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번쩍 품성동화>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가치 번쩍 품성 동화 번쩍 시리즈 1
글공작소 엮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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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눈에 번쩍 뜨일 만한 걸 기대했다. <가치번쩍 품성동화>라는 제목이 좀 근사해야 말이지.

이타심과 배려, 자존감과 인내, 긍정과 용기, 정직과 약속, 겸손과 공경 등 5개 항목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설정은 좋다. 책 한 권을 읽고서 이런 것들을 몽땅 가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흐뭇한 일이냐. 마치 종합선물 세트를 선물 받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건 종합선물 세트를 풀었을 때 커다란 상자 속에 초콜릿도 들고 알록달록 색이 화려한 사탕도 들고, 바삭바삭한 과자와 말랑말랑한 젤리, 집어먹어도 좀체 줄어들 줄 모르는 감자 칩이 가득했을 때 이야기지, 커다란 봉지에 공기만 잔뜩 주입한 과자 몇 봉지를 발견했을 때를 이름이 아니다.

<행복한 왕자> <바보이반> <소공녀> <톰소여의 모험>처럼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이야기들이 줄줄이 사탕 엮어지듯 들어 있으니 많은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어서 좋지 않으냐고 자신만만해할 지도 모른다. 누가 주인공이고 어떤 일을 겪었다는 줄거리만 대강 아는 것도 가끔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가 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진다면 아이들에게 두툼한 한 권짜리 책을 겨우 서너 페이지로 요약한 이야기를 차마 넘겨주지는 못할 것이다.

게다가 각각의 장마다 거기에 맞는 이야기를 대여섯 개씩 배치해 놓았으나 이야기만 소개해줬을 뿐 그 이야기를 읽고 어디서 이타심이나 정직, 겸손 등을 찾아야 하는지 생각할 거리를 곁들여주지 않은 것도 부족한 부분으로 다가온다.

가치번쩍, 품성동화라는 타이틀답게 좀 더 꼼꼼하고 세심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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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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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늘의 작가상.

이만교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이후 짜증나서 한동안 거들떠보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추천하길래 봤다가 정말 실망했다.

그래. 젊은 날의 고뇌,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는 맨 밑바닥 생활의 아픔, 꿈이 없는 사람들의 숨막히는 일상을 그리는 건 좋다 치자.

이런 저런 것들에 쉽게 동화되어 울기도 잘 하는 내게 이 책은 그냥 나와 먼 이야기 쯤으로 인식될 뿐이었다.

숨막히고 답답한 이야기를 아예 듣지 않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그런 거라면 주제 사라마구의《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충분히 맛 보았으니 그건 걸 두려워하는 건 아니라 그저 숨막히는 걸로 끝난다는 게 싫다.

그런 삶을 표면으로 드러냈으니 잘 한 거라고?

심사평들은 한결같이 당혹스럽지만 새로운 어떤 표정의 등장이라든가, 충격적이고 반도덕적 소설이지만 '호밀밭의 파수꾼'을 가지게 되었다는 둥 불편하면서도 그를 뽑을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나는 너무 가벼워서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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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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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참, 야리꾸리한 이름이다. 소설 제목으로 딱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이건 아니잖아..싶기도 한.
나이가 들면서 말랑말랑해지는 것 같은 작가의 새로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했지만 그를 또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촐라체》에서의 뜨거운 마음이 아직도 느껴진 까닭이었다.

평생 올곧게 시를 쓰기만 하다가 고요히 떠나간 이적요 시인은 죽으면서 노트 한 권을 남겼다. 일년 후에 개봉이라는 단서를 달고 변호사 앞으로 남겨진 그 노트에는 이적요 시인의 숨겨진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내 마음속 영원한 젊은 신부, 은교'와 무기재료학과에 다니다가 우연히 이적요 시인의 강의를 청강하면서 시를 쓰는 쪽으로 선회하고 평생 이적요 시인 곁에서 수발을 들었던 서지우를 중심으로 넘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돌아가는 팽이는 팽이채를 잡은 인물과 구경하는 인물이 어지럽게 섞인다. 이적요가 남긴 '시인의 노트'와 은교에게 남긴 '서지우의 일기', 변호사 Q의 기록으로 나뉘는데 참으로 맛나게 쓰였다. 수십 년간 글을 써온 노련한 작가의 필체를 보는 일은 즐겁다.


시인의 노트답게 중간중간 등장하는 시는 이적요의 감정에 따라 때로는 쓰고, 때로는 달콤하며, 때로는 소름끼친다.


땅거미 짙어가는 어둠을 골라 짚고
끝없는 벌판길을 걸어가며
누이여, 나는 수수 모가지에 매달린
작은 씨앗의 촛불 같은 것을 생각하였다.
가고 가는 우리들 생의 벌판길에는
문드러진 살점이 하나,
피가 하나,
이제 벌판을 흔들고 지나가는
무풍의 바람이 되려고 한다  

마지막 네 뒷모습을 지키는
작은 촛불의 그림자가 되려고 한다
저무는 12월의 저녁달
자지러진 꿈,
꿈 밖의 누이여

- 박정만 「누이여 12월이 저문다」에서

 이적요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 이 마지막 인용시는 가슴 아프다. 시인 이적요와 시인이 되고자 했지만 결코 글을 쓸 수 없었던 서지우, 풋풋한 고등학생 은교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숨막히는 감정 싸움은 결코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온몸으로 살기를 내뿜는다. 그렇지만 서지우와 이적요는 거울의 양면이다. 시인답게 멋지게 늙은 거장 이적요가 밝은 면이라면 그가 경멸한 서지우는 잘 감춰두고 있어 보이진 않지만 밖으로 나오고 싶어 안달하는 거울 뒷면의 추한 이적요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일 줄 모르고 거부했던 둘은 결국 한 쪽이 없어지자 견디지 못하고 붕괴된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존경하는 나의 선생님'의 뜻이 무언인지를 확인한 순간에 거역하지 못하고 울면서 가버린 서지우는 결국 이적요가 자신의 추한 면을 마음 놓고 드러낸 제물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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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 철수맨이 나타났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철수맨이 나타났다 - 제1회 대한민국 문학&영화 콘텐츠 대전 수상작
김민서 지음, 김주리 그림 / 살림Friends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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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황당함을 어쩌란 말인가!

