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록텔레 가족 - 세계의 그림책 007 세계의 그림책 7
클로디아 비엘린스키 그림, 파트리샤 베르비 글, 양진희 옮김 / 함께자람(교학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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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살아 있는 생물로 취급하여 텔레비전의 시각에서 사람들을 보는 것을 다뤘다는 게 재미있는 설정이다. 텔레비전이 밥도 먹고 이도 닦고 잠도 자고 해먹에 누워 거들먹거리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어두운 톤의 그림이지만 선명한 파랑색의 텔레비전의 모습만은 눈에 확 들어오도록 만들어져 있다. 텔레비전이 아니면 아무런 재미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 대화는 단절된 채 텔레비전을 보며 같이 낄낄거리는 것이 화목한 가정이라고 믿는 사람들, 텔레비전을 켜 두지 않으면 불안해서 아무 일도 못 하는 사람들, 습관이 되어서 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들, 집에 들어오면 무의식적으로 텔레비전을 켜는 사람들, 텔레비전을 보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 없다는 이유를 대면서까지 보는 사람들, 책 읽는 시간은 없어도 연속극은 꼬박꼬박 챙겨 보는 아이들까지 다양한 텔레비전 중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나 말고도 재미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텔레비전이 하는 이 말은 이 책의 주제어이다. 텔레비전을 보느라고 놓친 그 시간들에 숨어 있던 재미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억지로 편식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려 들지 않고 예쁘고 재미있는 요리 이름을 만들어 줌으로써 가능성을 주었던 ‘난 토마토 절대로 안 먹어’ 처럼 이 책도 ‘텔레비전을 보지 마’ 라는 강요는 뒤로 숨긴 채 텔레비전이 스스로 피곤하고 지친 모습으로 나와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안 해봤던 그 일들을 한 번쯤 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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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의 정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3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이복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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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하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사람들은 주말이 되면 영화 보기,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기, 잠 자기 등 휴식을 취하는 일들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라면 들로 산으로 나들이를 가는 게 지극히 평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왜 그런 곳에 가야 쉬고 왔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편하게 하는 힘, 인간 내면에 간직한 사랑을 깨우는 힘, 나른한 자유로움을 느끼게 하는 힘이야말로 녹색으로 태어나는 모든 식물들이 가진 값진 보물이다.

정원 이야기를 다룬 책들은 많이 볼 수 있지만 이 책이 갖는 독특함은 소재의 식상함을 털어버리게 한다. 보통 책에는 글쓴이가 먼저 나와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은 특이하게도 그린이의 소개가 먼저 있다. 그만큼 이 책은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에 정원에서 할머니와 함께 즐거운 표정으로 일하는 리디아의 모습은 이야기가 어떻게 나아갈 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이다. 글은 되도록 짧게 편지 형식으로 된 것도 특이한 점이다.

마치 진 웹스터의 소설 <키다리 아저씨>에서 주디가 자신을 도와준 키다리 아저씨에게 일상을 보고하는 형식으로 편지를 쓴 것처럼 리디아도 처음부터 끝까지 집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쓴 편지글로 이루어진 이런 형식은 동화에서 처음 시도되는 듯 하다.

그 짧은 글 안에 줄거리가 자연스럽게 드러나 동화라기보다 한 편의 아름다운 단편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글이 짧은 대신 그림이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그림이 약간 산만하더라도 자세히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약간 만화같은 느낌을 주는 등장인물의 표정들과 배경을 통해 사람들의 기분, 변화, 분위기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림을 전체적으로 빈틈없이 표현하고는 주인공의 주위를 하얗게 칠해놓음으로써 정지된 기분을 느끼게도 하고 집중하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한 번도 웃는 표정을 짓지 않던 삼촌의 표정도 리디아가 떠나는 기차역에서 힘껏 포옹해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다만 이 책은 유아의 경우 감정을 잘 담아서 읽는 것과 군데군데 질문을 하면서 내용의 흐름을 정리하면서 읽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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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티 마을 영미네 집 - 저학년이 좋아하는 책 5 작은도서관 38
이금이 지음, 이선주 그림 / 푸른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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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콩쥐팥쥐>, <백설공주>, <장화홍련전> 우리들이 읽었던 동화 속에 등장하는 계모는 하나같이 나쁜 엄마 일색이었고 모든 주인공들은 나쁜 계모 때문에 불행한 일들이 계속되거나 피해를 입는 일들이 빈번했다.

<장화홍련전>을 제외하고는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 주인공을 도와주는 착한 세력들, 이를테면 요정이나 왕자님 등으로 인해서 행복해진다는 다소 뻔한 결말을 갖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이들 책에서 새 엄마가 생기는 원인은 모두 한 가지, 낳아준 친 엄마가 돌아가신 경우일 뿐이지만 요즘은 사망이라는 원인보다는 이혼이라는 것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자연스럽게 결손가정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이들에게 새엄마는 여전히 팥쥐엄마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내내 팥쥐엄마라고 부르다가 나중에 ‘엄마’라고 부르는 장면은 그래서 눈물이 나도록 따뜻한 감동을 준다.

