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보는 한국사/두 바퀴로 대한민국 한 바퀴/먹지 않고는 못 참아>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두바퀴로 대한민국 한바퀴 - 좌충우돌 전국 자전거 여행기
방승조 지음 / 청년정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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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에 대한 이야기를 할라치면 괜히 화가 난다. 남들은 다들 오빠나 아버지한테 자전거를 배워서 탈 줄 아는데 나는 어릴 때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다. 아버지가 네 명이나 되는 딸들에게 가르쳐주신 건 자전거가 아니라 스케이트였다. 고만고만한 네 명의 딸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뒤꽁무니를 붙잡아주는 일보다는 몇 번 엉덩방아를 찧으면 금방금방 잘 타게 되는 스케이트가 훨씬 편하셨으리라. 우리도 그때는 썰매 대신 스케이트를 탄다는 특권의식(?)으로 우쭐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겨울에만 잘난 척하고 탈 수 있는 스케이트보다는 아이들도 태워주고 물건도 싣고, 무엇보다 사계절 내내 끌고 다닐 수 있는 자전거를 배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겁이 많아진 지금은 새삼스레 뭘 배운다는 게 어려워서 엄두도 못 내고 두 발로 잘 걸어다니는 것에 만족하며 잘 살고 있었건만 이 책이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자전거에 대한 동경을 일깨우게 만들었다. 자전거를 타고 대한민국 한 바퀴를 돌았다니!

 

 '좌충우돌 전국 자전거 여행기'라는 부제답게 여행안내서라기보다 두 사람만의 여행기록이다.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고 자라서 자기 스스로 결정을 내릴 줄 모르는 열정이 없는 젊은 친구들이 한 번쯤 이런 식의 여행을 한다면 뭔가 하나를 이뤘다는 자부심만으로도 인생을 씩씩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둘이서 겪은 걸 한 장면 만화로도 보여주고 사진 자료도 심심치 않게 끼워넣었지만 얼굴에 덧씌운 몽씨 가면은 거슬렸다. 그럴 거면 아예 풍경사진만 넣으면 될 일이다. 뭔가 보면 안 되는 것을 비밀스럽게 들여다본 것 같은 불쾌감이 지나갔다. 그것만 아니라면 매일매일이 비슷한 여행기록이지만 따분하지 않고 유쾌했으며, 이런 식의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자전거 여행에 가장 좋은 시기는? 안전한 도로 주행법? 이정표의 기준은? 따위의 알찬 부록까지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몽씨와 여친 꼬맹이가 함께 하는 자전거 일주 여행에 이끌려 돌아다니면서 깨달은 것 하나는 사람은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것, 아무 데서나 잘 수 없다는 것, 의외로 관람료가 많이 든다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 먹느냐, 먹기 위해서 사느냐고 농담삼아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먹는 재미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멋진 풍광도 보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맛있는 음식도 먹어봐야 여행을 하는 맛이 나는 법!

 나이가 든 탓인지 몽씨와 꼬맹이가 한 여행처럼 한 뎃 잠을 자고 거친 음식을 먹고 힘들게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타임머신을 타고 십년 쯤 전으로 돌아간다면야 도전해볼 만 하겠지만. 머지 않아 이런 여행을 하게 될 아들에게나 읽어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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