처음엔 만화책인가 싶었다. 놀란듯한 표정을 한 여학생들, 멋지게 발차기로 악당을 제압하는 가면을 쓴 남자아이, 게다가 이름도 찬란한 철수맨이란다. 국어책에서 제일 많이 만나본 이름 철수와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들의 친근한 이름에서 '맨'을 따서 붙인 철수맨.

 

수도권의 평범한 개발 신도시. '최고급 어학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학원 건물 옥상에서 소가 밭을 가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동네에 25년 전부터 영웅으로 군림한 철수맨은 귀여운 남자 아이 가면을 쓰고 폭력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을 구해냈는데 도시가 정비되고 치안이 안정되면서 사라졌던 그가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 영서중학교 3학년인 희주, 유채, 지은이는 철수맨이 영서중학교 3학년일 거라는 추측 속에서 용의선상에 오른 현우, 민혁, 윤주를 추적하면서 사건은 아주 빠르게 전개된다.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악당을 물리치는 정의의 용사들답게 적당히 현실 속에 숨어들고 급한 일이 있으면 나타나 샤사샥 구해주는 배트맨, 수퍼맨, 스파이더맨...그리고 철수맨. 17:1로도 충분히 싸울 것만 같은 그를 만나는 건 비록 책 속 일이지만 즐겁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구해주러 달려올 영웅이 있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상당한 위안이 되는 법이다.

 

 학교괴담을 듣고 자랐다던 작가의 말처럼 학교 안에서 삼삼오오 모여 자기들끼리 한참 열 올려 수다를 떠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엿들은 기분이 든다. 만화책의 스토리만을 고스란히 뽑아 읽은 느낌이 들기도 할 만큼 가볍고 경쾌한 리듬이다. 하지만 많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심심할 때 한두 시간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을 원한다면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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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 철수맨이 나타났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생명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 - 내가 물건을 잘 사야 지구가 건강해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세종도서) 상수리 호기심 도서관 14
정원곽 외 지음, 이상미 그림 / 상수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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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해서 자주 마시는 편인데 어떤 건 커피콩을 너무 볶아 탄 맛이 지배적인가 하면, 언제 볶았는지 신선한 향이 다 날아가 타이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느낌을 주는 것도 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어찌나 비싼지 점심값보다 훨씬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경우 된장녀니 뭐니 하는 수식어를 붙여서 정신 나간 사람들 취급을 하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다  '아름다운 커피'를 만났다. 공정무역을 통한 커피였는데 생산자들과 직거래를 하면서 최저가격을 보장해주니 중간상인의 배만 불리는 나쁜 고리를 끊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커피인 셈이다. 좋은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섞여 있어 그런지 커피 맛도 훨씬 부드럽고 좋다. 아름다운 커피를 시작으로 나는 윤리적 소비에 눈을 떴지만 다른 이들에게 알리는 일은 역부족이었다. 자료도 부족할 뿐더러 요령있게 설명하기가 어려웠는데 이 책이 내 고민을 덜어주었다.

 

 윤리적 소비의 역사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것을 시작으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우리들의 알 권리를 채워주고, 친환경 농업이 좋은 까닭과 이렇게 서로 배려하는 사회의 이로움이 결국은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유전자변형식품의 유해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지만 우리는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먹는 것 갖고 장난치지 마라.'
어릴 때부터 흔히 듣던 말이다. 그때는 밥을 깨작거리거나,  던져서 받아먹는 놀이를 한답시고  흙바닥에 무수히 떨어뜨리는 튀밥이나 강냉이를 보면서 어른들이 그리 말씀하신 걸 듣고 자랐는데 이제는 단순히 먹는 걸 귀히 여기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에게 분노에 차서 던지는 말이 되었다.

거머리가 살고, 물방개나 실지렁이, 우렁이 같은 많은 생물들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었던 논은 어느새 마스크를 쓰고도 농약에 중독되어 쓰러지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지옥으로 변해버려서 우울하더니 요새는 오리가 살고 황새가 살고 그들이 농사를 짓고 사람을 살린다. 이러다가 "누구랑 먹고 살지?" 하고 물어보면 "나랑 먹고 살지." 대답하는 깜찍한 우렁각시가 또 나타날 지도 모르겠다. 반가운 일이다.

  

집안 구석구석 둘러보며 뭐 또 줄 게 없을까 고민하는 친정 엄마처럼 하나라도 더 주려고 애쓴 흔적들이 눈에 보인다.
이렇게 자투리 정보를 주기도 하고,

 이 글을 읽는 어린이를 위한 낱말 풀이도 빼먹지 않았다.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지만 워낙 어려운 낱말들이 많아 4학년 이후 아이들에게 권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다음 세대를 이어나갈 그애들에게는 윤리적 소비가 당연한 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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