헌신적으로 집안 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자신의 행복보다는 아이들과 집안의 평화를 더 생각하는 팥쥐엄마는 현실 불가능한 엄마 상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건실한 가장으로 만들고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밭을 일구고 남의 집 일도 마다하지 않는 엄마. 과연 이런 새엄마가 있기는 한 걸까?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태어나면서부터 걷지도 못 하고 스스로 먹이를 찾지도 못하며 자라면서 많은 것들을 습득해야 하는 생물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기른 정이냐 낳은 정이냐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어 왔지만 이런 특성들 때문에 돌봐준다는 것의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내 자식도 나 몰라라 하는 세상에 내 배 아파 낳은 자식들도 아닌데 헌신적으로 돌봐주는 팥쥐엄마 같은 분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도 살 만한 것이다. 아이들이 서서히 새엄마에게 마음을 열어주는 과정이 잔잔하고 담담하게 그려져 있어 감동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적셔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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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보고 싶어 우리 아기 꼬질이
시드 무어 그림, 리자 맥콜트 글, 김현주 옮김 / 신인류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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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면 엄마들은 바빠지고 귀찮아진다. “엄마, 이건 뭐야? 그래서 왜 그렇게 되는데? 그건 무슨 뜻이야?” 등등 하나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어 대단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일일이 대답해 주기도 힘들게 된다.

대개의 경우에 처음 한 두 가지 정도 정성껏 대답해주다가 그 다음은 “귀찮으니까 저리 가서 놀아.” 혹은 “아빠한테 물어봐” 정도로 끝나고 만다. 차근차근 알아 듣기 쉽게 대답해줘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천을 하지 못했던 많은 엄마들에게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다분히 찔리는 책이다.

아이들의 뇌가 형성될 때 질문에 대한 다양하고 꼼꼼한 대답이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게다가 엄마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성이 아이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두 번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그런 일들의 중요성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다시 깨닫게 해 주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와 아이의 대화로 엮어져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그 사이에 흐르는 사랑도 그대로 느껴진다.

이 책은 ‘꼬질이’ 시리즈로 되어 있는데 첫 번째 권에는 꼬질이가 다른 무엇으로 변한다면 그때도 엄마가 여전히 사랑할까를 물어보는 것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꼬질이가 하는 상상이라는 게 대단히 기발해서 과연 엄마가 어떤 대답으로 나올까 궁금하게 여겨져 얼른 뒷장을 펴게 만든다.

그림 역시 상상에 걸맞게 아주 재미있다. 한 마디로 엄마의 사랑을 듬뿍 넣고 독특한 상상으로 버무린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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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마루 밑 - 눈물이 찔끔 가슴이 두근 005
심상우 지음, 한병호 그림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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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하고 고즈넉한 장소로, 가끔 사극의 무대로 활용되거나 그저 우리 옛 임금들이 살았던 공간으로서 경복궁을 받아들이던 우리에게, 이름도 생소한 함원전이니 하향정이니 협길당, 집옥재 같이 경복궁을 샅샅이 휘저으면서 돌아가는 이야기는 우리의 것에 대한 흥미를 불러 일으키려는 의도는 다분하지만 그다지 밀어내고 싶지 않을 만큼의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또 한가지, 어두컴컴하고 음침하고, 뽀얀 먼지 틈으로 고개를 들이밀면 어릴 적 잃어버린 고무신이나 구슬 몇 개, 시퍼렇게 번뜩이는 고양이의 눈을 마주하게 될 것 같은 마루 밑이라는 공간을 통해 새로운 종족을 탄생시켰다는 게 또 흥미를 끄는 요소이다.

이런 작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동화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 작가 사토 사토루가 지은 <아무도 모르는 작은 나라> 이야기에서는 코로보쿠루라는 작은 이가 나오는데 이들도 역시 자신들이 사는 곳을 인간에게 들키거나 빼앗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자신들을 보려고 하고 그들의 존재를 믿는 특정한 인물들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이러한 점은 영화 '보거스'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거짓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보거스는 엄마를 잃은 한 소년에게 나타나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외로움을 달래주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 주인공 소년만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는다.

결국 이모의 사랑을 깨달으면서 가족의 울타리로 돌아간 소년에게 보거스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보거스는 다른 대상을 찾아 떠난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은별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던 쿠쿠와 투투도 은별이가 용기를 갖고 미친 개 삼총사에게 대항해 결국 자유와 행복을 찾은 후에 떠나게 된다는 점에서 비슷한 구조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 반에 우리 학교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왕따를 당하는 아이와 괴롭히는 아이들의 문제를 경복궁 마루밑에 사는 작은 이들의 이야기와 섞어 흥미진진하게 끌어가고 있어 한 번 손에 잡으면 쉽게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책이다.

더불어 경복궁에서 일어났던 민비시해사건 같은 역사적인 이야기와 은별이의 아버지 입을 통해 나오는 경복궁의 이야기는 재미있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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