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록텔레 가족 - 세계의 그림책 007 세계의 그림책 7
클로디아 비엘린스키 그림, 파트리샤 베르비 글, 양진희 옮김 / 함께자람(교학사)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텔레비전을 살아 있는 생물로 취급하여 텔레비전의 시각에서 사람들을 보는 것을 다뤘다는 게 재미있는 설정이다. 텔레비전이 밥도 먹고 이도 닦고 잠도 자고 해먹에 누워 거들먹거리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어두운 톤의 그림이지만 선명한 파랑색의 텔레비전의 모습만은 눈에 확 들어오도록 만들어져 있다. 텔레비전이 아니면 아무런 재미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 대화는 단절된 채 텔레비전을 보며 같이 낄낄거리는 것이 화목한 가정이라고 믿는 사람들, 텔레비전을 켜 두지 않으면 불안해서 아무 일도 못 하는 사람들, 습관이 되어서 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들, 집에 들어오면 무의식적으로 텔레비전을 켜는 사람들, 텔레비전을 보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 없다는 이유를 대면서까지 보는 사람들, 책 읽는 시간은 없어도 연속극은 꼬박꼬박 챙겨 보는 아이들까지 다양한 텔레비전 중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나 말고도 재미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텔레비전이 하는 이 말은 이 책의 주제어이다. 텔레비전을 보느라고 놓친 그 시간들에 숨어 있던 재미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억지로 편식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려 들지 않고 예쁘고 재미있는 요리 이름을 만들어 줌으로써 가능성을 주었던 ‘난 토마토 절대로 안 먹어’ 처럼 이 책도 ‘텔레비전을 보지 마’ 라는 강요는 뒤로 숨긴 채 텔레비전이 스스로 피곤하고 지친 모습으로 나와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안 해봤던 그 일들을 한 번쯤 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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