정리 해고 때문에 어색해져버려 우리 가족 모두의 꿈이 생각난다. 모두 모여 함께 사는 집과 아빠들의 시끄러운 노랫소리.... 정리해고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라고 했던 <아빠와 큰아빠>,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아이가 수학여행을 안 간다고 하자 돈을 타서 몰래 써버린 나쁜 아이로 만들어버린 선생님 이야기. 선생님은 나중에 사정을 다 알고도 미안하단 말도 안 했다. 왜 나보고 미리 말을 안 했냐고만 하는 거다 <독후감 숙제>,
좋은 학군을 찾아 동네에서 먼 학교로 보내버려 스스로 왕따가 되어 버렸던 아이가 다시 친구들이 있는 학교로 전학오게 되면서 우리 엄마는 아직 모르는 게 있다. 그건 쫄아드는 마음 없이 지내는 거다. 찔리는 기분이 없는 거다. 그리고 친한 사람들끼리 어울려서 쭉 같이 사는 거다. 난 그러지 못해 봐서 안다. 그게 얼마나 좋은 건지 너무 잘 안다. 외톨이가 되고 마음이 쫄아들어 있으면 아무리 좋은 걸 차지해봤자 하나도 좋지 않다 고 행복하게 말하는 <전학>,
재개발에 밀리고 빚보증에 열심히 모은 돈을 다 날리고 노숙자가 된 끝방 아저씨를 생각하면서 무서운 사람도 아니고, 게으른 사람도 아니다. 끝방 아저씨처럼 집이 헐려나간 우리 동네 사람들처럼 보통 사람들인 거다. 그 사람들은 지금쯤 땅바닥에서 잠들려고 하나? 추울 거다. 슬플 거다. 추워서 슬프고 집이 없어서 슬프지만, 더 슬픈 건 사람들이 무시해서다. 나쁜 사람 취급해서, 못난 사람 취급해서다. <끝방 아저씨>,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산화한 박래전을 다룬 <겨울꽃>이나 송아지를 내다버릴 수 없는 농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총이랑 탱크를 다 팔고 그걸 판 돈으로 소들을 더 살리고 거두어 실향민 할아버지들과 함께 북쪽으로 갈 수 있기를, 먹을 게 없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좋을 그런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송아지의 꿈>, 남들이 싫어하는 못난 강아지를 가족처럼 아끼는 마음이 잘 나타난 <어진이>
한 작품이 끝날때마다 무거운 추가 하나씩 달리는 것같더니 결국 마지막 장을 덮고 났을 때는 움직일 수도 없게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저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 대접을 받으려는 우리들에게 볼 줄 모르고, 들을 줄 모른다고, 마음을 헤아리는 건 더 못한다고 질책을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가끔 그런 녀석들을 만난다. 일기를 쓸 때는 '오늘' 이나 '나는'이라는 말은 가급적 쓰지 않는 게 좋다고 해도 고집스레 기어코 첫 머리에 붙이는 녀석들. 그래놓고는 한다는 말이 걸작이다. "이걸 안 쓰면 글이 안 나와요."
오늘 일어난 일이니까 '오늘은'을 쓰는 거고, 내가 한 일이니까 '나는'이라고 쓰겠다는데 어른들은 왜 굳이 쓰지말라고 난리를 치는 건지 그애들은 이해할 수 없는 거다. '나는 나를 문제아로 보는 사람한테는 영원히 문제아로만 있게 될 거다'라고 이야기하는 주인공한테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 들면서 퍼뜩 생각난 게 '오늘'과 '나는' 문제였다. 세련된 문장이 아니면 어떻다고, 애들 생각을 뽑아주는 '오늘'과 '나는'을 못 쓰게 막았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래, 맘껏 쓰거라. 나도 오늘은 그리 써보련다.
나는 오늘 일찍 일어난 김에 책상 위에 있는 책들을 몇 권 해치우기로 마음 먹었다. 커튼이 바람에 펄럭이면서 책상 위에 얹어둔 책들을 자꾸만 건드리다보니 옷고름 풀어지듯 헤벌레해진 겉장은 이미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있는 눈치다. 떠나기 전에 나 좀 보고 가~
가장 먼저 손에 잡힌 건 박기범의 《문제아》. 많은 사람들이 극찬을 했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데도 이제야 만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맛있는 음식은 아껴두었다 야금야금 먹어야 더 맛있다고 혼자 중얼거리다가 입을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얼핏 초등학생이 쓴 것만 같은 서툴고 어눌한 말들로 우리를 가차없이 때리고 있는 이 책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한다.
함께 사이좋게 살아가던 큰아빠네 가족과 우리 가족이 정리 해고 때문에 어색해져버려
우리 가족 모두의 꿈이 생각난다. 모두 모여 함께 사는 집과 아빠들의 시끄러운 노랫소리.... 정리해고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라고 했던 <아빠와 큰아빠>,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아이가 수학여행을 안 간다고 하자 돈을 타서 몰래 써버린 나쁜 아이로 만들어버린 선생님 이야기.
선생님은 나중에 사정을 다 알고도 미안하단 말도 안 했다. 왜 나보고 미리 말을 안 했냐고만 하는 거다 <독후감 숙제>,
좋은 학군을 찾아 동네에서 먼 학교로 보내버려 스스로 왕따가 되어 버렸던 아이가 다시 친구들이 있는 학교로 전학오게 되면서
우리 엄마는 아직 모르는 게 있다. 그건 쫄아드는 마음 없이 지내는 거다. 찔리는 기분이 없는 거다. 그리고 친한 사람들끼리 어울려서 쭉 같이 사는 거다. 난 그러지 못해 봐서 안다. 그게 얼마나 좋은 건지 너무 잘 안다. 외톨이가 되고 마음이 쫄아들어 있으면 아무리 좋은 걸 차지해봤자 하나도 좋지 않다 고 행복하게 말하는 <전학>,
재개발에 밀리고 빚보증에 열심히 모은 돈을 다 날리고 노숙자가 된 끝방 아저씨를 생각하면서
무서운 사람도 아니고, 게으른 사람도 아니다. 끝방 아저씨처럼 집이 헐려나간 우리 동네 사람들처럼 보통 사람들인 거다. 그 사람들은 지금쯤 땅바닥에서 잠들려고 하나? 추울 거다. 슬플 거다. 추워서 슬프고 집이 없어서 슬프지만, 더 슬픈 건 사람들이 무시해서다. 나쁜 사람 취급해서, 못난 사람 취급해서다. <끝방 아저씨>,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산화한 박래전을 다룬 <겨울꽃>이나 송아지를 내다버릴 수 없는 농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총이랑 탱크를 다 팔고 그걸 판 돈으로 소들을 더 살리고 거두어 실향민 할아버지들과 함께 북쪽으로 갈 수 있기를, 먹을 게 없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좋을 그런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송아지의 꿈>, 남들이 싫어하는 못난 강아지를 가족처럼 아끼는 마음이 잘 나타난 <어진이>
한 작품이 끝날때마다 무거운 추가 하나씩 달리는 것같더니 결국 마지막 장을 덮고 났을 때는 움직일 수도 없게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저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 대접을 받으려는 우리들에게 볼 줄 모르고, 들을 줄 모른다고, 마음을 헤아리는 건 더 못한다고 질책을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